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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돌 Mar 10. 2022

웃으며 코로나를 통지하는 병원

급변한 베트남의 코로나 대처

최근 베트남은 일간 15만 명 정도의 코로나 확진자를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그 숫자를 보는 사람들의 마음은  점점 무뎌지고 있다. 지난해 일간 5천 명가량의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베트남에선 지역 간 이동 금지 명령이 나왔었고, 그 숫자가 조금 더 늘어나자 전 국민을 자택에 격리시키기도 했었다. 


그런데 일간 15만 명씩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지금, 거의 모든 음식점과 쇼핑몰, 대부분의 상가가 다시 문을 열었고, 거의 아무런 규제도 없는 것 같아 보인다. 한 달 전만 하더라도 QR 코드를 찍고 다닌 것 같은데, 최근에는 이마저도 잘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이렇게 올해 들어 코로나에 대한 두려움이 점점 옅어지면서 나도 사람들을 거리낌 없이 만나게 되었다. 거래처 사람들도 만나고, 친한 친구들도 다시 오랜만에 만나면서 코로나 기간에 있었던 일들을 서로 나누며 지내고 있었다. 그러다 문제가 생겼다. 얼마 전 자고 일어났는데 감기 기운이 돌았다.


"목이 좀 이상한데......" 여느 때와 같이 아침에 출근하려고 일어났는데, 엄청 건조한 시멘트 방에서 자고 일어난 것처럼 목소리가 거칠게 나왔다.


"뭐야? 무섭게 왜 그래?" 옆에서 자고 있던 아내가 말을 건넸다.


"감기 걸린 건가? 어제도 몸이 조금 이상한 것 같았는데"


"열 재봐."


"응. 37.3도야 이 정도면 열이 있는 건 아니잖아?" 거실에 나가서 체온계를 이마에 갖다 댔다. 37.3도, 이 정도면 열이 있다고도, 또 정상이라고도 볼 수 없는 숫자다.


"집에 테스트기 있잖아. 그걸로 코로나 테스트해봐." 


"아, 맞다. 테스트 한번 해보자." 다행히 집에 간이 테스트기가 있어서 코에 면봉을 깊숙이 넣은 다음 테스트 용액에 섞고 결과를 기다렸다. 결과는 "음성"이다. 한 줄만 그어져 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오늘은 회사를 하루 쉬기로 했다. 그리고 회사 총무 매니저에게 연락을 취했더니, 아무래도 오늘은 쉬면서 병원에 방문해보고 PCR 검사를 받아보라고 한다. 그래서 음성이면 내일 출근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의견이다. 


그렇게 아침 10시쯤 동네의 PCR 테스트를 할 수 있는 베트남 병원에 찾아갔다. 아침부터 약 10명 정도의 사람들이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줄을 서있다. 나도 줄을 선 다음에 기다란 플라스틱 면봉을 코 깊숙이 집어넣고 내 이름이 붙은 플라스틱 통에 다시 담갔다. 이제 이 검사가 너무도 익숙하다. 지난해 회사에서 지내는 동안에는 일주일에 두 번씩 이렇게 간이 테스트를 했었다. 처음에는 재채기가 나고 눈물도 나고 했었는데, 이제 눈 한번 찡긋하며 검사를 마칠 수 있다. 검사를 마치고 결과를 언제 받을 수 있냐고 물었더니, 오늘 오후 6시쯤 통지가 갈 거라고 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는 집 안방에서 혼자 방 문을 닫고 저녁까지 검사 결과를 기다렸다. '설마, 난 백신도 3차까지 다 맞았는데, 그리고 오늘 아침에 간이 테스트에서도 음성이었잖아.' 이런 생각으로 6시까지 기다렸는데, 아무런 연락이 없다. 병원에 전화를 걸었더니 곧 연락이 갈 거라고 한다. 내 접수번호 알려줄 테니까 불러주면 안 되냐고 하니까 기다리라고만 대답해준다. 


그리고 6시 30분이 조금 지나서 Zalo라는 앱(카카오톡과 비슷한 앱)을 통해서 결과 통지가 왔다. PDF 파일을 보냈는데, 베트남어로 잔뜩 쓰여있다. 빨리 결과를 알고 싶어서 "양성인가요?"라고 문자를 보냈는데, 답장이 귀여운 이모티콘과 함께 "Yes"라고 돌아왔다.


병원에서 통지한 PCR 결과 문자


'뭐지?' 환자가 확진이 됐다는 통지를 이모티콘과 함께 보내는 게 상식적이지 않아 보이긴 했지만, 또 한편에서는 그만큼 코로나가 흔해진 건가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해서 그리 불편한 마음은 없었다. '이제 그냥 감기 같아진 건가?'


그렇게 한 이삼일 정도 고열과 목에 통증이 있었다. 그리고 몸살 같은 느낌을 받았고, 이제 별로 아프지는 않지만 아직 집에서 대기하고 있는 중이다. 병원에서 준 약을 다 먹으면 다시 코로나 테스트를 할 예정이다. 




지난해 가족들과 떨어져 거의 반년을 공장에서 생활하던 때 생각이 났다. 회사에 확진자가 한 명이라도 발생하면 영업을 중단시키던 때라서 직원들과 함께 퇴근하지 않고 회사에서 지냈었다. 그리고 군인들이 각 초소와 거리를 지키고 있었고, 나중에는 식량 배급권도 배부되던 시기였다. 이가 부러져도 치과에 갈 수 없었던 일은 거짓말 같기도 하다. 


그렇게 엄중하던 분위기가 이제 웃으면서 '코로나 걸리신 거 맞아요. ㅎㅎㅎ'라고 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그저 분위기가 바뀌면 바뀐 대로 또 살아가면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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