생활의 발견

새로울 건 없다

by 말글손

어쩔 수 없다는 핑계로, 상황이 그랬다는 핑계로 어쩌면 어려운 상황을 피하고 싶다는 이유로 내가 원한대로 행동했을지도 모른다. 나의 선택과 행동은 누군가에겐 불편함과 불만을 줬을지도 모른다.

자치위 월례회가 끝나고 술자리에 참석했다. 이래저래 늦어지기도 하고 자리가 길어져 원치 않는 상황이 생겼다.

당연히 집에서 기다리는 시간에 짜증이 났을 것이다. 집에 들어가니 화난 아내와 투닥거렸다. 다음 날도 회의가 있어 갔다가 일찍 가서 쉴 요량이었다.

그러다 톡을 받고 급히 회의 겸 자리를 가졌다. 앞날을 도모하자는 그런 회의이자 어떻게 할 건가에 대한.

집에 오니 하루가 훌쩍 지나갔다. 졸린 눈을 비비며 영화를 보다 잠들었다. 순수한 나의 상황 통제력이 먹히는 경우는 드물다. 모든 상황을 내가 통제 가능하다면 삶이 어떨까?

그렇게 또 하루가 가고 또 다른 밤이 되어 달이 떠 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여러 행사가 취소되었다. 덕분에 편해지긴 했지만 일도 없어져 여간 생활이 팍팍한 게 아니다. 해마다 어려운 시기지만 올해는 특히 그러하다. 정치 때문인지, 바이러스 때문인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더 과감하고 철저하고 성실하지 못한 내 탓이리라. 잠시 나의 시간을 고민해본다. 자본주의 시대를 이기려면 자본에 자유로워져야 한다. 아마, 욕심일지, 현실일지.

보름달을 보다 하루를 잠시 돌아본다. 앞날도 잠시 훔쳐본다. 저 달에 무슨 힘이 있겠냐만, 그래도 마음 한편엔 미련이 남는다.

일요일 아침. 동생과 애들과 공차러 갔다. 아내도 함께 운동을 나섰다. 아침 바람맞으며 네 아이들과 세 어른이 깔깔대며 뛰고 굴렀다. 공을 차고 집에 오다 얼마 전 생긴 동네 마라탕 가게에서 마라탕, 마라반, 마라향궈를 먹었다. 별미는 별미다. 그래도 우리 음식이 낫다는 생각.


기름기를 배에 채우고 집에 오니 졸렸다. 집 정리 좀 하고 커피 한 잔 마시는데 우연히 달럭의 문구가 눈길을 잡았다.

어리석은 자는 한 평생 어진 이를 섬겨도 진리를 깨닫지 못한단다. 나도 숟가락처럼 음식만 떠 나르는 그런 도구에 지나지 않을까? 삶의 진리까지는 아니라도 삶의 방향과 방식은 알고 싶다는 욕심을 내보여본다.

한숨 자고 있는데 가족회의 했다는 동생이 술 한잔 마시고 싶다며 전화가 왔다. 오전엔 즐거웠는데 오후엔 속상한가 보다. 진해 친구 집으로 함께 갔다. 수다와 잡담으로 시간을 흘려보냈다. 어쩌면 이런 수다가 더 힘이 될지도 모르겠다. 시끌벅적 시간은 흐르고. 집에 와 지친 몸을 뉘었다.


아내는 동생의 아내와 또 다른 시간을 위해 나갔다. 대단한 아내. 역시 좋은 사람이다. 내게만 좀 엄하긴 하지만.


자다가 방을 뺏겼다. 세 여인이 집에서 수다를 위해 급습했다.


생활 속에서 성장하는 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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