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은 결코 고요하지 않다. 고요한 숲 속을 따라 아침 산책을 하면 마음은 촉촉이 상큼해진다. 고요한 노을이 내린 숲 속의 어둠 속에서 정적이 주는 안정을 느낀다. 하지만 이건 개풀 뜯어먹는 소리이다. 숲은 결코 고요하지 않다. 고요하다고 생각하는 그 숲에 낯선 이방인이 마치 주인인 양 끼어든 우리 때문에 숲은 잠시 숨을 죽일 뿐이다. 숲은 살아있다. 미천한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지 못하지만, 숲은 엄청나게 바쁘게 그리고 굉장히 소란스럽게 살아 움직인다. 활기차게 살아 움직이는 고요 속의 폭풍을 드러내지 않은 채 그들만의 삶을 이어각 있다. 인간 세상만 살아남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활기차 보이는 것은 아니다. 당신의 집에 누군가아 불쑥 주거침입을 했다고 생각해보라. 과연 우리는 평소처름 우리만의 생활을 이어갈 것인가? 아니면 우리만의 공간을 지켜내기 위해 안간힘을 쓸 것인가? 숲도 마찬가지다. 풀벌레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풀벌레가 없는 것은 아니고, 들꽃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들꽃이 없는 것도 아니다. 새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새가 없는 것도 아니다. 단지 우리 인간의 눈으로, 귀로, 피부로, 가슴으로 느낄 수 없을 뿐이다.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