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술 마시는 포스팅을 올리며 술버릇 나오기 전에 어여 운동부터 해야겠다고 했더니 다들 나의 술버릇이 궁금하신 모양이다.
나는 술을 즐기는 편은 아니다. 그래서 1년에 술 먹는 날을 손가락 열 개로 다 셀만큼 술을 자주 마시진 않는다. 맥주는 한 잔, 소주도 한 잔에서 두 잔, 막걸리도 한 잔이면 바로 알딸딸 모드로 진입한다.
요새 과메기에 돼지껍따구에 안주거리가 생겨서 어쩌다 보니 연짱 사흘을 술에 묻혀 살았다. 이렇게 마시기도 쉽지 않은데, 것두 분명 집에서 가족들과 같이 먹는데도 혼술이었다! 막걸리엔 꼭 동참하시던 어머님도 이번엔 안 드신다 하고, 맥주 아니면 안 먹는 남편은 맥주가 아니어서 안 먹는다 하여.
안주가 좋을 땐,
"너 술 한 잔 안 하냐?"
하시며 술을 충돌질하는 건 늘 어머님이시다.
어제도 아는 정육점에서 사골을 샀더니 돼지껍데기를 그냥 줬다고 하시며 내가 일하는 동안 씻어서 자르고, 삶고, 압력밥솥에 푹 쪄서 양념까지 열심히 요리를 해주셔서 맛있는 양념돼지껍따구볶음을 만들어놓으셨다. 이틀 연속 소주를 마신지라 이번엔 술을 안 마시려 했는데, 어머님이 또 술 한 잔 하라고 충돌질을 하시길래
"어머님~ 어제도 그제도 저 혼자 소주 마셨어요. 이제 그만 마실래요~" 하니까
"냉장고에 막걸리도 있든만? 소주 말고 그거 마시면 되겠네~" 하셔서
나도 몰랐던 냉장고 속 막걸리의 존재를 아시는 어머님의 분부에 따라 막걸리를 꺼내와 머그잔에 따르고선
"어머님도 한 잔 하실 거쥬?"
하고 앞에 놔드렸더니 술 안 하신단다, 이건.... 배신이야~ 배신! 난 또 어머님께서 막걸리 드시고 싶은 줄... 결국 나 혼자 또 다 마셨다.
유통기한을 좀 넘긴 막걸리라 발효가 아주 잘되어서 첫 모금에 바로 알딸딸 모드 진입. 오늘도 음주운동 해야겠구나 하며 식탁을 정리하려니
"너 술 마셔서 알딸딸하니 내가 설거지 해주께!"
혼자 술 마시게 해서 미안하셨는지 설거지를 자청하시는 어머님.
"이까이꺼 괜찮아유~~~"
하구선 부리나케 설거지하고 이 닦고 운동을 시작했다.
여기서 다들 궁금해하시는 나의 술버릇을 밝히자면, 결혼 전에는 술에 취하면 그냥 눈물이 나서 막 울었다. 뭐 그리 서러운 것도, 슬픈 일도 없는데 이상하게 술에만 취하면 눈물이 나는 거다. 그렇게 울다가 조용히 고꾸라져 자는 게 원래 술버릇이었다.
결혼 뒤엔 미묘한(?) 변화가 생겼는데 옆에 남편이 있으면 막 껴안고 뽀뽀하는 거다. (남편이 없으면 혼자 울다 잔다 ㅜㅜ) 술 취하면 뵈는 게 없어서 옆에서 애들이 보든 말든 어머님이 보시든 말든 상관없이 한다. 남편은 술냄새 난다고 도망 다니다가 얄짤없이 붙잡혀서 나의 뽀뽀 세례를 받는다. 내가 힘이 세서 한 번 붙잡히면 못 빠져나가걸랑~^^
덕분에 남편의 콧물감기가 고스란히 옮겨왔다. 그저께 나온 술버릇땀시 어제부터 콧물 중 키스도 아니고 걍 뽀뽀만 했는데두 감기가 옮다니 헐~ 감기 걸린 사람한테는 뽀뽀도 조심해야겠다.
* 사진은 스페인 사진작가 다니엘 루에다와 안나 데이비스가 세계를 여행하며 찍은 유쾌 발랄하고 따스한 컨셉 사진. 남편이 보내준 거임. 뽀뽀세례의 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