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고지대에 있다보니 등교할 땐 힘들어도, 학교에 있는 동안 눈을 들어 창밖을 쳐다보면 겨울엔 눈내린 무등산이 한 폭의 수묵화로 빛나고, 봄엔 황사 이는 세상마저도 알흠답게 보였으며, 여름 더위에도 산바람이 솔솔 불어 시원한 가운데 초록이 짙어가는 숲을 감상했고, 가을엔 알록달록 단풍든 산과 높아가는 푸른 하늘을 매일매일 볼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여름에 점심시간이나 저녁시간 때 1층 현관 필로티 아래 앉아서 바라보는 하늘은 정말 여유롭고 멋졌다.
어느날은 친한 친구의 짝꿍인 한 아이와 그 필로티 아래 나란히 앉아있게 되었다. 한다리 건너 친하다보니 그 아이에 대해 내가 아는 건, 피부가 갓 빚어낸 마알간 도자기처럼 매끈하니 하얗고, 커트머리가 잘 어울리는 눈이 참 크고 예쁜 아이라는 정도였다. 그 날 어쩌다가 둘이 거기에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정확히 기억하는 건 그 아이가 한 말과 표정이었다.
"난 구름이 좋더라.
사람들은 구름을 변절자의 상징으로 치부하며 안 좋게들 얘기하지만 저 하늘에서 변화무쌍하게 바뀌는 구름 모습 보면 가슴이 설레. 자유로움이 느껴지고~"
솔직히 그때까지 어느 누구도 구름을 좋아한다고 말한 이가 없었기에, 그런 말을 하는 그 아이를 유심히 쳐다보았다. 안 그래도 크고 에쁜 두 눈엔 하늘에 동동 떠다니는 구름이 한가득 들어있었고, 친구는 마치 꿈꾸는 듯한 표정으로 그 구름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 그때부터였다! 나도 구름을 좋아하게 된 게.
그 뒤로 하늘을 볼 때마다 구름을 찾았고, 멋진 구름이 보이면 시간이 허락하는 한 오랫동안 그 구름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 친구와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로 연락이 끊겨 어디서 어떻게 지내는지 모르지만, 구름을 볼 때마다 그 친구를 떠올린다.
그 아이도 어디선가 저 구름을 바라보고 있겠지?
오늘처럼 하늘에 구름이 만개한 날엔 특히나 더 그 친구가 생각난다. 어디선가 잘 살고 있으리라 믿는... 친구 선화가 그리운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