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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Nov 19. 2020

새 그리는 노래

할머니랑 함께 하는 놀이

사회적 거리두기가 심해지기 전
황간역 앞에 시비를 보러 갔을 때 눈여겨본 항아리 하나. '새 그리는 방법'이라는 송진권 시인의 시가 적혀있었다.

시를 보며 큰애 어릴 적 어머님께서 아이와 놀아주시느라 새 그림을 그려가며 부르시곤 했던 노래가 떠올랐다.
그런데 이 시의 내용과는 좀 달라서 어머님께 여쭈어야지~ 하고 있다가 오늘에야 생각이 났다.

"어머님~ 나민이 어릴 때 새 그리면서 부르신 노래 있잖아요? 그거 가사가 어떻게 됐죠? 바구니에 콩 하나~ 까진 생각나는데 그다음에 뭐였는지 기억이 안 나요."

"바구니에 콩 하나~ 뭣이 세 마리 두 마리 또 한 마리 했는디... 나도 갑자기 생각이 안 나네. 뭐였드라?"

"그림을 그리면서 해야 생각이 날까요?"

하얀 종이 한 장이랑 볼펜을 들고 어머님 앞으로 후다닥!

"여기 시에는 요만한 냄비에 콩 하나 아버지는 세 그릇, 어머니는 두 그릇, 나는 한 그릇 입으로 먹었더니 배가 불러서 장대 들고 따라와 장대 들고 따라와~ 이렇게 되어 있는데... 어머님 노래는 전혀 다르지 않았어요?"

"그건 아니고~ 뭐였더라? 뭐 세 마리에 입이 뾰족해~ 체조합시다~ 그런 거였는디"

종이에 그림을 그려가며 흥얼흥얼 부르다 보니 드디어 반짝 생각이 나신 듯

"맞다! 도둑놈이다! 바구니에 콩 하나~ 도둑놈이 세 마리~ 또 두 마리 또 한 마리~ 입이 뾰쪽해~ 체조합시다 하나 둘 셋! 체조합시다 하나 둘 셋!!"

"아하~ 도둑놈이 바구니에 콩 하나 집어먹을라고 여섯이나 입을 뾰족하게 들이밀고 와선 콩은 못 먹고 체조만 열심히 하다 간다는 말이네요^^"

"옛날에 마당에다 콩 널어놓으면 새가 도둑놈처럼 몰래 집어먹으러 와서는 주둥이 내밀고 콩콩 걸어 댕기다가 작대기로 쫓으면 부리나케 날아서 도망간께 그거 보고 만든 노랜갑다."

"진짜 딱 그거네요~ 참 사람들 머리도 비상해~ 저 어릴 때 곰 그리는 노래는 불렀는데 새 그리는 노래는 어머님께 처음 들었어요. 나민이가 기억하려나~?"

마침 코로나로 온라인 수업중인 딸이 집에 있어서 물었다.

"나민아, 할머니께서 불러주셨던 새 노래 기억나?

너 어릴 때 진짜 많이 했는데~"

"기억 안 나요~"

단칼에 대답하고 지 일에 골몰하는 딸.
나랑 어머님만 그 노래 부르면서 새 그림 그리며 신났다.

* 찾아보니,  송진권 시인의 이 시는 아이들에게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려는 아버지의 마음이 담겨 있는 동시집의 이름이기도 하다. 표제작인 《새 그리는 방법》은 아이들과 소통하고자 한 시인의 마음이 함축적으로 담겨 있는 시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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