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 배가 부글거렸다. 간밤 잘 먹고 잤는데, 잠든 사이 사단이 난 모양이다. 변소에 다녀왔다. 시계를 보니 5시 50분. 뭐 그리 이른 시간도 아니었다. 그래도 올빼미족에 가까운 나기에 아침 잠을 좀 더 자고 싶었다. 하지만 늘 언제고 깨어 있으면 할 일은 있다. 쌀을 씻어 밥을 앉히고, 스스스 이불 속에 누워 밥이 익길 기다렸다. 온갖 환상이 눈 앞을 어른거렸다. 낯선 수백의 얼굴이 스치고 산과 바다와 섬이 시시각각 모양을 바꿨다. 잠에 빠질 요량인듯 했다. 그때, 알람이 울렸다. 이제 아이들 아침을 차려야한다. 부시시 나오니 장모님도 애들 챙기느라 나오셨다.
-잘 주무셨어예?
-어
-어머이 아침 자시낍니까?
-아니
-그라모 들어가이소.
아침 잠질에 둘 다 팅 하다. 김치를 볶고 햄도 조금 구웠다. 이런 아침은 싫어하지만, 간단하긴 하다. 애들이 밥 먹는 동안 신문을 뒤적였다. 새 소식들이 많다. 전국 소식은 인터넷으로. 지역 소식은 지역 신문으로. 그 사이 애들은 하나 둘 집을 떠난다. 잠시 아쉽다. 나도 나가야지 하면서 나도 집을 나갔다 밤이 으슥하면 기어들어 오겠지. 어느 날 문득 집이 낯설게 느껴진다. 어리면 집을 터전 삼아 살았는데 이제 집은 잠자는 곳이 되고야 말았다. 그런데 아파트 값은 왜 이리 오르지? 진짜 나무 위 둥지 같구먼. 어느 날 문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