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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Aug 09. 2021

촛대바위도 보고 해수욕도 하고

동해 추암해변

 추암 촛대바위를 처음으로 접한 것은 한 장의 그림이었다.

우리나라에 아트테크가 유행이던 2000년대 중후반, 원래도 좋아했던 그림을 한창 그림경매에 빠져 사들일 때 한 작품에 꽂혀서 치열한 경매끝에 샀는데 그것이 바로 '추암해경'이었다. 이 그림은 몇 년 뒤 강남에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한 선배의 사무실에 걸리게 되었다. [정립]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똑바로 선 촛대바위가  잘 어울릴 것 같아서였다.  

추암해경. 박택수. 2001년 작

그렇게 촛대바위가 그려진 추암해경은 내 손을 떠났지만, 마음 속에는 늘 촛대바위가 있었다. 정작 그 실물을 보지 못한지라 더더욱 그리움으로 남았던 모양이다. 언젠가 한 번은 가보리라~ 하면서도 동해시라는 먼 곳이라 큰 맘먹고 가야 하는 곳인데 지난 토요일 얼떨결에 가게 되었다.


남편이 동해에 가보고 싶다고 2주 전부터 노래를 부르길래, 그럼 가까운 영덕 바다나 다녀오자고 나선 길이었다. 영덕까진 새로 생긴 '당진영덕고속도로'를 타면 2시간 반이면 갈 수 있는 곳이라 영덕풍력발전단지를 목적지로 하고 출발했는데, 기왕 온 거 좀더 해안도로 타고 올라가면서 동해바다를 보고 가자는 것이 삼척 새천년해안도로로 해서 동해시 촛대바위길까지 가게됐다.

그리하여 드디어 오랫동안 보고팠던, 동해물과 백두산이~ 애국가에서나 보았던 촛대바위를 영접하게 되었다.

추암해변 바로 앞에도 주차장이 있지만, 20대 가량 주차하면 더이상 공간이 없어서 맞은편 대게식당 앞의 너른 주차장을 무료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곳에 주차를 하고 추암역 아래 굴다리를 지나면 바로 왼쪽에 보이는 것이 추암 근린 공원이다.

추암해변 일대에 조성되어 있는 추암근린공원은 아름다운 추암해변과 함께 다채로운 조각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재미가 있는 곳이다. 이 공원을 돌다보면 바다를 향한 곳에 놓인 추암 출렁다리를 만날 수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바다 위에 지어진 추암 출렁다리는 72m 길이로 파도처럼 출렁거린다고 소개했지만 그닥 많이 출렁거리진 않는다. 먼저 들렀던 영덕풍력발전단지 안의 출렁다리보단 더 출렁거렸으나, 원주 소금산 출렁다리에 비하면 아찔함이나 출렁함이 덜했다. 그러나  출렁다리 위에서 신비롭고 아름다운 추암 촛대바위와 기암괴석을 더욱 가깝고 높은 위치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은 매력이다. 무엇보다 바다위를 걷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 운영시간

하절기(4월~10월) : 오전 9시 ~ 오후 10시

동절기 (11월~3월) : 오전 9시 ~ 오후 8시

(날씨에 따라 운영 시간이 변동될 수 있다.)


출렁다리를 내려오면 왼쪽으로 오래된 한옥인 해암정이 보인다. 1361년 고려 공민왕 때 처음 지어진 해암정은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63호이다. 추암해변과 바위산을 배경으로, 소박하면서도 운치 있는 자태를 뽐내는 해암정은 황금색으로 빛나는 야경 또한 일품이라고 한다. 출렁다리 야경도 사진으로 보니 정말 멋지던데 우린 저녁까지 있을 수 없어 아쉬웠던 부분이다.

남편은 특히나 이 해암정을 마음에 들어했다. 5년 전쯤 혼자서 새벽 3시에 집을 나가 동해안 드라이브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처음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고즈넉한 평일 아침에 만난 해암정이 마음에 쏙 들었다고. 왜? 라고 물어보니 "귀신 나올 것처럼 생겼잖아~" 한다. 흐미~ 요상한 남편의 정신세계. 사실은 그냥 좋았다는 말을 저렇게 표현한 것이다. 실제로 보면 오래된 한옥의 고아한 맛이 정갈하게 배어있는 단촐한 정자이다.


북평 해암정은 공민왕때 삼척 심씨의 시조인 심로(沈東)가 벼슬을 버리고 이 지역에 내려와 생활할 때 처음 지은 것으로, 후학 양성과 풍월로 여생을 보낸 곳이라고 한다. 그 후 화재로 타 버렸다가 1530년(중종 25)에 심언광이 다시 짓고, 1794년(정조 18)에 크게 수리하였다.


20세기 말에 다시 보수한 해암정은 정면 세 칸, 측면 두 칸의 건물로 기둥은 모두 둥글며, 정면을 제외한 3면을 모두 4척 정도의 높이까지 벽체를 세우고 상부는 개방하고 있다. 초익공 양식의 홑처마에 팔작지붕의 이 곳은 송시열(宋時烈)이 함경도 덕원으로 귀양을 가다가 들러 글을 남긴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송시열 이분 참 이곳저곳 많이 흔적을 남기셨네~


동해의 장엄한 일출을 맞이하는 곳이기도 한 해암정길냥이들의 서식지이기도 한듯 마루밑이나 뒤안, 굴뚝옆 등에서 고양이 대여섯 마리를 한꺼번에 발견했다.

