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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우 Aug 03. 2023

어떤 여행

이런 여행은 처음이야

새벽. 찬공기가 내 몸을 관통했다. 시원하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나다.

홀로 여행을 축하해주듯  하얀 안개까지 몽환적이다.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이 된   했다.

오늘은 글모임에서 문학기행을 가는 날이다.

결혼하고 아이 낳고 살며, 혼자 여행 가는 건 십여년만에 처음이었다.

짐과 아이들이 빠지자  분주하지 않고, 홀가분하 조용했다.


새벽에 만난 여행팀 설레는 마음으로 강원도 정선을 향해 떠났다.

 정선하면, 레일바이크만 타러 두번 갔던게 전부였다.

선생님은 정선5일장과, 탄광촌 고한을 다녀오자며 우리를 안내했다.

30년 오지여행가 다운 선택이었다.  고한 탄광촌? 탄광촌 여행을 가보는 건 처음이었다. 

20대 홀로 처음갔던 강원도 여행 .태백선 기차 안. 잿빛으로 암울해 보였던 집성촌을 보고는, 저곳이 탄광촌일까? 생각했던 추억이 스쳤다.

관광하며 ''지나가는 여행보다 한곳을 오래 보는 여행이 좋아질 무렵이었다.

선생님 아니면 가지 않았을 고한이라는 곳이 궁금했다.


당일치기로 강원도에 다녀온다는 것은 상상도 못해본 일이었다. 새벽형인 선생님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린 도란도란 담소를 나누며 정선에 도착했다.

식사 메뉴를 보며, 재잘거리다보니 식욕이 동했다.

생소한 콧등치기 국수를 시켰다. 뜨끈하고, 삼삼한 국수를 먹으니 추운 몸이 데워졌다.

아이들 등교 준비로 분주하고 전쟁같은 시간에 정선에서 아침식사라니.....금쪽같은 일탈에 쾌감이 느껴졌다.

이런 시간이 꼭 필요했던 아내를 위해 아이들 아침밥 부터 등하교, 저녁식사 준비까지 해주는 남편에게 고마웠다.

덕분에 아이 엄마로서가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 앉아 즐기고 있었다.  


시장은 사람들의 에너지로 활기찼다.

이곳저곳 물건을 구경하고, 꿀 아이스크림 , 차, 건어물 주전부리 하다보니  배는 풍만해졌다.

양손엔 곤드레나물, 고사리나물이며 옛날과자며, 봉다리가 바리바리 했다.

 마음도 풍성해졌다. 천천히 움직이고, 마음에 드는 곳에 앉았다. 각자 준비해온 시로 시낭송도 했다.

시와 웃음, 낙엽이 어우러져 가을의 끝자락을 맘껏 누렸다.


탄광촌 가는 길 차안. 우리는 각자 시간을 보냈다.

잠을 설친 사람은 잠을 자고, 낯선 풍경을 바라보며 상념에 젖기도 하고, 조용한 음악에 심취하기도 했다.  

나는 곧 도착할 고한 탄광촌이 궁금

광부는 어떻게 일하는지...그들의 삶은 어땠는지 흔들리는 차안에서 찾아보았다.


 옛 사북 고한은 우리나라 최대 탄광촌이었다.

 천여명이 일하고 있었다.

지하 몇백미터, 천여미터를 내려가면, 41도가 넘는 지열에  화약연기, 탄연기 먼지 속에서 밥김치몇조각이 전부인 도시락을 먹고 사투를 벌.

그래도, 가족과 함께 살 수 있음에 감사했다한다.


선생님은 한달 머물던 추억을 생생하게 얘기해주셨다.

마을은 온통 까맣고, 아이들 얼굴도 까맸으며 어두웠다 했다. 마음이 찡했다.

역사로 들어가는 광부의 마음은 어땠을지...

광부들이 일마치고 나올때면 , 앵소리가 났는데 다치거나 죽 사람이 있으면, 소리가 달랐다 했다.

그 시간이 되면 아낙들은 남편 마중을 나가 모여있었다 했다.

하루하루. 그가 무사히 돌아오 기다리는 아내의 심정은 오죽했을까...  죽음이 늘 그림자처럼 드리워진 아이의 마음은...감히 헤아릴 순 없지만,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저려왔다.


 1980년 4월 사북항쟁이 일어났다. 어용노조와의 갈등 속.  불합리한 계약조건 근무 환경에 항쟁이 일어났고,

11개 조항 계약이 성사되나 싶던 차에 계엄을 선포해 많은 광부가족은 국가권력아래 상상 못할 고문등 인권유린을 당했다 한다.

지금까지 국가폭력중 최고였다고...


가슴아픈 사연을 알아보고 도착한 고한은 적막하고 쓸쓸해 보였다.

탄광촌 옛모습은 사라지고, 집들과 오상점이 마을을 형성하고 있었다.

고한의 과거와 현재를 함께 느끼며 걷고 걸었다.

마침 연탄 불위에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는 식당이 있어, 우린 회포를 풀었다.

사람 찾지 않는 곳에  평일 여자여럿이 들어오니 주인도 이상했나 자꾸 쳐다봤다.


연탄불도, 그 위에 고기 구워먹는 것도 오랫만이었다. 불에 지글거리는 고기가 더 맛났다.  

연탄불을 바라보고 있자니, 이젠 그냥 연탄이 아니었다.  온몸으로 불꽃을 태우고 사그라지는 생명의 고귀함을 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집은 훈훈하고 아늑했다.

아이는 아빠랑 스파게티를  만들었다고, 자랑하고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물어보고, 조잘댄다.

 지금 이 풍경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고로 만들어 졌는지. . .

큰일처럼 여겨졌던 일도 별게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마음속 따뜻함이  물결처럼  일랑거렸다. 그러고도 몇주동안 고한앓이를 했다. 먹먹함이 가시질 않았다.


명승지를 구경하며 그리 잔상이 남지 않는 여행과, 마음 한켠이 계속 아려오는 여행의 느낌은 달랐다.

좋은거 먹고 둘러보는 것도 필요하지만,

긴 여운속. 마음을 성장시키는 여행이 참 좋았다.

아이에게도 경험해 주고 싶었다.


마음 울림이 있는 여행.  그곳은 또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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