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일기 8

뭐가 고마울까?

by 말글손

현충일이다. 10시가 되니 온 나라에 묵념의 소리가 울렸다. 퍼뜩 정신이 들었다. 훈서는 태극기를 달았다. 조기를 달라고 미처 말하지 못했다. 고쳐 달았다. 기본적 의례. 우리 부모들은 몰라서 알려주지 못했고, 학교를 통해 배웠다. 그렇게 우리는 사회에 맞춰 성장했다. 태극기가 골목에서 제법 날린다. 그래. 지나는 갔지만 잊지는 말자. 늦게 일어났다. 그래도 피곤하다. 아홉시까지 자 본 게 얼마만인가? 더 자고 싶었는데 소변도 마렵고 머리도 아프고 집안도 시끌벅적하다.매일 좋은 글을 필사해서 올려주시는 월산초 학부모 독서회 권수정님. 정말 대단하고 고마운 일이다. 고샛별, 최수경, 이삼숙, 구희진, 설진명 님. 모두 고마운 인사를 한다. 사는 맛이 깔끔하다. 가족과도 이게 가능하다면 얼마나 감사할까. 한번 해보긴 해야겠다. 장인 제사라 네 딸과 장모님이 아침부터 바쁘다. 사느라 바쁜지, 덜 해도 되었는지, 재능이 다른 데 있는지 다들 부엌일은 서툴다. 그래서 또 사람이 있다. 집이 비좁다. 물론 장모님 집이다. 난 얹혀 산다. 입 다물어라. 내 할 일 열심히 하자. 얼마 안 있으면 아버지 제사다. 그땐 나 혼자서 해야겠지. 본가 형제들도 부엌일은 거치니 뭐 어쩌겠나. 떠남과 남음의 기준이 나라는 사실은 어쩔 수 없는 현실. 떠난 이들을 기억하는 남은 이들의 몫. 난 자유주의자지만 개인으로만 살 수 없으니 같이 가야겠지. 그래서 어느 정도는 사회 속의 인간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나를 잊지는 말자. 나는 나다. 뭔가 심부름을 해야 할 것 같다며 눈치가 보여 놀러 못가겠다는 정훈이를 등 떠밀어 보냈다. 집 복잡하니 나가서 실컷 놀고 오라고. 배달 가야할 검사지와 결과지가 제사에 밀려 집 밖으로 밀려났다. 차에 실어두고 훈서가 가야하는 창원시 청소년 참여위원 회의에 데려다 주고 왔다. 참. 벽화 견적서. 잠시 일을 해야겠다. 일기는 순간순간 남기다가 일이 생각나면 미루게 되는 묘한 현상의 결과. 몇 가지 서류가 끝났다. 노트북을 열었다 닫았다를 몇 번하고 창원신월초 견적서, 경상남도자치경찰정책협의위원 지원, 벽화 견적서, 그리고 짧은 글을 미완으로 두고. 엄마랑 통화하고 집에서 뒹군다. 형님이 준 중고 골프채와 낡은 가방. 아내가 못내 불만인지 가져가라 할 거란다.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게 속 편하다.서울 처형은 또 가야하네. 잘 가시고. 참. 오늘 경남 그린뉴딜 아이디오톤 청중 평가단 하고 경남평생교육진흥원 강사 지원에 뭐가 빠졌다고 에고.문화썰방 보고서. 휴일이 간다. 제사가 끝나면 오늘도 끝나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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