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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Jul 24. 2021

의식적 꿈과 무의식적 욕망의 간극

영화 잠입자

표면적으로 내세운 의식적 꿈과 실질적으로 욕망하는 자신의 무의식적 꿈은 과연 같을까?

'나를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에서 이만교는 영화 '잠입자'(1979)의 예를 들어 이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영화에서 금지구역 안내인 고슴도치는 비밀의 방에 이르러 소원을 빌고 난 뒤 엄청난 부자가 되었지만 자살하고 만다. 그가 비밀의 방에 들어간 목적은 그가 사랑하는 아픈 동생을 살려달라는 소원 때문이었는데, 정작 동생은 죽고 자신은 벼락부자가 되었다. 그의 무의식 속 진짜 소원은 동생의 건강보다도 자신이 부자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던 것이다. 그는 부인하고 싶었겠지만, 소망의 실현으로 나타난 자신의 진짜 소원을 깨달은 순간 의식적 소망과의 괴리를 극복하지 못한 채 죽음을 택한 것이다.

타르코프스키 감독이 '잠입자'의 금지구역(The Zone) 및 소원을 들어주는 비밀의 방(The Room)을 통해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세계원리와 인간본성 모두가 심연이자 미로라는 사실이다. 우리 인간이란 자신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존재이다.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 사이에는 이렇듯 언제나 크건 작건 견고한 간극이 놓여있다.

다른 건 몰라도, 우리는 자신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명백히 알 거라고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인간은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며, 또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자신이나 주변 사람에게 정말로 도움 되는 일인지를 알지 못하는 존재다.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자기 소원이 자기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니, 이 얼마나 놀랍고 아이러니한 노릇인가.

게다가 '잠입자'의 고슴도치처럼 내가 의식적으로 꾸는 꿈과 무의식적으로 욕망하는 실질적 내용은 전혀 다를 수 있다. 이렇게 의식적 꿈과 무의식적 욕망이 불일치한다면, 이것은 마치 다른 방향으로 달리는 두 마리의 말이 끄는 마차와 같아 쉽게 목적지에 다다를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수시로 자기 자신이 의식적으로 표방하는 꿈과 무의식적으로 욕망하는 실질적 내용이 같은지 다른지를 점검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스스로 속고 속이는 기만을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여기며 살게 된다. 아무리 스스로 정직하게 행동하더라도, 자신의 의식과는 전혀 다른 무의식적 욕망을 품고 있다면, 이미 정직과는 한참 동떨어진 거짓과 기만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이 간극과 괴리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기도나 명상이 필요하다고 한다. 특히 명상은 의식과 무의식의 괴리를 없애는 작업의 한 종류이다. 동정일여, 몽중일여, 숙면일여를 해야만 의식과 무의식이 비로소 하나가 된다는 성철스님의 가르침처럼 살지는 못한다 해도 이에 가까이 다가가는 '일여의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볼 일이다.


잠입자 포스터와 영화 속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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