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말그미 Nov 03. 2023

살림의 고수

어머님이 건강하실 때는 매일매일 관리를 해서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하던 가스렌지 위의 주방타일이 어머님께서 쓰러지신 뒤로 예전처럼 주방에 신경을 써주시지 않으니 언젠가부터 타일에 기름때가 드문드믄 달라붙기 시작했다.

내 나름으론 닦는다고 닦고, 찌든 때를 벗겨준다는 강력 세정제도 뿌려서 닦아보고, 행주를 전자렌지에 돌려 뜨끈하게 해서 문질러도 봤지만 깔끔하게 닦여지지 않았다. 바로바로 닦아내는 것만이 방법인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며칠 전 어머님이 설거지를 도와주신 뒤 싱크대 위의 타일을 마음먹고 손을 보셨다.


한눈에 깨끗해진 싱크대 타일을 보니

역시 어머님 손길이 미치니 다르구나~ 싶었다.


"어머님~ 어떻게 이렇게 깨끗하게 닦으셨어요?"

하고 여쭤보니,


"이것도 다 요령이 있니라. 칼을 등쪽으로 눕혀서 살살살 긁어내면 돼. 칼을 바로 들고 하면 타일 다 긁히니까 그라믄 안 된다!"


진즉 어머님께 여쭤볼 걸 그 생각을 못했구나~ 하고선 가스렌지 위의 타일을 한 번 손봐야겠다 생각하다가 어제 점심 때 드디어 해치웠다. 한 시간 가량 오른손엔 과도, 왼손엔 물티슈를 들고 열심히 긁어내고 닦고 했더니, 노란 기름때가 딱 달라붙어 얼룩이덜룩이던 타일이 원래의 하얀 색깔로 돌아왔다.


비교적 따스한 날이라곤 하지만 그래도 가을인데, 아주 땀을 뻘뻘 흘리며 닦은 보람이 있었다.^^  

요리가 끝나면 바로바로 닦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지만 때를 놓쳤다가 기름때가 타일에 들러붙어 있을 땐 칼을 쓰는 게 정답이다. 역시 어머님은 살림의 고수시다!


작가의 이전글 대청호 바라보며 걷는 피미마을 숲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