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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Nov 01. 2020

떴다방을 아슈?  

노인들이 그곳에 가는 이유

오래 전 한 단톡방에서 작은 논란이 있었다.


일명 떴다방 피해자가 되신 노모가 구매하신 돌매트를 환불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어이없는 상황을 글로 나누다 급기야 다른 어르신들이 같은 일을 겪지 않도록 그 업체를 엄중하게 조치해달라는 청와대 청원글을 올린 것이다.


이 글이 올라오자 많은 이들이 본인도 겪었던 일이라며 여기저기서 성토를 했고, 왜 그런 일들이 벌어지는지 꽤 수긍이 가는 원인분석까지 나왔다. 일련의 일들을 보면서 몇 년 전 한동안 떴다방을 다니신 어머님을 떠올렸다.


한 1~2년 가량 어머님은 동네로 찾아오는 떴다방에 매일 출근도장을 찍으시며 다녔다. 실제로 출근도장을 찍으면 이벤트로 물건을 공짜로 받거나 싸게 살 기회가 주어졌다. 녹용을 팔러온 팀이 왔을 땐 단체로 관광버스를 타고 사슴농장까지 가셔서 사슴고기도 맛있게 얻어드셨고, 안마기 팔러온 팀이 왔을 땐 매일 안마받으러 다니셨다. 옥매트, 돌침대, 상조보험 등 매번 파는 상품이 바뀌는 듯 했고 홍보하러 온 팀도 몇 번 바뀌었다.


"처음에 녹용 팔러 온 팀이 돈 많이 벌었지~ 그때 돈 좀 있는 노인들이 천 만원 넘는 녹용들도 척척 사서 아주 난리도 아니었단다. 이 동네가 재개발되면서 땅 보상받아 부자 된 노인들이 많거든. 몇 억쯤 쌈짓돈으로 갖고 계신 분들이니 몸에 좋다니까 막 사들인 거지. 나야 딱 보니까 물건이 별로라서 안 샀다만...


아닌 말로 매일 놀아주지, 맛있는 간식 주지, 안마해주지, 좋은 데 구경도 시켜주지~ 자식도 그렇게 안 해주는데 얼마나 고마워! 노인들이 집에 있으면 잠밖에 더 자겠냐? 거기 와서 그렇게 놀고 노래부르고 웃으면 그게 더 살맛 나고 좋은 걸. 그래서 나도 친구들이랑 신나게 다녔지~"


"거기 다니실 때 사신 물건들 저희 지금도 잘 쓰고 있잖아요. 삼겹살 궈먹는 팬은 정말 잘 사신 것 같아요. 어쩜 고기 구울 때 연기도 안 나고 기름도 안 튀고!"


"그치? 그거 내가 딸네들한테도 줄라고 세 개 샀잖아. 그거 뿐이냐? 달걀찜 해먹는 냄비도 사고, 게르마늄 그릇도 사고~ 나야 그거 뭐 돈 얼마 안주고 이벤트 당첨되서 싸게 샀지. 뭣보담도 집에서 잘 쓰고 있으니까 헛돈 쓴 거는 아니고."


"맞아요~ 어머님처럼 현명하게 떴다방 이용하시면 잘 즐기시고, 필요한 거도 사서  잘 쓰시는데, 안 그러신 분들이 많아서 피해가 크다네요."


"그러니까 잘 판단해야지. 좋은 말로 쏘삭인다고 다 사냐? 이것저것 따져보고, 아닌 것 같다 싶으면 별 소리를 다 해도 딱 중심 잡고 안 사면 되는데, 할머니들이 주머니에 돈은 있고, 놀아주는 젊은이들은 안쓰럽고 하니까 막 사들이는 거지.

솔직히 나야 큰 돈 안 썼어야. 거기서 과일이나 떡 같은 거 천 원 이천 원에 팔 때 그런 때나 싸니까 사가지고 왔지."


"덕분에 저희도 잘 먹었잖아요. 전에 한 번은 어머님이 어디 가시느라 못 가셔서 제가 대신 표 들고 가서 가래떡 받아와서 잘 먹은 적도 있는 걸요! 가보니까 재미나게 하대요~ 어른들 쏘옥 빠지시겠던데요~"


"맞어~ 그랬지. 그니까 그런 것도 잘 이용하면 좋은데... 앞뒤 안 가리고, 정에 끌려서 막 사면 문제가 되는 거여.


