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덕장아찌를 담아보다

맛보다는 마음

by 말글손

금, 토 사천에 다녀왔다. 양일간 만난 아이들의 미래를 응원한다.


토요일, 오후 3시에 집에 도착. 허겁지겁 라면을 끓여먹고 고향으로 향했다. 비가 올 듯했지만, 겸사겸사 가는 길이라 별 편안한 마음으로 출발했다. 고추, 오이, 호박 등 몇몇 모종을 사고 집으로 가는 길에 블루베리 묘목도 샀다. 집에 도착하니 비가 조촐히 내리기 시작했다. 밀린 잠을 채우고 있는데 전화가 왔단다. 뭐! 아이코!


형님도 조카와 같이 왔다. 라면에 족발을 먹으며 소주 한잔으로 형제의 회포를 풀었다. 비가 내려 일요일의 일정이 미정이 되었다. 모종을 심고, 묘목을 옮겨 심고, 밭에 거름을 내려고 했는데 생각처럼 될지 걱정이었다.


저녁 늦게까지 텔레비전을 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로 쌀쌀한 봄날의 저녁이 저물었다.


아침 잠길에 귀를 쫑긋 세우니 역시나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불속으로 파고들었다. 잠시 빗소리가 그쳤다.

음. 일어나야겠군. 밀린 잠이 그리웠지만, 해야 할 일은 해야지. 시골 생활은 자연이 허락하는 만큼 내가 가질 수 있다. 그러니 자연과 더불어 살아갈 수밖에.

그런데 또 비가 내린다. 이런!

또 누웠다. 시간이 참 잘 간다. 누워있는데도 시간은 간다. 간단히 아침을 먹고 이래저래 시간을 보냈다.


잠시 비가 다시 그쳤다.


- 오늘 더덕 캐 갈 거가?

조카가 직장에서 이런저런 이야기 중에 더덕 이야기가 나왔고, 시골 더덕 이야기를 했는데 다들 조금씩 팔라고 한다고 했다. 결국은 성화에 못 이겨 더덕을 캐러 왔다고 했다.

나눠먹으면 좋으니까. 그래도 조금만 더 있으면 더덕 줄기도 확 올라올 거라 지금이라도 캐야 한다. 일주일을 더 기다리면 아마 먹기가 힘들지도 모르니 비가 와도 캐야 하지 않겠나라며 이런저런 이야기 중에 비가 살짝 그쳤다.

-가자. 지금이라도 후딱 캐 오자.

아이들은 걸어가고, 형과 나와 조카는 차를 타고 이동했다. 집을 나오니 다시 비가 내렸다. 그 사이 길을 나선 아이들은 동네 농구기 창고 같은 곳에서 비를 피하고 있었다. 귀여운 녀석들. 시골 생활은 그렇게 자율이 강화되는 곳이다.


밭에서 더덕을 조금 캤다. 밭이 척박해서인지 더덕이 크지도 않고 모양이 고르지도 않다. 하지만 자연은 자연 그대로 '스스로 그러함'을 만들어가니 제 모양이 어떤 지 뭔 상관이랴.


https://www.youtube.com/watch?v=yYIgGfTdbL4

조카가 동료들과 먹을 만큼 싸가고 남은 거 조금 싸와서 집에서 뭔가를 하려다 더덕장아찌를 만들어 볼 생각이 났다.

생전 처음이지만, 무식이 용감이라 하지 않던가?


어린 더덕을 고르고, 칼집을 내고, 두드리고, 줄기와 잎까지 한꺼번에. 그리고 무엇보다 된장이 잘 스미게 비비면 끝. 그리고 이렇게 2-3일을 두고 먹어보리라. 맛은 모르지만, 건강에는 좋을 듯.


끝나고 인터넷에 더덕 된장 장아찌 검색하니 엄청 많이 나온다. 다들 대단하시군...

그래도 나의 완벽한 더덕 된장 장아찌가 더 나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로.. 하루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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