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말글손 Feb 23. 2024

아쉽다? 아! 쉽다.

아쉽다? 아, 쉽다!      

 

  “이번에 나온 결과에 대해 만족해?” 입시를 마치고 느슨해진 시간을 보내는 아들을 보며 물었다. “많아 아쉽죠. 조금 더 시간을 알차게 보냈으면 하는 후회도 많고요.” 혼자서 묵묵히 제 길을 걸어온 아들은 지금의 결과를 수용하고 성실히 대학 생활을 하겠다고 한다. “그래도, 섭섭하거나 서운한 건 없어요. 믿어줘서 고맙습니다.” 결과에 대한 아쉬움은 자신이 흘려보면 시간에 대한 후회가 묻어나는지도 모르겠다. 다행히 타인에 대한 서운함이 없어 다행이다. “넌 고등학교에 갈 건데, 중학교 시절에 대해서는 아쉬운 건 없니?” 둘째는 본인이 지원한 고등학교에 입학한다. “뭐, 특별하게 아쉬운 건 없는데, 후회되는 건 좀 있죠. 고등학교에서 열심히 하면 돼요.” 시원하게 답을 한 아들들은 다시 자신만의 시간을 만끽했다. 지금의 즐거움이 훗날의 아쉬움으로 남지 않길 바랐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처음으로 받아쓰기와 산수를 배우면서 쩔쩔매던 꼬마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받아쓰기에서 2~3개를 맞춰오고, 산수 계산도 어렵다고 애를 먹고 쪽지 시험에서도 서너 개를 맞아 울던 꼬마들. 정성을 쏟은 과정이 없다면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올 수 없다는 단순한 사실은 후회가 밀려올 때 깨닫게 된다. 그런 아쉬움이 다시 삶의 순간에 정성을 쏟을 동기를 준다. 처음으로 계란프라이를 했던 기억이 난다. 곤로에 불을 붙이고, 낡은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살짝 두르고, 이리저리 팬을 움직였다. 적당히 익었다 싶어 엄마가 하듯이 계란을 휙 던져 뒤집으려 했다. 계란은 반은 부뚜막 끝에 걸치고, 반은 흙바닥으로 내팽개쳐졌다. 계란 하나도 귀하던 시절이었기에 훌륭한 영양 반찬을 잃어버렸다. 떨어진 계란을 한참을 보며 아쉬움에 떨었다. 별 시답잖은 도전을 후회했다. 그러는 사이 계란프라이 뒤집기는 식은 죽 먹기가 되었다. 시골에서 낯선 도시로 고등학생이 되어 올라 올 때의 긴장과 설렘으로 작은 실수도 잦았다. 너무도 닮아있는 창원 반지동의 빨간 벽돌집을 지나, 처음 만나는 아파트 단지. 버스 정류장을 잘못 내려서 ‘지난 정거장에서 내려야 했는데’하는 아쉬움도 잠시, 자취방을 찾아가며 도시의 길을 걷는 맛도 느끼고 길도 익혔다. 자취하면서 혼자 먹고 살아야 한다는 걱정도 잠시 언제 그랬냐는 듯 도시 생활에 젖어버려 시골의 고요함이 오히려 낯설어지기도 했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 잘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이렇게 하면 되는 건가요? 확인 부탁드립니다.” 모든 일은 처음이 있다. 설레기도 하지만 두렵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수많은 순간을 마주한다. “어떤 부분을 조금 더 세심히 살펴볼까요? 어떤 점이 힘들었나요?” 세상일이 마음처럼 척척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일상에는 그런 일이 쉬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늘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아쉽다’라는 말은 결과를 받아들이되 더 나은 내일로 나가기 위한 발판이다. 처음이 있고, 그 처음을 넘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조금씩 나아지는 과정, 그 과정에서 배움이 일고, 성장이 일어난다. 처음 덧셈과 뺄셈을 배우던 때, 곱하기와 나누기를 배울 때 얼마나 힘들었던가? 낯선 알파벳을 처음 접할 때는 그렇게 어렵고 힘든 일이 하다 보니 조금씩 몸에 익어가지 않았던가. 

  수많은 ‘아쉽다’를 뒤로 하고 ‘그래, 다시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하고 또 하면 ‘아쉽다’가 어느새 ‘아! 쉽다’로 되는 순간이 올 것이다.  


https://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904491


매거진의 이전글 손으로 쓰고 기계로 읽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