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레

by 말글손

굴레


눈이 큰 아이는

새벽 시장에 팔려나가기 싫었을까

엄마와 헤어지는 게 싫었을까

네 발로 버티고 몸을 뒤로 쭉 빼고는

커다란 눈망울에 눈물이 맺혔다

여지껏 코뚜레도 뚫지 않은 송아지

그 눈에 맺히는 눈물이 시려

아버지가 미웠다


제법 청년 티가 나는 녀석은 여지없이

노간주 나무를 뾰족하게 깍아내어

사정없이 커다란 코에 구멍을 내었다

어른 소가 되려면 거치는 과정일까

소를 잘 부리려는 사람의 요량일까

울부짖는 소리에 가슴이 시려

아버지가 미웠다

요새 세상은 코뚜레도 없지만

저 철창에 갇혀 잘 먹는 소를 보면

자유가 그런걸까 싶다는 마음에

차라리 코뚜레 꿰고 들판을 자유로이

걷는 자유가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차라리 코뚜레 꿰고 사람과 교감하며

애정을 받는 게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스친다.


코뚜레와 철창

어느 것이 자유일까

스치는 생각에 내 인생의 굴레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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