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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Dec 21. 2022

문해력 고민 완전타파, 난독의 시대

아들이 고등학생이 되면서 학업관련해 가장 걱정스런 부분이 국어성적이 잘 안 오른다는 것이었다.

초등부터 자기주도학습으로 쭉 공부해온 아들은 중등때는 영어만 2년 가량 학원 다니고 유튜브로 영어수업도 꾸준히 들으면서 대부분 만점을 받았고, 수학은 자기주도학습으로 상위권을 유지했다. 국어성적이 영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좀 떨어지긴 했으나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고등학교 올라오니, 국어성적이 너무도 놀라운 속도로 급강하를 하는 것이었다. 명색이 국문과 나온 엄마라고, 시험기간이 되면 이런저런 문제들 구해서 풀어보라고 주면서 모르는 거 있음 설명해주곤 했는데 그렇게 신경써주면 조금 오르는 것 같다가도 깜빡 신경을 못 쓰면 다시 제자리.


그 어려운 물리를 100점 맞는 녀석이니 공부머리가 없는 것도 아닌데, 아무래도 독해력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합리적 의심이 들었다. 지문을 읽어도 그걸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현상, 소위 말하는 문해력이 부족해서 벌어진 일이 아닐까 한 것이다.


문해력 부족이라는 근본적인 원인해결이 안 되면 국어성적 때문에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하는 불상사가 생길 것 같았다. 조바심이 나서 여기저기 알아보던 차에, 20시간만 투자하면 문해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고 자신하시는 박세당 원장님을 만나게 되었다.  


원장님은 난독치료를 위한 워드플레이어를 오래전에 개발해서 여러 차례 학습을 실행해 이미 효과를 입증한 상태라고 하셨다. 요 몇 년간 원장님이 개발하신 워드플레이어를 통해 문해력이 향상되어, 수능을 열흘 앞둔 고3 수험생이 내신등급을 무려 3등급이나 올려서 원하는 대학에 합격한 사례부터 시작해 다양한 성공 자료들을 보여주셨다.


그 자료들을 보는 순간 심봉사 눈 뜬 것처럼 눈이 번쩍 뜨였다. 고3 올라가기 전 짧은 시간에 문해력을 끌어올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고, 국어 등급을 확실하게 올려줄 동아줄을 잡는 심정으로 대전에서 서울까지 총 20시간의 수업을 들으러 아들과 함께 난독 치료의 여정을 시작했다.


한편으로는 이 난독치료가 진짜 효과가 있다면 내가 하는 일에도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해 나도 함께 문해력 수업을 받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10월 29일부터 11월 12일까지 총 3주간 주말을 이용해서 박세당 원장님과 박세호 선생님이 주관하시는 문해력 수업에 참여했다.


수업전에 과연 난독 현상이 어느 정도인지 테스트해보는 시선추적검사를 실시했다. 객관적인 지표가 필요한 부분이라 이런 검사는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었다.


시선추적 검사결과를 보니,

아들은 문장을 빠짐없이 읽긴 하지만 읽어내리는 속도가 많이 느렸다. 아무래도 어휘력이 부족해서 문장이해도가 낮다보니 글 읽는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었다. 시선추적 뒤 받은 어휘력 테스트에서도 겨우 10점을 맞았다.



그런데 20시간 동안 고3 비문학 국어교과서를 탑재한 워드플레이어를 따라가며 정속독을 19차례 하고 나자, 어휘력 테스트는 80점이 나왔고, 시선추적검사에서도 난독현상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결과가 나왔다. 결정적으로 난독 치료 전에 봤던 모의고사에서 나온 국어성적보다 난독 치료 직후 본 모의고사에서 국어성적이 2등급이나 올랐다!



아들에게 종이로 된 교과서를 주면서 19번을 읽으라고 했다면 절대 못한다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을 텐데, 태블릿에 탑재된 워드플레이어를 따라가며 읽다보니 자기도 모르게 19번이나 정독을 했고, 모르는 단어를 설명해주는 '덜컥이'기능 덕분에 짧은 시간동안 어휘력이 확 늘어난 것이었다. 정말 놀라운 결과였다. '설마~' 가 '진짜네?'가 되는 순간!


그럼 나의 경우는 어땠을까?

나는 평소 책을 꾸준히 많이 읽는 편이다. 그런데 요 몇 년 사이 예전에 비해 책 내용을 이해하는 속도가 느려지고, 몰입도가 떨어진다 싶던 참이었다.


시선추적검사를 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전형적인 디지털기기로 인한 난독 상태임이 밝혀졌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나의 시선도 스마트폰에 맞춰진 채로 퇴화되어버리면서 문장을 전체 다 읽지 않고 양끝부분을 뎅강 잘라먹은 채로 읽어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책 내용이 제대로 이해가 안 되지...



