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말그미 Aug 08. 2022

얼음골 냉풍욕장 쩌리 가게 시원한 반야사 동굴법당

논산여행

입추인 어제 다녀온 뒤,

한여름 더위를 한방에 날려주는 시원한 동굴법당이 있는 논산 반야사를 소개할 생각에 가슴이 막 설레입니다. 이런 멋진 여행지를 이제야 알게 되다니! 그것도 5년 전에 한 번 갔던 곳인데, 이번에야 그 진가를 알게 되었답니다.


주소 : 충남 논산시 가야곡면 삼전길 104

입장료, 주차료 없음

공주 마곡사의 말사로 등록된 반야사는 석회광산인 옛 폐광을 활용해서 대웅전, 요사채, 동굴법당, 야외 미륵불상, 바위협곡 등을 조성했다고 해요. 힘든 작업 환경에서 사람이 많이 죽었고 석회광산으로 역할이 끝난 후 폐광되어 버려진 곳이었는데, 사찰을 지으려고 전국을 찾아다니던 주지스님의 눈에 띄게 되어 수십 년 전에 이곳에 자리 잡게 됐다고 합니다. 이곳이 광산이었을 때 희생된 분들이 많았다는데, 이런 장소에 종교적인 건물이 들어서는 게 좋다고 하네요.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분들을 위로할 수 있어서요. 그래서 그런지 반야사 대웅전 안에는 위패를 모신 곳 말고도, 대웅전을 빙 둘러싼 천장 아래 벽면에 사람들의 사진이 붙여져 있어 특이했어요.

반야사는 대웅전 뒤편의 높다란 바위협곡이 '임금님의 사건수첩' 등 수많은 영화촬영지로 나오면서 대중에게 알려진 곳이에요. 2017년 조성된 동굴법당은 일제시대 석회광산으로 개발된 곳으로 광산 길이는 20㎞에 달하고, 폐광 당시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어 드라마 촬영 명소로도 각광받고 있어요. 드라마 ‘마의’와 ‘조선총잡이’, ‘아랑사또전’ 등의 동굴 씬이 이곳에서 촬영됐다네요.

저도 2017년 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에 반해 그곳에 나온 영화촬영지를 찾아다니다 논산 반야사를 처음 가게 되었어요. 그때만 해도 유명세를 타진 않아서 따로 주차장이 없어 절 앞까지 차를 타고 올라가서 경내에 들어갈 수 있었고, 협곡 안으로도 들어갈 수 있었는데 5년만에 다시 갔더니 그새 많이 달라졌더라구요.

차는 절에 오르기 전 입구 왼쪽에 마련된 주차장에 대야 하고, 법당 뒤 어두운 협곡 안에서 밝은 하늘을 배경으로 찍은 인생샷이 sns로 소문이 나면서 많은 이들이 찾다보니, 지금은 낙석위험 때문에 못 들어가게 아예 가시철조망을 해놓았더라구요. 5년 전만 해도 '낙석위험'이란 경고문만 있어서 조심조심하며 협곡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는데 말입니다.  

좋아진 점은 5년 전에는 해우소가 오래전 시골 화장실처럼 시설이 너무 낡았더랬는대, 이번에 가보니 깔끔하게 새로 만들어서 깨끗하게 관리를 잘 해놓으셨더라구요.

그리고 두둥~!!!

대웅전 왼쪽 뒤편에 있는 동굴법당 '용궁회상(龍宮會上)'의 발견이에요.(회상이란 불교에서 '대중이 모이는 법회'를 의미)


바위협곡을 나와보니 사람들이 우루루 들어가는 곳이 있었어요. 5년 전에 왔을 땐 동굴법당 입구가 잠겨있어서 못들어갔는데(너무 아침 일찍 가서 그랬나 봅니다) 이번엔 열려있어서 사람들 따라 들어갔다가 동굴법당의 냉기 솔솔 천연에어컨에 홀딱 반해버렸답니다. 동굴법당 입구부터 숨을 내쉬면 하얀 입김이 보일 정도로 지하에서 시원한 냉기가 솔솔 올라오더라구요. 정말이지 여름철 더위를 한방에 싸악 날려주는 멋진 곳이었어요.


지하에 마련된 동굴법당은 예전에는 석회를 채굴하는 광산으로 일제강점기에는 노역을 했던 장소였다네요. 폐광이 되어 버려지고 황량했던 광산의 갱도 속을 다듬고 정리하여 지금의 모습이 됐는데, 계단을 내려가 유리문 안으로 들어서면 화려한 조명과 함께 정면 깊숙한 곳에 법당이 마련되어 있어요.

법당 입구에서 오른쪽 통로로 들아가면 안쪽에 용왕이 모셔있으며, 그 왼쪽으로는 지하수가 모여 생긴 작은 연못과 분수가 있어요. 코끼리를 탄 동자상을 지나 더욱 깊이 들어가면 예전 갱도의 모습을 고스란히 지닌 깊은 구멍이 철제울타리 너머로 보인답니다.

동굴법당에서 나오는 냉기를 포집해 커다란 통으로 연결해서 대웅전 냉방용으로도 쓰는 걸 보고 참 주지스님께서 머리 잘 쓰셨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야말로 천연에어컨을 활용하고 계시더라구요.

동굴법당 안은 한참 있다보면 추위가 느껴질 정도로 내부가 아주 시원한데요, 막상 법당 밖으로 나가서 지상으로 올라가면 더위가 확 느껴져서 법당 입구에 마련된 파란색 플라스틱 간이의자에 앉아 냉기를 쏘이며 한참을 쉬게 된답니다. 저는 여기가 너무 시원하고 좋아서, 사람들 없을 때를 틈타 30여분간 앉아있으면서 책도 읽었어요.

의자에 앉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법당 안으로 내려가 한 바퀴 더 둘러보고 나왔는데요, 여름에 진짜 이만한 피서지가 없더라구요. 여름에 꼭 가봐야 할 강추여행지로 논산 반야사 동굴법당을 추천합니다!


반야사 동굴법당은 여름에는 10도 내외로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기운이 돈다고 하니 겨울에도 확인차 한 번 더 와보려고 해요^^


매거진의 이전글 수륙양용버스, 궁남지 연꽃과 함께 즐기는 부여맛집 3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