해암정 뒤로 대숲처럼 우거진 바위숲이 바로 석림이다. 조선시대 도제찰사로 있던 한명회가 이곳의 자연절경에 감탄해 능파대 (미인의 걸음걸이)라 부르기도 했다고 한다.

이 석림을 지나 바다로 난 길을 촘촘히 따라가면 드디어 촛대 바위가 나온다. 애국가 첫 소절의 배경화면으로 등장할 정도로 아름다우면서도 유명한 관광 명소인 추암해변의 대표적인 상징물이다.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솟아있는 추암 촛대바위는 최고의 일출 명소 중 하나로 꼽힌다고 한다. 추암을 그린 그림들 가운데 '추암일출'이 많은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촛대 바위 옆에 있는 형제바위는 두 바위가 형제처럼 다정하게 서 있는 모습이라 붙은 이름인데 촛대바위와 함께 일출 명소로 손꼽힌다고 한다.

추암오토캠핑장은 자동차캠핑장, 일반캠핑장으로 나뉘는데 모두 바다까지 뛰어드는데 1분밖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해변과 인접해있다. 물놀이하러 가는 해변길이 가깝고 해돋이와 아름다운 추암해변의 자연절경을 캠핑장에서도 바라볼 수 있어 인기라고 한다. 우리가 찾았던 7월 마지막날에도 추암해변엔 해수욕을 즐기러 온 사람들이 많았다. 시간이 충분했다면 추암해변에 발도 담가보고, 가까이 있는 북평 5일장도 들러보면 좋았을 텐데 집에서 기다리실 어머님때문에 더 오래 머물지 못했다.


조선 정조 20년 (1796년)에 시작된 북평민속5일장은 200여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전국 5대 민속장 중 하나라고 한다. 북평동 일대 4,000여평의 규모에 약 800여개의 점포가 들어서있으며 매월 5일간격(3, 8일)으로 열린다고 하니 참고하시길.

* <앵글 속 지리학>에 소개된 추암해변의 지리적 특징

- 라피에가 발달한 해안


이곳은 촛대바위로 유명한 동해시 추암동 일대의 해안이다. 여느 해안과는 달리 삐죽삐죽 돌출한 바위들이 해안을 덮고 있다. 동해안을 따라 극히 일부 해안에서만 석회암이 나타나는데, 이 해안이 대표적이다. 석회암이 풍화를 받을 경우 절리를 따라 용식이 진행되기 때문에 풍화층 아래의 기반암 형상은 다른 암석과 달리 매우 복잡한 미세 기복을 보인다. 다양한 이유로 이 풍화층이 제거되면 기반암이 드러나는데, 지표에 드러난 삐죽삐죽한 석회암 기둥을 라피에iapié 또는 카렌Karren이라 한다. 물론 라피에는 육지에서도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라피에는 카르스트지형 발달의 초기 단계에 나타나며, 석회암층이 약간의 경사를 지니고 있을 때 잘 발달한다고 알려져 있다. 반면 함몰지형인 돌리네는 수평층일 경우 잘 발달한다고 한다. 이곳 해안에 발달한 라피에는 파도에 의해 풍화층이 제거된 결과이다. 파도가 미치지 못해 풍화층이 제거되지 않은 곳에는 소나무가 자라고 있다. 푸른 하늘과 바다를 배경으로 석회암의 회색과 소나무의 녹색이 절묘한 색상 대비를 보여 준다.

추암 2006.3./MAMIYA M


추암은 한국관광공사가 '한국의 가볼 만한 곳 10선' 으로 선정한 해돋이 명소이며, 애국가 첫 소절의 배경 화면으로 등장한 것을 계기로 일반인들의 관심이 급속도로 증가하였다. 붉은 태양이 가늘고 기다란 촛대바위 위에 얹힌 일출 광경은 아름다움을 넘어서 장엄함에 흥분과 전율을 자아낼 정도였다. 추암의 추는 송곳을 의미하는데 추암, 추산과 같이 지명에 '추 자가 들어가면 대개 기다란 기둥 모양의 암괴와 관련이 있다. 이곳 역시 석회암의 풍화층이 파도에 씻겨 노출된 기둥 모양의 기반암 라피에가 해안을 따라 연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진 한가운데 사빈으로 연결된 섬이 보이고, 섬 앞 쪽 소나무로 가려진 곳에 송곳 같은 형상을 한 암주돌기둥이 나타난다. 이 암주가 추암이라 는 지명의 근원이 된다. 추암이 있는 섬은 원래 해안과 분리된 섬이었으나 사빈이 발달해 해안과 연결되면서 전형적인 육계도가 되었다. 사진은 추암해수욕장 남쪽에 있는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에서 촬영하였다. 주택과 도로가 들어서면서 육계도의 원래 모습은 많이 사라졌지만 섬 북쪽에 있는 해안형 라피에와 함께 훌륭한 자연학습장의 구실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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