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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글손 Nov 11. 2022

짬을 내다

가리비 속의 진주를 찾다

바람이 차가워지면 가리비가 맛있어진다. 아니 원래 맛나다. 가끔 가리비를 삶아 먹으며 내가 뭔 자질이 있다고 널 잡아 먹나 싶다가도 가리비 껍질 속에 작고 빛나는 알이 하나 들었을까 하며 눈을 부라리는 날 보면 영락없는 속물이다. 어쩌다 깨알만한 구슬 조각이 보이면 횡재했다며 아들 손바닥에 올려놓고 한참을 이야기한다. 얼마나 긴 시간이 흘러야 진주 하나 생기고 영글어 가는지, 모르면서도 아는 척을 한다.


내게도 세 척이 남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면서 말이다. 밤잠을 설쳤다. 세 시가 되서 잠이 들었다가 아침부터 글자와 숫자와 씨름하다 몸으로 씨름할 내일의 체육대회 준비로 동사무소를 들락거렸다. 고장난 밥솥을 맡기고 한 시간 말로 씨름하러 나온 사이 잠시 머리를  식힐 겸 폰 자판을 두드린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어느 시인의 한 행이 귀에 맴돈다. 해변으로 내려가다 진짜 이야기는 잃어버리고 말았다. 거의 모두가 그런 거 같은데. 표현이 참말 좋다.


나도 폰을 열다 진짜 이야기는 잃어버리고 그저 좋아보이는 이야기만 찾고 있으니 말이다. 온갖 sns에 떠도는 이야기도 그저 겉모습만 남는 그런 진짜와 가짜의 중간쯤. 이제라도 나의 진짜를 알고 싶지만 나의 진짜는 어느새 사라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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