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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Apr 20. 2021

장성에는 임권택감독이 있다?

장성호관광지 임권택시네마테크

전라남도로 여행지를 잡고 호남고속도로나 호남선 철도를 따라 내려가다가 전북 정읍을 지난 후 곧 만나게 되는 긴 터널이 호남터널이고, 노령산맥을 뚫은 호남터널을 빠져 나오면 나오는 곳이 장성이다. 전라남도 북단인 장성군 북이면. 호남고속도로나 터널이 뚫리기 전에는 갈재(노령)를 허위허위 넘어야 전라남도로 들어설 수 있었다고 한다.

장성은 백제땅, 신라땅을 거쳐 고려 성종 11년(992) 또는 현종 9년(1018)부터 지금과 같이 장성으로 불리게 되었는데, 노령산맥이 긴 성과 같이 북서쪽을 가로막고 있어서 이런 이름을 얻었다. 호남고속도로 장성나들목을 조금 지나면 왼쪽에 장성댐이 보인다.

이곳을 난 1986년에 중학교 수학여행으로 처음 가보았다. 시골중학교다 보니, 꽃피고 날 좋은 4~5월 농번기엔 일하느라 바빠서 장마철인 6월에야 수학여행 일정을 잡았다.(내가 학교 다닐땐 농번기에 농번기휴일이 있었다. 집에서 일 도우라고. 또 학교 주변 마을들에 신청을 받아서 학생들이 우루루 몰려가 누렇게 익은 보리 베는 일을 하거나, 학교밭에 필요한 거름을 만들기 위해 풀을 베어 두엄을 만들거나 해야 했다. 이게 뭐 학생인지, 무임금으로 부리기 좋은 일꾼인지~)

장마철 비가 시작된 6월 어느때쯤, 우리는 일과 공부에서 해방되어 가풋하게 수학여행을 떠났다. 그때 처음으로 여수 오동도도 가고, 순천 송광사도 가고 그랬다.
2박 3일 수학여행 내내 장마철답게 찌푸둥한 날씨가 지속되며 비가 오다말다 그랬는데 장성댐에 갔던 날도 곧 비가 올 것처럼 하늘이 흐린 날이었다.

내가 이토록 정확하게 기억을 하는 이유는 장성댐 앞에서 찍은 사진 한 장이 여전히 남아있기도 하지만, 그때까지 14년을 살아오며 그렇게 커다란 인공댐을 본 적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지금은 공룡화석지로 유명한) 우항리 가는 길의 저수지나, 호동리 방죽, 해남읍의 금강골 아래 저수지가 제일 큰 줄 알고 있다가 장성댐을 본 순간 입이 쩍~ 벌어졌다.

장성댐은 장성군 장성읍 용강리에 있는 사력댐(구조적 안정을 위해 댐 본체를 암석으로 사용한 댐)으로 높이 36m, 길이 603m이다. 1973년 7월에 영산강유역종합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착공하여 1976년 10월에 준공되었는데, 황룡강 상부를 막아 만든 댐이다. 주변 139㎢에 걸친 광주·나주시·장성군·함평군 일대에 관개용수 및 생활·공업용수를 공급한다. 면적 1237,000㎡의 인공호인 장성호는 1977년에 국민관광지로 지정되었고, 북쪽에 인접한 내장산국립공원과 함께 관광명소로 변모하였다. 장성댐 바로 아래 조성된 체육공원은 근교의 시민들이 많이 찾는 소풍명소이다. 이 근처 오게 되면 나도 옛 생각이 나서 종종 들르는 곳이다. 2021년 4월 중순, 오랫만에 들렀더니 그 사이 주차장을 넓히고, 로컬푸드매장이 생기고, 댐 제방 곳곳에 데크를 설치하는 등 변화의 흔적이 눈에 띄었다. 늦은 오후였지만 가족단위로 바람 쐬러나온 사람들이 꽤 많았다.

