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추석 때 1박 2일 해남 다녀와서부터였던 거 같은데... 티비 옆에 놓아둔 꽃병이 왠지 허전하다~~~ 했거든요? 오늘 가만 보다 문득 깨달은 사실. 거기 꽂혀있던 드라이플라워가 사라진 거예요 알고보니 어머님이 나 없는 동안 휘딱 버리셨답니다, 먼지 좀 쌓였다고....
세상에 만상에!!! 그 꽃으로 말할 것 같으면 1년에 딱 한 번 화이트데이에 남편이 큰맘 먹고 선물해주는 꽃이란 말입니다. 가보로 물려줘도 시원찮을 판에 버리다니욧!!! 것두 재작년부터 내가 무려 만 20년동안(1997~2016) 발렌타인데이 때마다 초콜릿과 편지를 챙겼더니 그제서야 남편이 뭔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서 꽃집에서 왕창 바가지를 써가며 사오기 시작해 그나마 작년엔 빼묵고 올해 해걸이해서 사온 거라 무지하게 귀한 꽃인데 먼지 좀 쌓였다고 갖다 버리시다니! 어머님께서 버리신 게 맞는지 사실확인하고선 그게 얼마나 귀한 꽃인지, 그 꽃다발 안에 있는 토끼가 얼마나 귀여운데, 그게 포인트인데 설마 토끼도 같이 버리셨냐고 여쭈니... 돌아온 대답, "토끼가 어딨어? 먼지 쓴 꽃밖에 없더라!" 허거덩! 그 꽃다발 가운데 떡~하니 큼지막하게 있거덩요~ 아니 그 작은 먼지가 보이시는 분이 그 큰 토깽이가 안 보이시다뇨!!! 아.. 그러나 2주전에 사라진 꽃은 돌아올 길 없고, 함께 사라진 토끼 또한 돌아올 기약 없으니 어쩌겠어요~~ 눈물을 머금고 포기할 밖에. 그래두 넘 안타깝고 승질도 나고 그래서 속상한 맘에 "어머님 방에 놔둔 것도 아니고 거실에 둔 건데 저한테 한 번도 안 물어보시고 버리신 건 정말 너무 하셨어요!" 했더니 이러신다. "내가 앞으론 구더기가 나와도 안 버리마! 췟!" 문 땅 닫고 들어가심. 황당해진 난 이렇게나마 어머님의 만행을 고발하며 서러움을 달래봅니다. 다행히 어머님은 브런치를 보지 않으십니다...^^ * 다 써놓고 보니, 뒤늦게 생각난 어머님 말씀. 아깐 열 뻗쳐서 흘려들었던 내용이 이제사 기억남^^; "남편한테 또 사다달라고 해~ 덕분에 새로 받으면 좋겠네~" 옆에 있다 갑자기 불똥 튄 남편 어버버하다가 나중에 슬며시 내 옆으로 와선 한다는 말, "야, 그 꽃다발에서 토끼가 포인트였눈데, 진짜 것두 버리셨대?" 촥 째려보니까 "어, 알았어~ 또 사다주께~ 이번엔 뭔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