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탁주(막걸리)를 담아보아요

일상의 변화 그리고 추억

by 말글손


#수제 탁주


#막걸리 담기



어릴 적엔 엄마가 담근 탁주가 그리 맛있었다.


아랫목에서 쿰쿰하게 피어오르는 향도 좋았고


몰래 손으로 집어 먹는 맛도 일품이었다.


먹을 게 없어 더 그랬겠지.



탁주를 거르고 남은 지게미를 쪽쪽 빨아먹다 보면 기분도 좋았다.



농사일에 탁주는 기본이었으리라.



집에서 추억을 살려 탁주를 담기로 했다.



시골 장에서 누룩을 한 덩이 샀다. 어머니 병원 약 타러 갔다 누룩도 사고 시금치도 캐와 나누고 나니 기분도 넉넉하다.



먼저 샤워를 하고 지난밤 묵은 마음의 때를 벗었다.



이제 시작.



누룩 쌀 물 항아리


누룩 600g쯤


쌀 2kg 300g쯤


물 5l쯤



대충 정성껏.



집에 장독을 씻어 말리고 고두밥을 쪄야 하는데 도구가 부족해 밥을 되게 했다. 덕분에 누룽지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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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오래 묵은지 모르는 매실액이 죽었다. 깨끗이 씻고 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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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장에서 사 온 누룩을 돌로 찧었다.


누룩은 그리 가루처럼은 아니고 적당히 잘게 빻았다.




밥을 솥에 안쳤다. 고두밥이 잘 되길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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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을 말리고 신문을 태워 소독.


며칠 전 세차하면서 버린 짚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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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하고 나온 누룽지로 숭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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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잘 식혔다. 고들고들 밥이 잘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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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과 누룩을 잘 섞어 비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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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에 잘 넣고 물 부어 끝.



이제 한 삼일은 따뜻한 방에서 띄우고, 일주일은 시원한 곳에서 띄워보자.



기다림이 길다.



기다림


말글손 時人 장진석



다시금 돌아가려 애써도 마음처럼 되지 않겠죠


엄마의 기억처럼 아이는 순수하게 있지 않겠죠


손맛이 최고라며 엄마를 따르던 아이는 이제는


제 살기 바빠서 어느샌가 엄마 품을 떠나버리고


늙은 어미는 홀로 방에 앉아 방문만 바라봅니다



쌀 두 되에 누룩을 빻아 넣고 시간만 기다려 봅니다


치킨 한 마리 15분 밥솥도 쾌속으로 15분 빠름


빠름에 익숙한 느림에 지친 일상의 욕심이 오늘도


기다림이란 긴 시간의 여행이 주는 애틋함을 잊고


사랑도 기다리지 못하고 이별도 기다리지 못하는


끝내 자신조차 잊어버리고 달려야만 하는 오늘의 나



탁주를 담가놓고 기다리길 시작합니다 잊어야 오겠죠


엄마도 방문을 바라보다 지쳐 잠들면 '엄마'하고


소리치는 아들 목소리가 문득 대문간에서 들려오면


그제야 "바쁜데 머하로 오노" 하면서 속으로는


'와 이제야 오노? 보고 싶었거마는' 하는 기다림의


끝자락에 다시 이별을 기다리며 밤을 지새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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