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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글손 Aug 06. 2023

일기에서 바로보다

일기 한번 안 써본 사람있을까?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 의무적으로 일기를 적었다. 오늘은 무엇을했다로 시작해서  참 재미있었다로 끝나는 짧은 몇 줄에서부터 마음을 담아낸 소중한 반성과 깨달음을 담은 긴 글까지일기는 사람마다 제각각의 개성을 담고 있다. 변해가는 건  일기라기 보다는 가계부나 업무일정표, 농업일기나 사업계획, 학습계획이나 여행계획처럼 그 형태가 다양해질뿐. 학창시절 검사를 위한 일기에서는 늘 좋은 걸 쓰야한다는 강박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부끄러운 일이 들킬까봐서 없는 행복과 즐거움을 지어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연필에 침을 발라 즐거웠다에 마침표를 꾹 찍고나면 그냥 오늘도 기분이 좋은 날로 마무리되는 듯 했다. 그러다 중학생이 되면서 일기는 잠시 접어두었다가 고등학생이 되면서 혼자의 시간에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자아의 개념이 그렇게 조금씩 성장했는지도 모른다. 불쑥 힘들어 하거나 슬펐거나 삶을 고민하는 글을 보면서 그때는 무슨 고민이 그리 않았나 싶기도 하다. 가끔 일기를 쓴다. 왜 일기를 쓰는지 여전히 명확히 알 수 없지만 펜을 들고 긁적이는 몇 줄에서 나의 하루와 가족의 하루와 마을의 하루에 대해 돌아보고 내일을 바라본다. 마음에서 일어난 소리가 입으로 나오고 손으로 쓰이면 눈으로 보이고 온 몸이 느낀다. 나의 오늘이 어제와 내일을 담고 있다는 사실을. 바른 마음으로 바른 말과 바른 글과 바른 행동은 자신에게서 시작된다. 난중일기나 안나 프랭크의 일기가 유명한 이유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남겨둔 일기의 힘이리라. 요즘은 일기도 손안에 다 들어왔다. 사진과 몇줄의 글로 일상을 남겨둔다지만 요즘 일기도 누군가에게 검사 아닌 검사를 받기위한 일기장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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