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탉의 하루

예전에 쓴 글입니다

by 말글손

이른 아침을 깨우는 일이 수탉의 임무라 하지만, 늦잠에 길들여진 수탉도 수없이 많습니다.
저도 그런 수탉입니다. 암탉보다 가족을 돌보지 못하지만, 밖에 나가면 언제나 멋진 벼슬을 자랑하며,
'에헴'하고 다닙니다. 하지만 찾아오는 친구도 그리 많지는 않지요.

일요일이지만, 나름대로 다들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겠지만, 저는 오늘도 빈둥대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일어나서 쌀 몇 알을 배에 채우고, 어린 병아리 두 녀석을 데리고 하루를 뭘 하며 보낼까 생각하다 잠이 들었습니다. 한 시간 넘짓 게으름을 피우다, 벌떡 일어나 병아리들을 재촉합니다. 엄마 닭은 벌써 나가고 없습니다. 엄마 닭은 할미 닭과 집안 모임에 갔나 봅니다.

병아리들과 책 방에 들러, 꼴에 어울리지도 않는 글자와 그림을 만지작대다 대충 마쳤다고 자부하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에 오니 설거지가 한가득이고, 정리해야 할 깃털도 한가득입니다. 물에 젖은 깃털을 널어 말리고 저녁 먹을 설거지를 대충 하고 나니, 큰 병아리 학교 입고 갈 깃털을 다려야 합니다. 저도 내일 폼을 좀 잡으려면 하얀 깃털을 좀 다려야 할 판입니다. 깃털을 다리며, '우리네 인생이 참 돌고 도는 벽시계 추와 같구나.' 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습니다. 마당 화분에 자라는 더덕을 조금 옮겨 심고 나니, 그래도 기분이 조금 낫습니다. 이래서 동물은 자연과 함께 해야 마음이 안정이 되나 봅니다.

조금 있으면, 밖에서 뛰노는 병아리들 밥을 먹여야 하는데, 무슨 모이가 좋을까요? 하루 종일 만지작대던 글자를 조금 더 고쳐보라고 형님들이 닦달을 합니다. 치밀한 구성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인생이 이렇게 헛구멍이 많은데, 글을 어떻게 치밀하게 구성할까요? 글도 인생처럼 늘 느슨하게 쓰다 말고 싶습니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무난히 잘 흘러갑니다. 수탉이 되고 싶은 수탉은 언제 조금 더 자랄까요?
이렇게 하루도 고맙습니다.
#하루48시간
#말글손 #모든문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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