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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Nov 01. 2020

니 생일은 내가 책임지마!

며느리 생일상

머님과 한 집에 산 지 15년째.

매년 이맘때쯤 되면 어머님은 며칠 전부터 장을 보시느라 바쁘다. 명절 때나 아버님 제사 때도 보시지 않는 장을 오로지 나 때문에 보신다. 바로 내 생일상을 차려주시기 위해서시다.


올해는 몸이 안 좋으셔서 그나마 가짓수가 줄어

소고기 미역국이랑 잡채 고기 야채전 정도.

잡채랑 고기 야채전은 정말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

새벽 내내 주방에서 분주히 준비하시는 소릴 들으며 누워있었다. 나가서 도울라치면 손사래 치실 게 뻔해서

차라리 모른 척 누워있는 게 낫기 때문이다.


딸들 생일엔 전화 한 통 하면 끝이시고

같이 사는 아들 생일도 "축하한다!" 

한 마디로 땡 치시는데,

며느리 생일엔 매년 이렇게 정성 가득한 생일상을 차려주시고, 거기에다 선물과 축하금까지 따로 챙겨주시니 황송할 따름이다.


내가 대단한 효부도 아니고, 아무리 생각해도

불량 며느리인데... 이렇게 살뜰히 챙겨주시는

어머님의 사랑에 늘 송구스럽다.


결혼하고 첫 생일에도 집으로 따로 불러서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려주신 게 뚜렷이 기억난다.

내 생일에 엄마가 차려주신 생일상도 제대로 받아본 기억이 없는 나로선 얼마나 감동이었던지!


보통 연애할 땐 예비 며느리 생일 챙기던 시어머니도 막상 결혼하면 나 몰라라 하신다는데, 우리 어머님은 결혼해서 내 사람 됐으니 더 신경 써서 챙겨주시는 스타일이셨다.


같이 서울 살 땐 꼭 불러서 생일상을 차려주셨고,

서울 대전으로 멀어졌을 땐 함께 살던 작은 시누이를 통해서 선물을 보내주시곤 했다. 급기야 한 집에서 살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니 생일은 내가 책임지마!"

하고 공언을 하다.


어느 가 친구분들과 제주 놀러 가시는 일정이 내 생일과 딱 겹쳤을 때는 생일상 못 차려주시는 것을 제일 안타까워하시며 미안해 어쩔 줄 몰라하셨다. 이런 시어머님이 세상 어디에 계실까?


21년 그 한결같음에 담긴 며느리 사랑을

보답할 수 있어야 할 텐데...

난 여전히 많이 부족한 며느리다.


그래도 제 마음 아시죠, 어머님?

언제나 감사하고 사랑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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