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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Oct 02. 2021

볼 것 많고 갈 곳 많은 상주

학전망대, 낙동강문학관, 경천섬과 경천대 전망대

추석연휴가 지난 지 얼마 안 됐는데 다시 개천절 연휴에 들어섰다. 일주일 뒤면 또 한글날 연휴. 시월엔 연휴가 많아서 참 좋다. 코로나여파로 실내보다는 실외를 찾아 연휴를 보내려는 분들이 많을 텐데 나들이 가기 딱 좋은 상주 여행지를 소개하려 한다.


경북 상주시는 삼한시대부터 낙동강을 중심으로 농경문화가 발달한 곳이다. 예로부터 산자수려하고 오곡이 풍성하며 민심이 순후한 고장으로 알려졌다. 상주를 감싸고 흐르는 낙동강 유역에는 드넓은 곡창지대가 형성되서 물자가 풍부해 성읍국가 시대부터 부족국가가 번성했다. 또한 수륙 교통이 교차하는 교통의 요충지였다. 고려시대에는 경상도를 관할하는 절도사가 있었고, 조선시대에는 200여 년간 경상감영이 자리해 곳곳에 문화유산이 산재해 있다.


‘삼백(三白, 쌀·누에·곶감)의 고장’이라는 명성에 더해 자전거 도시로도 이름이 높으며, 전통옹기촌이 있고 지금도 재래식 직조기로 명주 짜는 소리가 들리는, 오래 지속될 미래와 느리게 사는 여유가 있는 곳이다. 슬로시티로 각광받는 상주는 ‘자전거 천국’이다. 출퇴근 시간이면 시가지 곳곳이 은륜의 물결로 넘쳐나고 양복을 입은 채 자전거를 타는 모습이 어색하지 않다고 한다. 지형이 평탄해서 일찍부터 자전거 타기가 생활화 된 덕분이다. 도남동에는 자전거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자전거박물관이 있기도 하다.

 

'상주 가볼만한 곳'하면 보통 경천대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나 역시 첫 상주 여행을 경천대에서 시작했다. 그런데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에서 넉넉한 낙동강 물길 따라 풍요의 땅 경북 상주편(2021.5.29)이 소개될 때 보니 경천섬이란 곳이 무지 좋아보이는 거였다.


경천대 전망대에 오르면 오른쪽으로 자전거박물관과 낙동강생물자원관 너머에 살짝 내려다보이는 섬이 바로 그곳이었다. 남편이 전에도 경천대 전망대에서 휘이~ 둘러보며, "저기가 경천섬인데 한 번 가보까?"한 적이 있었는데, 그땐 무심코 흘려 들었다가 티비에 소개된 풍경을 보고서야 마음이 끌렸다.


언제쯤 가보려나~ 했던 곳을 추석연휴 둘째날인 9월 19일에 다녀왔다. 난 경천섬만 생각하고 갔는데, 남편은 경천섬과 주변을 내려다볼 수 있는 학전망대부터 보고 가자고 하여 첫 목적지는 학전망대로 정했다. 철새를 조망할 수 있어 철새전망대로도 불린다. 창녕은 따오기, 예산은 황새처럼 상주는 학(두루미)을 지역의 상징새로 했나 보다.

전망대 올라가는 길목이 있는 삼거리 아래 너른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긴 하지만 학전망대 앞에도 4대 정도 차를 주차할 곳이 있으니, 등산을 즐겨 하지 않는다면 차로 편하게 가도 좋은 곳이다.

학전망대 바로 아래 있는 팔각정 주변에 주차를 하고, 30m쯤 되는 나무계단을 오르고, 다시 11m 높이의 학전망대를 오르면 입이 떡 벌어지는 장관이 펼쳐진다.

왼쪽 멀리로는 상주보, 가운데로는 경천섬, 오른쪽으로는 낙동강생물자원관과 상주자전거박물관, 그 뒤로 멀리 경천대 전망대가 보인다. 그리고 바로 아래에는 회상나루 관광지가 펼쳐진다. 가슴이 툭 트이는 전망에 절로 탄성을 지르며 한참동안 낙동강 위에 펼쳐진 경천섬 주변의 아름다운 풍광에 넋을 잃게 되는 곳이다.

