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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Jan 04. 2021

옥자의 진실

소가 넘어갔지요~

봉준호 감독의 '옥자'를 보기 전 옆구리 왈,

"왜 옥자냐면 다리 여덟 개 달린 돼지라서 그래. 옥토퍼스octopus 가 8이잖아."

그래?영화가 시작되자 열심히 찾아봤다.
유전자조작 돼지라서 다리가 여덟 갠가 봐~
걸을 때 힘들겠다~ 생각하며.

봤더니 개뿔!
다리가 뭔 여덟 개여? 네 개구만!!!!
옆구리한테 막 승질 냈더니...

"그걸 믿었어?거짓말인데 홀랑 넘어갔네~ ㅎㅎㅎ"

으이그~~~ 못 말려~~~

영화 옥자는 아카데미 4관왕 봉준호 감독의 2017년작이다. 스트리밍영화인데 한국 개봉 당시 넷플릭스와 극장의 동시 개봉으로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국내 메이저급 극장 3곳(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이 홀드백을 보장하지 않아 상영을 보이콧하면서 개인영화관과 예술영화관에서만 개봉되었다고 한다. 이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옥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다.

인간의 탐욕에 의해 비밀리에 유전자복제돼지를 만들고, 이 돼지들을 공장식도살장에서 처리하는 살풍경한 모습들을 통해 육식과 동물권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봉감독은 2015년 현장취재차 미국 콜로라도에 있는 한 도살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하루 5천 마리의 소를 도살하는 현대적 공장이라고 그들이 자부하는 곳의 입구에서부터 피와 배설물, 뼈가 녹아나는 끔찍한 냄새를 맡아야 했는데, 취재가 끝나고 뉴욕에 돌아와서도 그 냄새가 따라다녀 한동안 고기를 입에 대지 못했다고 한다. 이곳의 경험은 영화 후반부 옥자가 끌려간 도살장에 그대로 재현된다. 충격을 줄이기 위해 실제보다 훨씬 더 부드럽게.

자연적으로 태어난 우수한 품종의 돼지라고 속인 한 마리 암컷 돼지에게서 태어난 26마리 아기 돼지를 전세계에 보내 10년간 키운 뒤 콘테스트를 열어 가장 잘 자란 돼지를 뽑겠다는 ‘슈퍼돼지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글로벌기업 ‘미란도’.
한국의 한 산골에서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소녀 ‘미자’는 그렇게해서 할아버지에게 오게 된 새끼 돼지 옥자와 10년을 함께 자란다. 옥자는 그냥 돼지가 아니라 미자에게 친구이자 가족이었다. 자연 속에서 행복하게 지내며 10년이 되던 해, 그간 직원을 보내 옥자가 잘 자라는지 점검해오던 회사 ‘미란도’가 옥자를 미자 몰래 서울로 끌고가버린다. 미자는 할아버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옥자를 데려오기 위해 무작정 서울로 올라간다. 여기에 옥자를 이용해 미란도의 음모를 밝히려는 비밀 동물 보호 단체 ALF까지 가세한다.

영화 초반부 미자와 함께 자연 속에서 인간과 교감하며 자유롭게 살아가는 옥자의 모습이 너무도 즐겁고 편안하게 보여졌기에, 뉴욕의 회사에 끌려가 비밀실험실에서 억지로 교배를 당하고 고기맛을 알아보기 위해 각종 검사를 받은 뒤 도살장에 끌려가 잔혹하게 죽음을 맞이할 위기에 빠진 모습은 더욱 충격으로 다가온다. 봉감독은 돈을 벌기 위해 동물들을 제품처럼 대량생산하고 대량도살하는 공장식 축산업에 대해 되짚어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채식을 하는 비건주의자들에게는 다소 아쉬운 내용일지 모르나, 이 영화 한 편만으로도 우리의 밥상에 오르는 고기의 불편한 진실을 널리 알리고 동물권을 보장하도록 여론을 조성하는 데에는 영향을 미치리라 생각한다.

한편 CG로 만들어낸 옥자의 모습은 무척이나 생동감있고 실제처럼 보인다. 옥자가 슈퍼돼지라는 설정으로 워낙 덩치를 키운 탓에 돼지보다는 하마를 닮은 모습이고, 똥 싸서 꼬리를 이용해 널리 퍼트리는 모습도 하마랑 똑같아서 보는 내내 저게 돼지야, 하마야?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아쉬움은 좀 남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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