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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돌 Jul 23. 2021

코로나로 봉쇄된 베트남의 직장생활

나를 돌아보는 시간

코로나로 봉쇄된 베트남의 거리_출처: Vn Express


한국도 그렇지만, 이곳 베트남은 코로나 확진자 숫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간 4~5천 명에 달하는 확진자가 나오고 있고, 그중 대부분은 내가 살고 있는 호치민이라는 베트남 남부 도시에서 발생한 건수이다. 이로써 나는 두 달째 가족들이 살고 있는 호치민의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회사가 있는 지역과 호치민 사이에 바리케이드가 설치되었기 때문에, 회사를 지키기 위해 가족과 떨어져 공장이 위치한 시골 지역에서 지내고 있는 중이다.


사이공이라고도 불리는 호치민은 베트남의 경제도시로 높은 빌딩들이 가득 들어서 있고, 그중에 나의 집이 있는 '푸미흥'이라는 동네는 한인 밀집지역이라 편의시설이 비교적 좋은 편이다. 하지만 호치민을 조금만 벗어나면 바로 촌동네가 나온다. 고무나무가 빼곡하게 심겨있고, 가끔씩 길가에 난 풀을 먹으러 소떼가 이동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동네에 내가 다니는 회사의 공장이 있다.


처음엔 코로나로 인한 봉쇄가 길게 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공장에서 멀지 않은 한 호텔에서 3주 정도 지냈다. 호텔 헬스장에서 운동도 하고, 호텔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서 코로나가 어서 끝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코로나가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판단을 한 지금은 아예 자취방을 구해서 공장 옆에서 살고 있다. 이렇게 지낸지도 3주 정도 되어간다.


지난 2개월 동안 한 개, 두 개 업종이 차례대로 영업 중단 처분을 받더니 이젠 베트남의 거의 모든 자영업이 중단됐다. 생필품 판매 및 약국을 제외한 거의 전 업종의 영업이 중단된 상태이다. 미용실은 두 달 넘게 가지 못해서 머리는 거의 망나니 수준이 됐고, 식당에서 바로 나온 근사한 요리도 먹어 본 지 오래다.


그래도 나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 나는 이렇게 침대가 있는 방에서라도 자취를 하고 있는데, 베트남 직원들은 퇴근하지 못하고 공장 안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공장 또는 공장 근처의 사전에 신고된 지역에서만 거주할 수 있고, 또 만약 공장에 확진자가 나오면 바로 회사의 영업이 중단되고 있다. 그래서 나도 회사에서 퇴근하면 정부에 미리 신고한 나의 자취방 안에 처박혀서 밖으로 나가지 않고 있다. 사실 나가라고 해도 갈 곳이 없긴 하다.


코로나 전에는 일 끝나고 집에 가려면 1시간 넘게 차를 탔다. 지금은 10분이면 된다. 일찍 퇴근한 뒤에 자취방에 들어가면 유튜브를 보면서 밥을 먹는다. 그다음부터 할 일이 없다. 방으로 들어가면 바닥에 있는 건 침대 하나뿐이고 테이블도 없다. 이제부턴 계속 침대에 누워있어야 한다. 엊그제는 동네 좀 걸어보려고 나갔다가 공안한테 혼난 적이 있다. 집으로 들어가라고 한다. 움직이고 싶고, 심심하지만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래서 나름 살 길을 찾았다. 글을 쓰기 시작했다. 호텔에서 지내는 동안, 저녁마다 방에 앉아 글을 몇 편 썼고, 자취방으로 넘어올 때 브런치에 작가 신청을 해서 합격(?) 되었다. 그리고 요즘은 베트남 시골의 자취방 침대에 엎드려 글을 쓴다. 오래 쓰면 어깨와 팔꿈치가 아프지만, 잠깐 몸을 뒤집었다가 다시 엎어져서 모니터를 보고 있다.




내가 처음 베트남에 나왔을 때를 생각하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왜 나왔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싶었다. 또 나와서 처음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도 생각해봤다. 그땐 힘들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지금 보면 그저 그렇다. 지금 이 코로나도 훗날 재밌는 이야깃거리가 되길 바라며, 그렇게 베트남에 온 날부터 1년이 조금 지난 시점까지를 생각하며 글을 써보았다. 쓰다 보니 잠시 잊고 있었던 일도 기억이 나고, 그때 내가 했던 생각들도 다시 떠올릴 수 있었다. 원래 다 알고 있던 이야기도 이렇게 한 글자씩 써가다 보면 생각이 더 짙어지는 것 같다.


그래도 감사하다. 이 힘든 시기에 나를 다시 돌아보게 해 줘서. 베트남에 코로나가 잡히기 전까지는 매일 저녁 이렇게 글을 쓰던지 아니면 글을 읽던지 하고 있을 것 같다. 만약 코로나가 좀 진정되면 글쓰기는 지금보다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되지만, 아예 안 쓰진 않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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