이렇게 멋진 곳을 상주에 자주 왔는데도 그동안 전혀 몰랐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였다. (해질 시간에 맞추면 멋진 해넘이도 볼 수 있을 텐데, 아쉽게도 경천대 전망대 가서 해넘이 보려고 이동하다가 뜻밖의 변수가 생겨서 둘 다 놓치고 말았다)


학전망대를 내려와 바로 아래 있는 낙동강문학관부터 먼저 들렀다. 코로나로 문 닫은 전시관이 많은데 다행히 이곳은 문을 열고 있었다. 낙동강 회상나루 관광지 안에 위치한 낙동강문학관은 ㄱ자 팔작 기와지붕으로 전시실, 사무실, 창작실, 도서실이 있으며, 전시실은 1, 2, 3전시실로 구분된다.

고려 시대의 문신 백운 이규보가 1196년 상주의 낙동강에서 시회(詩會)를 연후 1862년까지 51회나 시회가 열렸을 정도로 예부터 낙동강은 뛰어난 명승지로 이름을 떨쳤는데, 오랜 시간 면면히 이어져 온 인문학적 풍토를 계승 발전하기 위해 ‘낙동강 문학관’이 건립되었다고 한다.


전시실로 들어서면 정면과 오른쪽 벽면에 낙동강의 3대 루(樓)인 안동의 영호루(映湖樓), 의성의 관수루(觀水樓), 밀양의 영남루(嶺南樓) 소개와 각 루마다 3인의 시와 약력을 벽면에 꾸며 놓아 한참을 들여다보게 한다. 영호루는 올라가봤고, 영남루도 근처를 돌아봤는데, 관수루만 아직 가보지 않아서 다음 기회를 엿보고 있다.


제1전시실은 낙동강과 상주 문학의 산실 공간으로 역대 상주를 빛낸 열여섯 분의 시와 약력을 소개하고 그에 따른 자료를 전시하여 다시 한번 상주를 뒤돌아보게 한다.


제2전시실은 낙강시회 공간으로 낙강시회의 대표적인 7차례의 중심인물과 시화와 연관된 자료, 2002년부터 다시 시작한 낙강시제의 행사물을 전시해놓았다.  '낙동(락동)'이라는 이름은 가락의 동쪽이란 뜻인데, '가락'은 삼국시대에 가락국의 땅이었던 지금의 경상도 상주 땅을 가리킨다. 즉, 상주 동쪽으로 흐르는 강이란 뜻으로 '락동'이란 이름이 나온 셈이다. 이처럼 ‘낙동강’ 이름의 실체 확인과 영남 문학에 끼친 영향을 볼 수가 있다. 특히 인상적인 전시물이 22.47m의 낙유첩(洛遊帖) 복사물이다. 낙유첩의 앞부분은 경천대에서 관수루에 이르는 4~5십 리 구간을 뱃놀이한 그림으로 하나하나가 빼어난 명소이다.


제3전시실은 다목적 강당을 겸한 공간으로, 입구 오른쪽에는 ‘한국 아동문학의 보고’와 ‘동시의 마을 상주’를 집중적으로 조명한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동시의 마을'을 후원하신 선생님과 지도하신 선생님을 소개하고, 60~90년대까지 상주에서 문학 활동을 하신 시인들을 소개하여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 공간엔 교육자이자 아동문학가, 우리말 연구가로 활동하시며 글쓰기 교육운동과 우리말 연구에 힘쓰셨던 이오덕 선생님의 시가 전시되어 있어 선생님도 상주 동시마을과 관련된 인물임을 알게 되었다.(선생님 고향은 경북 청송)

이처럼 문학관 안에는 낙동강을 주제로 한 옛 선비들의 시와 그림에서부터 현대의 시문학까지 망라된 전시물들이 문학과 풍류를 함께 느끼게 해주는 곳이니, 학전망대나 경천섬에 가시게 되면 이곳도 꼭 들러보시길 추천한다.