생각해보면 웃긴 게 하나 있는데, 그 젊은이들도 딱 봐서 너무 나이 많이 드신 파파할머니들은 못 오게 한다? 돈 좀 쓰게 생겨야 입장시키고~.


한 번은 머리 허연 할머니가 선물도 주고, 재미나게 놀 수 있다는 소문을 듣고는 지팡이 짚고 저 옆동네에서 걸어걸어 왔단다. 근데, 행사장 입구에서 딱 하는 말이... 할머니처럼 연세 드신 분들은 오시는 곳 아니에요~. 오늘은 오셨으니 할 수 없지만 다음엔 못 들어가니까 오지 마세요~ 그러더라.


집에서 가만 누워있는 것보단 나으니까 오셨겄지만, 얼마나 속으로 서러웠겄냐. 나이 먹은 것도 속상한데, 그런 데서까지 홀대를 당하고... 나이 들면 사람이 그렇게 아무 소용 없어야~"


결국 이야기의 끝은 나이 들면 돈이 최고고,

돈 있어야 대접받는 거고, 그래서 그런 떴다방에 쓸데없이 돈 퍼주지 말고, 잘 갖고 있다가 필요한 데 써야한다는 것이었다.


그 이야길 들으면서 떴다방 말고도 어르신들이 재미지게 삶을 즐기실 뭔가가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식들이 자주 연락하고, 찾아뵙는 것도 한 방법이긴 하나 매번 그러기도 쉽지 않을 터.


요양원에 매년 흘러들어가는 막대한 돈이 요양원 운영자들 배불리는 데 쓰이고, 정작 어르신들은 제대로 먹지도 입지도 못한 채 학대당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뉴스로 종종 접한다.


그렇게 잘못 쓰이는 돈을 떴다방과 벤치마킹해서 어르신들과 재밌게 놀아주고 선물도 드리는 일에 쓰이게 한다면 어떨까? 기왕 들어가는 돈, 어르신들께 도움이 되면 좋지 않을까?^^;;


갈수록 늘어나는 노년세대가 삶의 보람과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외로움과 지루함에 지쳐있다 떴다방의 피해자가 되어 평생 모은 돈을 혹은 자식들이 드리는 용돈 아까워서 다른 데 못쓰고 아껴둔 돈을 사기피해로 홀랑 날리는 일이 없도록, 노년세대에 맞춤한 실속있는 프로그램과 인프라가 필요하다.


* 고재욱님의 '떴다방 인기요인' 분석글

(고재욱님은 요양원에서 근무해온 지난 7년간 100여 명의 노인들을 떠나보내셨다. 그 분들의 마지막 나날들을 함께 하며 나눈 이야기들을 브런치에 연재하다 2020년 6월 '당신이 꽃같이 돌아오면 좋겠다 '는 책을 내셨다. 아래 글은 이 책이 나오기 1년 전쯤 '떴다방'을 주제로 나눈 대화이다.)


문제는 단시간이 아니라 장시간에 걸쳐 빠져들게 되는 것 같아요. 아들인 제가 못 해드리는 걸 그들이 하는 척 하는데 거기에 빠지셔서...

제 어머니도 절대 사기 아니다 하셨는데 무슨 음파 치료기 몇 백...매트에... 온통 다 할부로 사셨더라고요 ㅡㆍㅡ


할부금 못 내서 미안한? 마음에 전시장 빠지면 그넘들이 소고기 사들고 엄마 걱정되서 왔다며 찾아오곤 했답니다. 그리고 더 이상 나올 것이 없어지면 업장 정리하고 다른 곳으로 옮겨요. 경찰에 신고해보아도 방문판매 위반 정도의 벌금 뿐이더라고요. 벌금보다 수익이 막대하니 . . .


누나와 제가 느낀 것은 '더 자주 찾아뵙자' 였습니다.

어머니께서 그 물건을 구매한 것은 물건을 사고 싶어서가 아니라 외롭고 혹은 버려진 느낌이 주는 상실감이 아니었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들이 교묘하게 엄마의 마음을 흔든 거고요.

몇 년전 일인데 요즘은 전화라도 자주 드립니다. 너무 무심했더라고요. 저도 비싼 공부했습니다. 요즘엔 얼씬도 하지 않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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