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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Nov 01. 2020

니가 울렸지?  

양파와 눈물의 상관관계

친정인 해남에서 주신 애호박으로 뭐 해먹을까 하다가

역시 해남에서 주신 양파를 쫑쫑 썰어넣고

마트에서 사온 쭈꾸미를 데쳐서 잘게 썰어넣어

애호박전을 부쳐먹기로 했다.


양파를 꺼내서 써는데 어찌나 맵던지

꼴랑 양파 두 개 썰면서 눈물을 한 바가지나 흘렸다.

삶은 꼬막에 바를 양념을 만들어주시느라 옆에서

저녁준비를 도와주시던 어머님께서


"누구한테 맞았냐?"

하며 슬쩍 웃으셨다.

원래 양파가 잘 영근 것일수록 맵단다~ 하시며.

그때 마침 퇴근하고 들어온 남편을 보시고는,


"니가 때렸지? 너 왜 우리 며느리 때렸니? 응?"


하시는 통에

갑자기 봉변당한 남편은


"히잉~ 나한테 왜 그러세요?

이제 들어와서 아무짓도 안 했는데...ㅜㅜ"


하며 울상을 하구선 안방으로 퇴각했다.


남편과 부부싸움이라도 할라치면

매번 며느리편을 들어주시는 어머님 덕분에

내가 이 남자랑 연을 끊고 살아야지 싶다가도

어머님 얼굴 봐서 참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서 흔히들 시어머니 모시고 사는 며느리들이


"에휴~ 그저 남편 보고 참고 살지요 뭐~"

할 때, 나는


"에휴~ 그저 시어머님 보고 참고 살지요 뭐~"

이런 말을 할 수 있었던 거다.


올 11월이면 결혼 21주년을 맞이한다.

오늘날까지 우리가 안 갈라서고 잘 살고 있는 건

어머님 덕분인 게 꽤 크다.


고부간에 잘 지내는 가장 첫째 비결은

아들보다 며느리를 제일로 여겨주시는 어머님께서

자애로움과 지혜로움을 겸비하시는 것이다.

라고, 이 불량며느리는 목소리 높여 외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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