낙동강문학관의 주소가 '상주시 중동면 갱다불길 100' 이어서 왜 '갱다불길'인가 했더니, 갱다불골에 위치한 곳이라 그렇다. 낙동강 회상 나루 관광지는 경천섬의 동편으로 중동면 회상리 ‘뒷개’이다. 예전에는 이곳에 배로 강을 건너거나, 중동 오상의 갱다불골과 회상 청룡고개의 오솔길을 걸어서 넘어야만 갈 수 있었기 때문에 교통이 아주 불편한 오지였다고 한다. 여기에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회상 나루 관광지를 조성하면서 상전벽해의 변화를 가져오게 됐다.

회상나루 관광지

먼저 드라마 상도 촬영장이 새단장을 했고, 4대강 사업이 시작되면서 상주보 축조로 인하여 경천섬 주변이 거대한 호수로 변하였다. 옛 회상 나루의 명성에 걸맞게 객주촌, 주막촌 등을 조성하였으며, 넓은 강을 가로질러 범월교와 낙강교가 가설되고, 그중에서 가장 늦게 ‘낙동강 문학관’이 문을 열게 되었다고 한다.


내가 꼭 가고자 했던 경천섬이 상주보 축조때문에 생긴 거라니, 4대강 사업에 반대했던 나였지만 그로 인해 이런 멋진 곳이 생긴 것에 대해선 감사할 일이라는 게 아이러니였다.


낙동강문학관을 나와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 위에 놓인 낙강교를 건너 경천섬으로 가는 동안 연휴의 여유로움이 대기중에 가득차서 둥둥 떠다니는 듯했다.

상주는 자전거의 도시라 경천섬 오가는 다리에도 자전거를 탄 사람들이 자주 보였다. 그 가운데 등에 할아버지, 손자1, 손자2라고 프린트된 가족티를 입고 할아버지와 손자들이 즐겁게 자전거 타고 지나가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경천섬에 다다르니 꽤 많은 사람들이 소풍나와 있었는데, 할머니, 딸, 사위, 손녀라고 쓰여진 가족티를 입은 나머지 가족들도 볼 수 있어 반가웠다. 나중에 코로나가 진정되면 우리도 저렇게 가족티 만들어입고 여행다니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범월교를 지나면 바로 경천섬 주차장과 먹거리촌이 형성되어 있고, 자전거바퀴모양의 화장실과 느린우체통이 마련된 여행안내센터도 보인다. 이곳에서 잠시 쉬며 주변을 둘러보다 얼음 동동 띄운 시원한 음료수를 테이크아웃해서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회상나루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여기 왔으니 경천대 전망대에 가야 하지 않겠냐는 남편의 의견을 좇아(경천대는 정말 자주 간 곳인데 여기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을 남편이 참 좋아해서 상주 지나치면 꼭 들른다) 경천대로 이동하다보니, 외진 산길이라 교행이 안 되는지 차단봉으로 막힌 채 신호등과 남은 시간이 표시된 시계가 길을 막고 있었다. 적어도 5분 이상 기다려야겠어서 바로 옆에 있는 드라마 '상도' 촬영지나 둘러보자고 한 게 여기서 시간을 한참 잡아먹었다. (경천대 안에도 상도 촬영지가 일부 있어서 그간 여기를 따로 와볼 생각을 못했다)

상도는 실존인물인 조선후기의 거상 임상옥의 일대기를 그린 MBC 드라마로 2001.10.15~2002.04.02 까지 무려 50부작으로 이루어진 대하서사극이다. 임상옥 역으로 이재룡, 여주 다녕 역으로 김현주가 열연했다.  


임상옥(1779~1855)은 최초로 국경지대에서 인삼무역권을 독점하는 등 천재적인 상업수완을 발휘하여, 북경 상인의 불매동맹(不買同盟)을 교묘하게 깨뜨리고 원가의 수십 배에 팔아 막대한 재화를 벌어 굶주리는 백성 및 수재민을 구제하였던 걸출한 인물이다. 가난은 임금도 어쩌지 못한다는 조선시대에 무역으로 돈을 벌어 가난한 백성들을 구제한 임상옥의 활약은 대단해서 방영 당시에 상도의 인기는 정말 높았더랬다.

