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올 제자리가 있다는 건 행복이다.
하루가 돌고 돌고 한 해도 돌고 돈다. 그렇게 시간은 언제나 돌고 도는데, 시간이 흐르는 공간은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조금씩 변하고 있다. 시간이 흐르는 이내 몸도 알 수 없는 사이에 조금씩 변하고 있을 건데 하루 이틀은 모르고 지나다 일 년 이년이 지나면 어라? 몸이 좀 변했네 싶다가 십 년, 이십 년이 지나면 아이쿠야. 많이도 변했다 싶다. 시간과 공간이 흐르고 변하는 사이 마음도 변하기 마련인데 하루를 마감하는 어느 순간이 와 자리에 드러누으면 오늘도 늘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며 자책을 한다.
밤 11시가 되니, 늦은 저녁을 먹고, 아들 학원을 태워주고, 아내 회사에 태워주고, 세수 한번 하고 자리 앉았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니 언제나 제자리다. 여기 내 자리가 제자리고,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게 행복이다. 지난 10일을 돌아본다. 잠시 후에 다시 아들을 태우러 가야 한다. 그리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다.
2022년 1월 1일 토요일
연말 송년 파티와 신년 맞이로 하루가 멍
2022년 1월 2일
진해 구술 기록 글쓰기 시작 : 그동안 머릿속에 맴돌던 생각을 정리하면서 글 구성을 잡는 게 예사 어렵지 않다.
2022년 1월 3일 월
진해 구술 : 머리가 멍. 비워두자
사회복지사 자격 신청
2022년 1월 4일 화
오전 10시 팔용동 탄소중립마을 만들기 추진위원회 강의
특강이긴 했는데 다들 만족해주셔서 오히려 내가 즐겁고 고마운 시간이었다.
오후 2시 경상남도교육청 교육정책 공론화 추진단 회의 - 학교중단 예방과 학교 밖 청소년 지원
공부가 공부가 정말 필요한데, 지금과 같은 이 따위 시험 점수용 공부 말고 진짜 공부를 할 수 있는 그런 날이 오려나?
2022년 1월 5일 수
진해 구술 채록 정리와 이야기 글쓰기
구성은 정해졌다. 하루 종일 눈이 빠져라 글을 써내려 갔다. 초고 완성.
2022년 1월 6일 목
오전 10시 진해 구술 채록팀 미팅. 초고 그대로 통과. 오타와 약간의 문장 수정
합성2동 주민자치회 임원진 모임과 저녁에 소주 한 잔
사는 게 쉽지 않다. 그냥 모든 게 다시 돌아 제자리
2022년 1월 7일 금
창원시문화도시지원센터 창문지 발행을 위한 준비와 이안 디자인팀 미팅
원래 계획은 이날이 창문지 완성 날이었는데, 일정이 꼬였다. 그래서 다시 제자리.
2022년 1월 8일 토
엄마 보러 집에 갔다. 고성 시장에 들러 명태를 몇 꾸러미 사서 큰집, 작은 집, 친구 집에 나눠드림.
엄마와 간짜장 한 그릇. 친구와 스크린골프 한 판. 동네 형과 과메기에 소주.
엄마와 수다를 떨다 잠이 들고 말았다.
2022년 1월 9일 일
늦게 일어나 엄마와 점심 한 그릇 먹고, 시금치를 캐고 배추를 빼왔다. 집에 오니 아내는 친구들과 수다 중.
그리고 다들 떠나고 다시 제자리. 주말 동안에 훈서는 친구와 집에서 자고, 정훈인 친구 집에서 자고.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재미있게 놀고 살아가고 있다.
일요일 오후에는 집에서 창문지 작업 시작. 거의 다 해버림. 그래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거임
2022년 1월 10일 월
오전 10시 진해 웅천중학교 반배정 온라인 검사 준비를 위해 교장 선생님 미팅
오전 11시 30분 사무실에 가서 창문지 원고 수정. 거의 끝남.
오후 12시 30분 집에서 아이들과 아내와 밥을 먹음. 사방팔방 다니는 일이지만, 집과 사무실이 가깝다는 게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 가끔은 헷갈림. 이제 사무실을 뺄 때가 되어 간다 싶다. 그래서 다시 제자리가 되겠지. 아무것도 가지지 않았던 그 시절로 말이다.
오후 2시 함안교육청 학교 운영위원장 간담회 퍼실리테이션을 위한 사전 협의회
준비를 한다는 건 언제나 긴장의 연속이다. 잘하고 싶다기보다는 잘 넘어가고 싶은 생각이 더 많다. 그러니 언제나 제자리를 맴돈다.
오후 3시 30분 사무실에 돌아왔다. 아르바이트를 시킬 학생이 왔다. 아시는 교장 선생님의 부탁으로 예비 고1 학생 아르바이트 자리가 있겠냐 하길래 내가 짬짬이 시켜보겠다고 했다. 먼저 진해 구술 오타를 잡으라고 했다. 비용 2만 원. 부족하진 않겠지. 오늘은 한 시간 우편물 작업을 부탁했다. 한 시간 할 일이었는데 두 시간은 넘게 걸렸다. 그래서 시간당 1만 원 책정. 점심을 안 먹었는데 저녁에 운동을 간다길래 뭐 사 먹으라고 5천 원 투척. 총비용 4만 5천 원. 악덕 업주는 되지 않으리. 그래서 오늘은 수입은 없는데 지출이 있었기에 제자리. 인생은 돌고 돌아 제자리.
저녁 7시. 원래는 경제교육팀과 소주를 한 잔 하기로 한 날인데 경남도민일보지면평가위원 2022년 첫 회의가 있어 참석했다. 매달 숙제를 검사받는 기분이다. 오늘은 2022년 위촉장을 받았다. 구주모 경남도민일보 사장이 내 이름을 보면서 1986년 서진룸싸롱 사건을 이야기했다. 유명한 사건이지. 그래서 다시 제자리.
오늘 세 분의 위원님이 그만두시고, 두 분의 위원님이 오셨다. 첫인사와 마지막 인사를 마치고 다시 모두가 제자리로 돌아갔다.
잠시 후에 자리에 드러눕게 되면 진짜 제자리로 돌아가겠지. 돌아갈 제자리가 있다는 것은 실로 어마어마한 행복이다. 돌고 돌아 제자리는 참 행복한 말이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