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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Jul 20. 2022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인기요인

매주 수요일 목요일을 기다리게 만드는 드라마가 생겼다. 신생 케이블채널  ENA에서 하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졌지만 한 번 본 글은 모두 기억하는 특별한 능력을 지녀서, 서울대 로스쿨을 수석졸업하고 변호사 시험에 만점을 받은 이영우가 법무법인 한바다의 신입변호사로 채용되어 세상 속으로 들어가 좌충우돌하면서 성장하는 내용이다.

매회 하나의 독립된 에피소드가 나오면서 다양한 개성의 인간군상이 등장하는데, 법정드라마에서 흔히 보는 냉혈하고 비열한 면보다는 등장인물들의 복잡다단한 내면을 따스하게 그려내며 과장되지 않은 묘사로 힐링을 주고 있다.


코로나에, 여름더위에, 세상살이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그야말로 시원한 오아시스와 같은 휴식처를 제공하며 인기몰이중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첫 회 0.9%에서 시작해 6회는 9.6%를 기록하며 첫 회 대비 10배 이상으로 시청률이 수직상승했다. 이는 동 시간대 시청률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라고 한다. 게다가 이 드라마가 채널명조차 생소한 ENA에서 방영 중이라는 걸 고려하면 그야말로 놀라운 결과이다.

이 드라마의 성공으로 주연배우 박은빈의 몸값이 두 배로 뛰고, 제작사 에이스토리는 방영 2주만에 주가가 89.5%나 뛰었으며, 2주 연속 넷플릭스 비영어 TV 부문 가장 많이 본 콘텐츠 글로벌 1위를 기록해 다방면에서 '우영우 효과'가 증명됐다.


국내외 신드롬을 일으키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단번에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7회를 앞둔 오늘,

그 성공요인을 한 번 분석해보았다.


첫번째 주연과 조연들의 눈부신 활약이다.

주인공 우영우 역할을 하는 배우 박은빈의 진짜 자폐인도 감탄하게 만들었다는 뛰어난 연기, 팀리더로서 우영우의 멘토인 시니어 변호사 정명석을 멋지게 소화해낸 강기영, 훈남에 따스한 성격까지 겸비한 송무팀 직원이자 영우의 편이 되고 싶은 이준호를 맡은 뉴페이스 강태오 외에도 미혼부로 외롭게 딸을 키워온 서울 법대 출신의 김밥집 사장님인 딸바보 우광호(전배수 분), 로스쿨 동기이자 경쟁의 현실과 영우를 챙기고자 하는 본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봄날의 햇살 같은 변호사 최수연(하윤경 분), 얄미운 라이벌이지만 그저 미워만 할 수 없는 권모술수 권민우(주종혁 분), 영우의 오랜 단짝친구이자 똘끼충만한 동그라미(주현영 분), 법무법인 한바다를 1등 로펌으로 키우고자 부심하는 대표변호사 한선영(백지원 분), 한바다와 경쟁하는 로펌 태산의 파트너 변호사로 법무부장관 후보로까지 거론되는 엄청난 능력자이자 영우의 숨겨진 엄마로 추정되는 태수미(진경 분)와 같은 조연들의 활약이 각자의 맛을 살리면서도 서로 조화롭게 어울리는 비빔밥처럼 맛깔나게 잘 차려져 나온다.


둘째, 탄탄한 이야기 구성과 뛰어난 연출력이다.

아무리 배우들이 뛰어나도 드라마의 바탕이 되는 이야기의 구성력이 떨어진다면 인기를 얻기 힘들다. 이 드라마를 탄탄하게 받쳐주고 끌어가는 뛰어난 이야기를 만들어낸 작가 문지원은 영화 '증인'의 극본을 쓴 작가이기도 한데, '증인'에서 주인공으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중학생을 내세워 성공을 거둘 정도로 자폐에 대한 이해도가 깊다. 작가는 이 드라마를 위해 나사렛대학교 교수와 함께 자폐에 대해 공부하고 법무법인 사무장과 판결 사례를 찾아보면서 사전조사를 1년간 했다고 한다. (드라마의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 'CEO를 가르치는 변호사’, ‘변호사를 가르치는 변호사’라 불리는 조우성 변호사의 책 '한 개의 기쁨이 천 개의 슬픔을 이긴다'에 나온 에피소드들도 일부 활용했다)

여기에다 '낭만닥터 김사부, 돈의 화신, 배가본드, 외과의사 봉달희, 자이언트, 초한지' 등을 감독하며 연출력을 인정받은 유인식 피디와의 만남으로 기대 이상의  드라마가 탄생했다.


셋째, 고래라는 거대 해양 생물의 등장이다.

우리가 달의 뒷면보다도 모른다는 심해에 사는 고래에 꽂혀서 삶의 모든 곳에 고래를 동반하고 사는 우영우가 난관에 부닥친 문제를 풀기 위해 고민하다 새로운 발상의 전환을 할 때마다 나타나는 공중도약하는 고래의 모습도 시원~하고, 우영우가 내뱉는 다양한 고래의 정보들과 그걸 실사와 애니메이션, 그림 등으로 화면에 보여주는 여러 가지 고래형상들이 깨알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험한 세상에 별별사건도 많지만, 선한 인물들이 힘을 합쳐 하나하나 문제를 풀어가는 변호사 우영우의 이야기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그렇다고 이 드라마가 그저 착하기만 한 사람들의 이상적인 이야기는 아니다. 이 드라마를 관통하는 건 상식적인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다.


특히 시니어 변호사 정명석은 좋은 상사의 모범을 보여주며 배우 강기영을 새롭게 보게 해주었다.

신입 변호사들에게 멘토 역할을 하는 정명석 변호사는  자신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에 대해 빠르게 인정하고 신입에게 사과하면서도, 신입이 잘못하고 실수한 것은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고 막아준다. 누군가는 "세상에 이런 상사가 어딨어?" 하며 판타지라 말하지만, 드라마에서라도 이토록 멋진 상사를 만날 수 있다니 알흠답지 아니한가? 게다가 그는 수트발이 끝내주는 변호사다.^^  

하루하루 지친 일상을 달래주는 '여름날 소나기' 같은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남은 이야기가 앞으로 더욱 흥미진진해질 듯하여 점점 기대가 된다.


본방 : ENA 수, 목 저녁 9시

넷플릭스 : 수, 목 밤 10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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