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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Nov 01. 2020

사자 한 마리와 미친~년

웃으며 사진 찍는 법

나는 머리숱이 많은 편이다.

그나마 둘째 낳고나서 머리 감을 때마다

어마무시하게 머리카락이 빠져서

이러다 대머리 될 날이 머지 않았겠구나~

하며 공포에 떨던 해가 몇 년 계속 됐음에도

내 머리숱은 여전히 많은 편에 속한다.


그래서 머리 한 번 감고 말리느라

머리를 풀고 있으면 그야말로 볼만하다.


한 번은 아침식사하는 밥상머리에서

머리 말리느라 풀고 있었더니

어머님께서 나를 척 쳐다보시곤


"내 앞에 사자 한 마리가 앉아 있고나~

엄마 머리 좀 봐라~ 완전 사자머리다!^^"


하셔서 밥먹다가 밥풀을 흘리며

걀걀걀걀~ 웃은 적이 있다.


지난 번에 14년간 동고동락하며 우리 다섯 가족을

태우고 달리던 흰둥이 보내기 전에

가족사진을 찍어 남기자고 남편이 제안했다.

일요일 저녁 늦게 지하주차장 가는 엘베 안에서

이번에도 남편이 우리 오랫만에 가족 모두 엘베 탔으니

기념사진 찍자며 셀카봉을 높이 쳐들고

사진 찍겠다고 포즈를 취했는데...

표정들이 다 얼어있어서 "뭥미?" 싶은 때

어머님의 한 마디.


"미친~년~!"


순간 또 걀갸리 웃느라 다들 무장해제되어

함빡 웃음 짓는 엘베 안 가족사진이 나오기도 했다.


나중에 흰둥이랑 가족사진 다 찍고

올라오는 엘베 안에서 한 번 더

셀카봉 도전하면서는 어머님이 미친년에 이어


"엿장시~~~"


하셔서 또 자지러지게 웃었다.

가끔 이런 유머로 웃음을 주시는 어머님 덕분에

우리는 뜬금없이 포복절도하며 웃는다.


김치 대신 외쳐보라!

"미친~ 년~~~~" 하고.

이게 민망하면 "엿장시~~~"

는 모습 사진에 담기, 확률 100% 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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