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이 건강하실 때는 매일매일 관리를 해서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하던 가스렌지 위의 주방타일이 어머님께서 쓰러지신 뒤로 예전처럼 주방에 신경을 써주시지 않으니 언젠가부터 타일에 기름때가 드문드믄 달라붙기 시작했다.
내 나름으론 닦는다고 닦고, 찌든 때를 벗겨준다는 강력 세정제도 뿌려서 닦아보고, 행주를 전자렌지에 돌려 뜨끈하게 해서 문질러도 봤지만 깔끔하게 닦여지지 않았다. 바로바로 닦아내는 것만이 방법인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며칠 전 어머님이 설거지를 도와주신 뒤 싱크대 위의 타일을 마음먹고 손을 보셨다.
한눈에 깨끗해진 싱크대 타일을 보니
역시 어머님 손길이 미치니 다르구나~ 싶었다.
"어머님~ 어떻게 이렇게 깨끗하게 닦으셨어요?"
하고 여쭤보니,
"이것도 다 요령이 있니라. 칼을 등쪽으로 눕혀서 살살살 긁어내면 돼. 칼을 바로 들고 하면 타일 다 긁히니까 그라믄 안 된다!"
진즉 어머님께 여쭤볼 걸 그 생각을 못했구나~ 하고선 가스렌지 위의 타일을 한 번 손봐야겠다 생각하다가 어제 점심 때 드디어 해치웠다. 한 시간 가량 오른손엔 과도, 왼손엔 물티슈를 들고 열심히 긁어내고 닦고 했더니, 노란 기름때가 딱 달라붙어 얼룩이덜룩이던 타일이 원래의 하얀 색깔로 돌아왔다.
비교적 따스한 날이라곤 하지만 그래도 가을인데, 아주 땀을 뻘뻘 흘리며 닦은 보람이 있었다.^^
요리가 끝나면 바로바로 닦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지만 때를 놓쳤다가 기름때가 타일에 들러붙어 있을 땐 칼을 쓰는 게 정답이다. 역시 어머님은 살림의 고수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