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으로 볼 것을 넘어, 모범을 보이는 것, 그리고......
아이들을 키운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부모가 되어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 고민하는 문제는 잠시 내려두면 더 좋다고 생각한다. 내가 어떻게 아이를 키우길 바라면 아이를 나의 소유물로 보는 것이고 이는 아이를 인격체로 보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나는 이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다. 짧은 생각인지는 모르겠으나, 먹고 사는 것을 해결해주는 일이 가장 시급하면서도 힘든 일임에는 틀림없다.
특히 아이들이 어릴수록. 아직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놈을 데리고 살지만 -이 녀석들도 곧 자신의 의지대로 세상을 살 것이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내가 배웠던 못난 지식은 이미 쓸모없는 기초 지식조차 되지 않으니, 지들 스스로 밥 해먹을 수 있는 단계가 되면 나의 품을 벗어나는 것은 자명한 일이 될 것이다.
돈으로 먹을 것을 해결할 수 있기는 하지만, 그건 스스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제일 중요한 것은 스스로가 밥을 해 먹을 수 있는 지경이 되면, 나는 부모로서의 역할을 다 하는 것이다. 기껏해야 냉장고에 재료 몇 가지를 준비하는 것으로. 교육은 스스로 찾아가는 길이니, 굳이 내가 어찌 할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자식을 교육시켜야하고 공부시켜야하고 세상을 살아가는 지식과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준비를 해 줘야 한다는 아집에 빠져있다. 자연스레 아이와 툭툭 거리기 시작한다. 아마 늙었다는 증거를 지금 내 스스로 드러내고 있는 한심한 실정인지도 모른다.
아직은 늙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애들을 데리고 임항선 라디엔터링에 나갔다. 그나마 내가 보여 줄 것은 이런 것이 전부다.
사람 많은 곳에 이런 복장으로 나간다는 것이 부끄럽다는 아들을 꼬셨다. 너희는 피켓을 들기 싫으니 태극기를 달고 가자, 나는 태극기가 없으니 대한민국 헌법 제 1 장, 제 1 조, 1항과 2항을 들고 나가겠다, 하니 작은 놈이 아빠는 그렇게 하고 싶어요? 부끄럽게, 이렇게 말한다.
난 자신있게 말한다. 부끄럽지 않다, 하지만 이러지 못한다면 부끄러울 것 같다, 그러니 나는 하련다, 고 하니 그러라고 한다.
지나는 길에 한 여자아이가 자기를 욕했다고 한다. 나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지나가라고 말했다. 그게 전부였다. 그리곤 말이 없었다. 그리곤 아무 말없이 그냥 시간은 흘렀다.
금새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아이들은 즐겁게 논다.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다. 그냥 배만 고플뿐이다. 아침을 조금 먹고 나올 것을, 하면서 후회만 남긴다.
아이들은 진짜로 가만히 두면 뭔가를 새롭게 만들어 낸다. 그것이 하찮아 보일지라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 중요한 것은 내 아이들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그렇다는 사실이다. 어른들이 뭘 하라, 어떻게 하라, 라고 주문을 하지 않으면 자연스레 생기는 현상이다. 어른들이 알려줄 것은 언어 능력이다. 터진 풍선으로 손오공의 머리띠를 만드는 것도 재능이다.
인간은 배고픔에 목마른 동물이다. 세상의 모든 생명은 배고픔을 참지 못한다. 먹고 사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지 한방에 보여준다. 길을 걷다 쫀디기 하나에 웃음을 찾는다. 이것이 인간이다.
It's no fun to protest on an empty stomach.
복권은 모든 인간을 기분좋게 만든다. 말 그대로 인간은 횡재를 바라는 이기적인 동물이다. 물론 그 횡재가 세상을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자신이 선택되길 바란다. 다른 분들은 그렇지 않다면 죄송하다. 일단 나는 그렇다. 내 새끼들도 그렇다.
오늘은 삼부자가 모두 당첨되는 대박을 누렸다. 물론 커다란 경품은 걸리지 않았지만, 이런 소소한 선물도 기분이 좋다. 내 우스갯소리로 텔레비전 당첨되었으면, 삼분의 일은 기부하자 했는데, 걸리지 않았다. 아깝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을 아이들에게 이야기했다. 아이들은 왜 기부를 할 것인지 묻는다. 나는 그냥, 공짜로 생기면 나누면 더 좋으니까, 그리고 나도 얼마간은 먹고 싶으니까, 하고 전했다.
아이는 키우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커는 것이다.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꼭 거기까지다. 세상은 이미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아니다. 지들이 살 세상은 지들이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