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글쓰기가 인기가 있었고, 작가가 이렇게 꿈의 대상이 되었나
내 어릴 적 추억에 백일장에 나가본 적은 딱 한번! 무슨 이유였는지는 모르나, 고성군 백일장에 나가 장려상으로 공책 두어권을 받은 것이 나의 글쓰기 추억의 전부다. 그렇게 시작된 나의 글쓰기는 수십년을 묵은 장롱 속에 묵었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 참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신기할 따름이다.
기록을 남기는 일은 세상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매체로 가능해졌다. 예전 같으면, 글과 그림이 전부였다면, 점차 사진과 영상으로, 이제는 그 흔하디 흔한 SNS에 사진과 글과 영상으로 언제든지 편리하게 기록을 남길 수 있게 되었으니, 이 얼마나 멋진 세상이 되었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종이로 된 글쓰기에 열광하고 있다. 물론 책을 내고 싶은 마음이다. 이것이 글쓰기의 최종 목적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글을 왜 쓰고, 책을 왜 내려고 노력할까?
많은 이들은 글쓰기의 매력에 빠져있는 듯 하다. 이들이 글을 쓰는 이유도 각양각색이다. 이 모든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지는 듯 하다. 아무런 사심없은 순수한 글쓰기와 특정의 목적을 가지고 세상에 자신을 남기는 글쓰기.
순수한 글쓰기는 말 그대로 순수한 개인의 일기와 같은 것이다. 타인에게 읽히길 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기록으로 남길 원하는 그런 기록 말이다. 이런 글쓰기는 자신의 죽음과 함께 영원히 사라져야만 가능하다. 안타깝게도 그런 글쓰기는 지금까지 보지 못하였다. 어떤 이유에서든 글은 남아 그 사람의 역사를 기억하게 한다. 이 것이 진정한 글의 힘이다. 죽음의 순간 그가 그 글을 가지고 무덤으로 가지 않는다면 말이다.
결국 글쓰기는 목적을 지닌 하나의 외침이다. 세상을 향한 마음의 외침. 이를 소리라는 언어를 선택하지 않고 글이라는 문자로 선택한 과정이다. 시대별로 글은 많은 가르침과 배움을 전하였다. 글이 없었다면, 우리 인류의 문명은 이렇게 발전하지 못했다는 것이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일 것이다. <사람도서관>이 인기를 끌기도 하지만, 글만큼 전파력이 강하지는 못하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글보다는 영상이 대세를 이루다보니 글을 읽는 이들이 점차 줄어든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글자가 주는 묘한 느낌은 참 신기하다. 읽는 이의 마음에 따라 글은 다른 모습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니 세상에 이처럼 화려한 이미지의 부활을 글 말고는 무엇이 노래할 수 있는가? 그렇기에 모든 글은 목적을 가진다. 세상에 일침을 가하기 위해, 또는 일신의 부귀영화를 위해, 명예를 위해, 사회적 지위를 위해 많은 이들이 글을 쓰고 있다. 이것이 바로 글의 부활이고, 글의 목적이다.
나 역시 글쓰기의 목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한낱 무지렁이에 불과하다. 무엇을 쓰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손이 가는대로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으니 나는 도대체 왜 글을 쓰고 있는가?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글을 쓰는 것도 아닌데, 머리 속에서 뒤엉켜 지나가는 말없는 소리들을 옮겨 적고 있는 지금의 내 모습을 보면 참 우습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하다. 나는 글을 쓴다. 왜 쓰는지를 굳이 묻지 않아도 좋으리만틈 아무런 생각없이 글을 적는다. 유명한 작가의 말을 인용할 줄도 모르고, 이미 내 말 속에 그들이 말이 숨어있는지도 모르고, 나는 생각나는대로 글을 적어 나갈 뿐이다. 그러다 문득 한 줄기 서광이 비치리라는 막연한 기대만 마음 깊숙히 아무도 몰래 숨겨놓고.
누군가는 내게 왜 글을 쓰냐고 물었다. 나는 모른다고 답했다. 뭔가 자랑하고 싶거나, 뭔가 추억을 남기고 싶거나, 뭔가 뭔가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 할 뿐이라고 애써 담담한 척 말했지만, 아직도 나는 알 수가 없다. 그러나 한가지는 확실하다. 글을 쓰는 일은 반드시 해야하는 일이라고 말이다. 지어낸 이야기건, 그렇지 않은 사실의 이야기건 모든 사람은 글을 써야하는 명백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바로 본인의 내면이 숨어 있을 것이다.
다른 이는 절대로 알 수가 없다.
그런데 왜 요즘 글쓰기가 인기가 있을까? 왜 작가가 되고 싶어 모두 안달일까? 그렇다면 나는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언제쯤이나 나는 이 질문에 얄팍한 대답이라도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