오늘 본격적으로 소개할 곳은 이 장성댐에서 시작해 올라가도 좋지만, 내장산나들목에서 장성쪽으로 내려가다보면 만나는 장성호 옆에 자리한 장성호관광지이다.(가까이에 백양사나들목도 있지만 내장산나들목을 추천하는 이유는 톨비도 더 싸고, 잘정비된 도로가 장성호까지 이어져있어 기분좋게 드라이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성호관광지 문화예술공원'이 정확한 명칭으로 장성군 북하면 쌍웅리의 장성호 상류에 조성되었다. 장성호 남북으로 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경관이 수려하며 전망대에 서면 장성호 주변이 한눈에 들어온다.

임권택시네마테크는 이 관광지 안에 있다.
'장성에 왜 임권택 이름을 딴 곳이 있지?'했더니 임권택감독이 장성 출신이셨다. 그걸 이제야 알았다니! 장성출신 연예인으로 내가 좋아하는 배우 변희봉, 엠블랙 미르와 그의 누나 탤런트 고은아가 있다는 사실도 이번에 알았다.(임권택감독에 대해 더 궁금한 것들을 찾아, 두산백과를 참고해서 정리한 내용은 아래에)

임권택시네마테크는 임권택 감독의 삶과 작품세계를 조명하고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하여 2014년 3월 개관하였으며, 지상 3층 연면적 1,147㎡의 규모이다. 상영관과 전시관, 영화 관련 연구 및 커뮤니티를 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장성문화예술공원 내에 들어선 시네마테크는 전통, 사랑, 역사, 길이라는 4가지 주제로 나뉘어 전시됐다. 전시관 입구를 들어서면 맞은편에 ‘길’을 주제로 한 ‘영상 상영공간’에서 영화 ‘서편제’ 중 명장면 진도아리랑 씬이 펼쳐지고 송화(오정혜)의 노랫소리가 귓전에 울린다고 한다. (나는 이곳을 무려 세 번이나 찾았지만 코로나로 휴관이라 들어갈 수가 없어서, 2018년 다녀오신 초지님의 글을 아래 소개한다) 

장성호 옆에 자리한 장성호관광지는 문화예술공원과 임권택 시네마테크, 공연장, 잔디구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입장료나 주차요금이 없다. 그래서 사계절 부담없이 찾을 수 있는 가족 나들이 장소이다.
특히 2006년 1월에 개장한 시비공원은 시(56점), 서(11점), 화(22점), 어록(13점), 기념비(1정) 등 총 103점이 전시된 공원으로 면적 7만 9,000㎡이다. 윤봉길 어록, 윤동주의 서시, 김소월의 나그네, 광개토대왕 비문 등이 있다. 전망대를 빙 둘러 조성된 시비공원을 천천히 거닐며 여유롭게 즐기면 좋다. 또한 전망대에 오르면 아래로 펼쳐진 장성호의 경관과 위로 펼쳐진 내장산의 멋진 풍경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장성호 관광지는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는 잔디밭이 있고, 시와 그림을 즐기며 산책할 수 있는 숲과 조각공원이 있으며, 관광지 입구 도로 건너편에 카페와 식당이 있고, 6월 말부터는 수상스키와 모터보트, 카누, 유람선 등 다양한 수상 레저활동이 가능한 곳이다.

장성호 관광지에서 백양사는 약 1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하고, 광주와 장성읍은 20~30분 거리, 장성호 수변길이 시작되는 장성 댐까지 20분 정도 소요된다. 편백과 삼나무가 울창한 치유의 숲 축령산까지는 40분, 축령산 자락의 오지 마을인 '금곡영화마을'도 20분 거리이다. 이곳은 임권택 감독의 영화 「태백산맥」의 주요 무대로 사용되면서 영화촬영지로 유명한 곳이다. 농촌풍경을 담는 영화와 드라마에 자주 등장한단다. 이처럼 장성호 관광지를 중심으로 두루두루 주변에 둘러볼 수 있는 곳들이 많다. 그리고 하나 더!

장성의 젖줄인 황룡강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강가에 자리잡은 멋진 고건축물을 만나게 되는데 바로 서능정려비이다. 정려비란 충신·효자·열녀 등의 언행과 정신을 기리기 위하여 나라에서 그들이 살던 마을의 입구에 세우는 것으로, 이 비는 고려 고종 때의 문신인 서능의 효심을 기리고 있다.