그 인기 드라마의 주요촬영지인 회상나루 드라마 촬영지를 길이 막힌 덕분에 들어가 보게 된 것이다. 경천섬에 사람들이 많은 것에 비하면 이곳은 그닥 사람들이 찾지를 않아서 충분히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었던 점이 좋았다.


낙동강을 바로 앞에 두고 해가 강물에 비치는 풍경을 보는 것도 좋았고, 주막촌을 지키는 고양이가 가이드하듯 따라붙으며 야옹거리는 모습도 즐거웠다. 날개띠좀잠자리(?) 한 마리가 사람 무서운 줄 모르고 내 손끝에 한참을 앉아있었던 것도 신기했다.

내가 주막촌 곳곳을 기웃거리며 풍경을 사진에 담는 동안 화장실에 간 남편은 올 생각을 않고, 해는 시나브로 서산으로 떨어지고... 결국 낙동강 위로 해가 떨어지는 장면을 보고서야 경천대를 향해 출발할 수 있었다.

신호등이 녹색으로 바뀌길 기다려 바로 출발했더니, 반대편에서 신호를 어기고 들어왔는지 중간에 딴짓하느라   

시간을 초과해버렸는지 차 한 대랑 산길 초입에서 마주치는 바람에 다시 후진해서 길을 터준 뒤에야 겨우 그 길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산길 달리다보니 중간중간 교행할 만한 곳들이 보였는데, 그런 곳마다 몽땅 쇠봉을 촘촘히 박아서 아예 차를 못 대게 만들어놓은 게 보였다. 신호등을 무시하고 진입하거나, 표시된 시간 안에 산길을 통과하지 못해 반대편에서 오는 차와 산길 중간에서 마주치면 아주 난감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겠다 싶었다. 혹시 모르니 교행공간은 그냥 두지 왜 저렇게 다 막아버렸을까 의문스러운 부분이었다. 산길 중간쯤 길 옆에 묘지도 있던데, 추석 때 성묘하러 온 사람들은 차를 어디에 댈 것이며, 그 차로 인해 신호만 믿고 진입한 차들은 산길 중간에서 오도가도 못할 텐데... 어쨌든 이리 난감한 도로가 있으니 이곳을 지나가실 땐 주의하시길 바란다.

해가 막 진 뒤에 오른 경천대 전망대에서는 상주 벌판 위로  두둥실 뜬 달을 볼 수 있었다. 전망대에 가장 빨리 오르는 방법은 상주박물관 지나서 경천로를 따라 언덕배기 하나를 오르면 오른쪽에 작은 주차장(북쪽 주차장)이 나오는데, 거기에 차를 세우고 600m쯤 되는 비교적 평탄한 오르막길을 올라가면 나온다.(도보로 8분)

추석 보름을 이틀 앞둔 달이 제법 동그스름했다. 360도 뻥 뚫린 전망의 경천대 전망대에서 해진 뒤 붉은 기운이 남은 상주의 산과 들판을 바라보다 남편이 30배 확대해서 찍은 달 사진을 마지막으로 내려왔다.


주차장에서 나오는 길에 갑자기 도로에 나타난 새끼 멧돼지에 놀라기도 했다. 잽싸게 지나갔기 망정이지 깐딱했음 멧돼지 칠 뻔했다.--;;


상주 자전거마을 전원주택 단지 위로 한층 더 밝게 떠오른 달을 보며 상주를 떠나왔다. 상주는 언제 어느 때 가도 참 좋은 곳이다. 자주 갔는데도 여전히 가보지 못한 곳이 많은 상주, 다음엔 어느 곳을 여행하게 될지 기대된다.


* 낙동강 문학관의 소개 내용은 아래 글을 참고했어요

https://m.blog.naver.com/kkhn54/22219515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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