나는 <파친코>에 이어 한반도 이야기로 미국을 강타한 "작은 땅의 야수들"이라는 612쪽짜리 장편소설을 탑재한 워드플레이어로 난독치료를 시작했다. '600쪽이 넘는 책을 언제 다 읽나~' 속으로 한숨이 나오기도 했지만 오롯이 책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서 좋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워드플레이어를 따라 책을 읽다보니 6시간이 안 되서 612쪽짜리 책을 정독으로 완독했고, 2회독을 할 때는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워드플레이어에는 글 읽는 속도를 자유자재로 올리고 내릴 수 있는 기능이 있어, 자신의 글 읽는 속도에 맞춰서 조절할 수 있다)



마지막 시간에 시선추적 검사를 해보니, 역시나 난독현상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알 수 있었다. 문장을 끝까지 다 안 읽고, 스마트폰 화면 크기에 맞춰진 채 글을 읽어내려가던 나의 시선이 이젠 문장을 양쪽 끝까지 다 읽고도 주어진 문장을 다 읽는 데 걸린 시간은 처음 시선추적검사 때와 같았다.



이 결과가 알려주는 사실은 내가 문해력 수업을 통해 디지털 난독을 치료하고 정독과 속독이 제대로 이뤄졌다는 말이다. 정속독이 이뤄지면 책에 대한 이해도가 확 올라간다. 문해력 수업이 11월 12일로 끝났고, 지금이 12월 21일이니 한달하고도 열흘 가량이 지났지만 난 여전히 책 내용들이 선명히 떠오른다. 문해력 수업 전이었다면 아마 기억나는 내용이 지금처럼 많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처럼 성인이면서 박세당원장님의 문해력 수업을 들었던 분들 중에는 10년간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는데 이틀만에 이 책을 다 읽고 감격에 겨워한 70대도 있으시고, 난시라 책 읽기 어려워하던 사람이 두 시간만에 전자책 한 권을 다 읽고 감동한 사례도 있다고 한다. 성공한 삶을 살려면 책을 꼭 읽어야 한다는 사실을 경제적 자유를 이루거나 사회적으로 성공한 수많은 사람들이 강조한다. 그러나 머리로는 이 사실을 알아도 책 읽기가 쉽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런 워드플레이어의 존재는 정말 희소식이 아닐까 싶다. 이런 문해력 수업이 널리 알려져 대중화된다면 얼마나 대단한 일들이 일어날까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이처럼 고등학생 아들은 박세당원장님이 발명한 워드플레이어로 20시간만에 난독현상이 치료되어 월등하게 문해력이 향상되었고, 어휘력 테스트와 시선추적 검사, 모의고사 성적으로 그 결과가 입증되었다.


그런데 마침 이 난독의 문제를 이론적으로 철저히 분석하고, 현실에서 실제로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분명히 제시한 책이 이번에 출간됐다. 바로 박세당원장님과 박세호선생님이 공동으로 집필하신 [난독의 시대]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난독'으로 알려진 후천성 독서 장애가 우리나라에서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온 것이 아이폰이 상륙한 2010년 이후의 일이며, 이때부터 컴퓨터를 켜야 볼 수 있었던 대부분의 웹서비스, 즉 SNS 동영상, 게임 등이 본격적으로 모바일로 옮겨가면서 난독의 시대가 시작되었다고 진단한다.


지금 학교 현장과 성인들에게 일어나고 있는 문해력 붕괴는 디지털 기기에 의한 후천적 독서 장애이며, 이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나라라면 모두 안고 있는 문제라고 한다.



문해력이 떨어진 근본 뿌리는 '난독'이고, 이 문제를 풀어야 문해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난독'이라고 불리는 후천성 독서 장애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어떻게 우리 자녀들이 책을 읽어도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난독 현상을 고칠 수 있을지 알려준다.


시중에 문해력을 주제로 한 책들이 많이 나와서 많은 이들에게 문해력이 이 시대가 안고 있는 큰 문제임을 일깨우고 있지만, 막상 읽어보면 실질적인 해답을 제시하지못하는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 책은 단지 난독 현상과 이론을 나열하는데 그치지 않고, 독서 장애를 어떻게 판단하고 고칠 수 있는지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와 난독 치료 경험을 통해 문해력 붕괴에 빠진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확실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오늘날 문해력 붕괴현상은 핵심 원인인 디지털 기기에 의한 독서장애에 대해 정부 및 교육계가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으면 쉽게 끝낼 수 있다고 저자는 확신한다. 그래서 서울시교육청 학습지원 센터에서 독서장애 치료강사로, 서울 구암고등학교에서 독서력개선 지도강사로, 서울 동부교육지원청과 동작관악교육지원청에서는 난독에 대한 내용을 강의하시는 등 대한민국 1호 난독 전문가로 활약해오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박세당 원장님이 디지털 기기로 인한 후천성 독서 장애 문제를 공론화하고 이를 해결할 방법이 있다고 여기저기 말하고 다닌 지 10년이 넘으셨어도 우리나라 교육에서 실질적인 변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22년 5월 미국에선 뉴욕시가 중심이 되어 난독 현상을 치료하는 데 예산을 풀기 시작했다고 한다. 미국의 주 정부가 가장 먼저 나선 것이다. 선례가 생겼으니 그 파도가 이제 한국에도 닿을 것이고, 우리 교육계에도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희망이 생긴다.


이번 책 '난독의 시대'를 통해 문해력 붕괴 원인에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책에서 제시한 해결 방법을 교육계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난독에 빠진 우리 아이들의 문해력을 더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아울러 디지털 난독에 빠진 많은 성인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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