서능정려비는 장성군 북일면 박산리에 있는 비각으로 1988년 3월 16일 전라남도유형문화재 제162호로 지정되었다. 1578년(선조 11)에 건립, 1669년(현종 10) 변휴 등 12인이 주동이 되어 비각을 중건하기 시작하여 1694년(숙종 20)에 완성하였으며, 송준길이 편액을 썼다. (송준길은 대전의 보물인 동춘당을 세운 이로 송시열과 사촌지간이며 병조판서를 지낸 명문장가이다) 그뒤 1824년(순조 24) 김장환에 의해 중수되었으며, 현재의 건물은 1913년 서택환의 주도로 중건된 것이다.

서능은 스무살에 과거에 급제하여 벼슬길에 나아가 여러 관직을 거쳐 문하시중에까지 올랐다. 어려서부터 효성이 지극하였던 그는 문하시중으로 있을 때 어머니가 병이 들자 벼슬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가 정성으로 간호하였다. 의원이 청개구리가 있어야 병이 나을 것이라고 하였으나 때가 한겨울이라 구할 길이 없어 고심하던 중에 난데없이 청개구리가 약탕기 안으로 뛰어들어 이를 약과 함께 짜서 드리니 어머니의 병이 나았다고 한다. 고종이 후에 이 사실을 듣고 표창을 하면서, 그의 효심을 기리는 비를 세우도록 하였다.(이 이야기 어디서 많이 들은 내용이지 않아요?^^)

내가 본 고건축물은 바로 이 비석을 보호하기 위해 세운 보호각으로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는 무렵, 갓 연두 잎싹이 나기 시작한 버드나무와 황룡강 건너편의 연분홍 벚꽃을 배경으로 고즈넉하게 자리잡은 모습이 참으로 운치있었다. 가까이에 정자가 있어서 낮이었다면 정자에 앉아 쉬어가도 좋을 곳이다. 이 근처 지나신다면 꼭 놓치지 말고 잠시 머물다 가시길~^^

* 임권택 감독은요~

《씨받이》, 《서편제》, 《취화선》의 해외영화제 수상으로 한국의 대표 영화감독이 된 임권택은 전라남도 장성에서 태어나 광주 숭일고등학교를 3년 중퇴하고 1956년 신생영화사 영화 제작부에 입사하였다. 1962년 《두만강아 잘 있거라》로 감독 데뷔, 1987년 《씨받이》로 아시아·태평양 영화제에서 감독상·작품상을 수상하였다.(이 영화로 배우 강수연은 1986년 베네치아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아 화제가 됐다)

1989년 《아다다》로 몬트리올영화제, 《아제아제바라아제》로 모스크바국제영화제에 참석했고, 1993년 《서편제》로 상하이 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으며, 1996년에는 임권택 영화제를 개최하였다. 또 1988년에는 서울올림픽 흥행영화 《손에 손잡고》를 감독하였고, 서울올림픽 공식영화 《88 서울의 신화》 총감독을 맡았다. 1990년에는 독일 BR 3TV에 《길소뜸》이 방영되었고(이 영화에서 80년대 하이틴스타이자 내 어린시절 우상이었던 배우 이상아가 중학생 나이에 홀딱 벗고 나오는 열연을 펼쳤드랬다. 난 이 영화를 그간 소문으로만 듣다가 40대 중반에야 티비에서 하는 걸 보고 그야말로 깜놀!), 1993년에는 칸영화제에서 '임권택 주간'이 설정되기도 하였다.

현재 한국영화연구소 자문위원이며,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객원교수, 동국대학교 연극영상학부 겸임교수, 1996년 이후 한국영화연구소 이사장(초대)으로 있다. 2002년 조선 후기의 화가 장승업의 일대기를 그린 《취화선》으로 제55회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이후론 새 영화 소식이 없어 기다려지는 임감독님의 근황이 궁금하다. (2014년까지 총 102편의 작품을 제작했다고 함)


*  임권택시네마테크 by 초지

https://m.blog.naver.com/ashim1/221186509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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