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일기 28

엄마 보러 왔다

by 말글손

일주일에 한번. 치매가 있는 엄마보러 온다. 매주 오진 못해 죄송하지만, 자주 올라 하는데.

쉽지는 않다. 엄마는 같은 말을 몇 번이고 되풀이 한다. 정신이 없다고 한숨에 입맛 없다고 밥도 조금. 오늘 점심은 개발에 꼬막에 오만둥이에 가지, 호박, 방아잎에 고추 넣고 된장국. 풋고추, 형님이 고은 곰국 등등.

바람이 불어온다. 대문가에 앉아 있으니 시원하다. 내 마음도 시원히 바람따라 날아 가고싶다. 하늘도 푸르다. 구름은 희다. 수박은 열매를 맺고 가지도 커지고 더덕도 타고 오른다. 이렇듯 조화는 늘 신비한데, 사람의 조화만 조화롭지 못한 듯하다. 그늘에 매달린 마늘을 보니 내가 곰이려니 싶다. 파를 조금 심었다. 양념장엔 파가 최고지. 여름에 오면 비벼 먹어야지. 아버지 제사가 다가오니 엄마의 자동테이프가 반복되기 시작한다. 제사가 끝나도 얼마간은 그러시겠지. 여든여덟의 삶이 허망해라. 그 고통과 고뇌도 다 잊으시고 이제는 자신만 한탄하니 자식으로 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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