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딸은 어떤 존재일까?' 아직 다 낫지 않으신 몸으로 딸을 위해 이것저것 먹을거리들을 챙겨놓으시고, 외손주 대학 학자금에 보태라며 오랫동안 모아오신 적금까지 딸에게 건네시는 엄마를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딸은 시집 가면 친정 기둥뿌리까지 뽑아가는 도둑이란 말도 있는데, 그렇게 털리고도 밉지 않은 게 바로 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시어머님께서 전에 무슨 이야기 끝에 "아들첩은 봐도 딸첩은 못 본단다"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아들에게 첩이 생기면 엄마 입장에선 며느리 보기가 좀 멋적어도 어쨌든 힘든 것은 며느리 소관이고 자기에겐 그리 나쁜 일이 아니라 여겨서 봐줄만 하지만,(때로 첩을 더 살갑게 대하며 챙겨주는 시어머니도 있다) 사위에게 첩이 생기면 그로 인해 고생할 딸 생각이 나서 딸첩은 못 봐준다는 뜻일 게다. 같은 첩인데도 며느리를 보는 입장과 딸을 보는 입장이 달라지는 엄마의 모습이다. 며느리를 아무리 딸처럼 여긴다고 해도 궁극의 순간엔 넘어서지 못하는 선을 뜻하는 말이기도 할 테다. 이와 비슷하지만 좀 다른 게 자식의 일이다. 아들 자식은 별 짓을 해도 내 손주려니~ 하고 쓰다듬고 품어주지만, 딸 자식은 딸을 힘들게 하면 그 외손주가 미워보인다고 한다. 시어머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씀이신지, 어디에서 들으신 말씀이신지는 모르겠다. 딸에겐 다 퍼주고 싶고, 딸을 힘들게 하는 거라면 첩은 당연하고 그게 설사 딸이 낳은 자식이라도 용납되지 않는다는 게 엄마의 마음일까? 반대로 아들만 챙기고 떠받드는 엄마도 있다. 아들 일이라면 열일 제치고 나서서 치맛바람을 날려야 하고, 아들의 잘못까지도 며느리한테 덤태기 씌워서 몰아붙여야 속이 시원하고, 아들을 위해선 불구덩이라도 뛰어들겠다는 엄마. 친정이든 시댁이든 비교적 아들 딸 차별없이 공평하게 대접받아온 나로선 운이 좋았던 편이다. 양가의 공평한 혜택을 받고 산 나는, 내 자식들에게 어떤 엄마로 남게 될까? 딸도 아들도 다 있는 나는 딸에게만 관대한 엄마는 되고 싶지 않은데 아들만 아들만 하는 엄마도 되고 싶지 않은데 한쪽으로 쏠림 없이 무게추를 잘 맞추면서 살아야 할 텐데, 과연 그렇게 하고 있는지 오늘도 돌아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