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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글손 Oct 12. 2023

인도의 노 철학자, 오쇼라즈니쉬의 이야기를 담은 배꼽

인도의 노 철학자, 오쇼라즈니쉬의 이야기를 담은 <배꼽>     

현대 사회의 모습을 닮은 짧은 비유

지금에 충실하면서도 삶의 성찰을 찾다     

  살면서 그토록 많은 이를 만나지만, 누구 한 명을 콕 집어 가장 소중하다고 할 수 없듯, 살면서 읽은 몇몇 되지 않는 책 한 권을 콕 집어내는 것도 쉽지 않다. 삶에서 책 한 권 고르는 일이 이토록 어렵다. 아마 또 다른 누군가를 글로 만난다는 사실 때문이리라. 감히 다른 이에게 소개 할 자신이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는 까닭이다. 

  내 삶은 어디서 시작되고, 어디에서 왔는가를 생각했다. 저 광활한 우주의 또 다른 우주인 부모에게 받은 육신과 영혼의 연결고리가 ‘배꼽’이라는 사실을, 또 하나의 우주인 ‘나’의 중심이 ‘배꼽’이란 사실을 알아차리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유가 있어 태어난 것이 아니라, 태어나니 살아갈 이유가 생겼다는 법륜 스님의 말씀처럼 우주와 우주를 연결하는 탯줄의 흔적. ‘배꼽’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줄까. 과거와 현재를 잇고,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그 연속선상의 유일한 흔적이지 않을까 한다.  

  인도의 철학자인 오쇼라즈니쉬는 “자신의 일은 새로운 인간이 탄생하도록 기반을 닦는 것이며, 새로운 인간을 ‘조르바 붓다’”라고 했다. ‘붓다’는 종교를 넘어 삶의 깨달음을 얻은 이를 지칭한다면, ‘조르바’는 세상의 행복과 내면의 성찰을 동시에 찾아가는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의 주인공을 떠올리게 했다. 자유롭지만, 사랑과 자비가 넘치는 사람, 현실을 외면하지도 않지만 내면의 평화를 찾는 사람. 지금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한참을 망설여도 쉬이 답이 나오지 않았다. 오쇼라즈니쉬가 우리에게 하고자 하는 말의 숨은 뜻은 무엇일까? 오쇼라즈니쉬가 우리에게 던지는 삶의 이야기를 엮어낸 책이 <배꼽>이다. 이 책은 예전 어느 중고 서점에서 눈에 띄어 손에 쥐었다. 낡은 표지와 속지는 색이 바랬지만, 그저 제목을 외는 것만으로도 작은 설렘을 주었다. 내가 누구이며, 내가 무엇이며,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바늘 끝으로 살짝 찔러주는 따끔한 비유가 파편화된 세상에서 전체를 볼 수 있는 힘을 주었다. 

  어느 카페의 책장에서 발견해 훌쩍 읽어 내려간 최운규 작가의 <물속의 물고기도 목이 마르다>나 우화로 지혜를 전하는 <탈무드>처럼 오쇼라즈니쉬의 <배꼽> 역시 사진과 영상에 익숙해진 현대인이 단순하지만 쉽게, 짧지만 즐겁게 책 속의 재미에 빠질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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