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산다는 건

사람이 되어가기

by 말글손

아버지가 되고서야 겨우 알았지요

태어나서 꼬마시절 밥을 먹는다는 건
너무 당연히 때가 되면 밥이 나오다고
넉넉하진 않아도 배는 곯지 않았으니

철딱서니가 생길 무렵 밥을 먹는다는 건
너무 당연히 부모님을 도와주면 된다고
넉넉하진 않았어도 배는 곯지 않았으니

그 이후로는 밥을 먹고 산다는 건
그저 내 잘난 맛에 내가 원하면 먹는
너무도 당연한 그런 선택의 문제였다고

청년이 되고 배를 곯기 시작하면서
내 한 입 건사하는게 이리 힘들고
애가 닳고 외로운 싸움이란 걸 알았죠

아버지가 되고나니 어른 말 틀린 거 하나 없다고
가슴에 새기고 새깁니다 세상에 제일 좋은 소리
내 새끼 입에 밥 들어가는 소리 내 논에 물 들어 가는 소리

아이들의 밥을 챙기며 나는 아버지가 되어 갑니다.
엄마 밥 챙기면서 나는 겨우 사람이 되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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