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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돌 Dec 13. 2022

베트남에선 토끼가 고양이로 변한다

베트남, 비슷하고 다른 곳

"아빠, 나는 이제 토끼띠 아니고 고양이띠래."


베트남에 들어온 지 이제 막 몇 달 지났을 무렵의 퇴근길, 아파트 현관에서 둘째 아이가 날 보고 싱글벙글 웃더니 본인이 고양이띠로 바뀌었다는 이상한 말을 한다.


"무슨 말이야? 토끼띠, 호랑이띠 이런 거 얘기하는 거야?" 날 보며 아직 웃고 있는 둘째 녀석에게 물었다.

"응, 오늘 선생님이 그러는데 베트남에 오면 나는 토끼띠 아니고 고양이띠가 된대. 그래서 나랑 내 친구들이 다 고양이띠로 바뀌었어. 되게 좋지? 나는 띠가 두 개야. 한국에선 토끼띠, 베트남에선 고양이띠."


안 그래도 고양이를 좋아해서 매일 고양이 사달라고 조르는 녀석인데, 자기 띠가 토끼에서 고양이로 바뀌었다고 엄청 좋아한다. 당시엔 아이의 말이 맞는 건지 좀 의심스러웠지만, 결론적으로 아이의 말이 맞는 것이었다. 다음날 회사에 와서 베트남 직원들과 얘기해보니 정말로 베트남에는 토끼띠가 없고 그 자리에 고양이가 들어간다고 한다.



베트남도 한국과 같이 12 간지의 동물들이 있다. 그중 다른 동물들은 한국과 같거나 비슷한 동물인데, 유독 토끼띠만 전혀 다른 동물인 고양이띠로 바뀌었다. 소띠와 양띠도 각각 물소띠와 염소띠로 바뀐다곤 하지만, 딱 봐도 비슷하게 생긴 동물이니까 그런가 싶다. 그런데 비슷하지도 않은 토끼는 왜 고양이로 바뀌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여러 베트남 사람들한테도 물어보고, 인터넷을 뒤적거리기도 해 봤지만, 추측만 있을 뿐 정확하게 바뀐 이유를 아는 사람은 없는듯하다. 그저 많은 사람들은 베트남에선 토끼보다 고양이가 더 친근한 동물이기 때문에 그렇다는 대답이었고, 인터넷에서 찾은 바로는 토끼와 고양이의 중국식 발음(토끼 묘_ 卯, 고양이 묘_ 猫)이 비슷하기 때문에 바뀌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었다.


한국에 살면서 '왜 고양이띠는 없는 거지?'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주변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동물인데도 불구하고 12 간지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신기하게도 베트남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이렇듯 한국과 베트남은 비슷하면서 다른 것이 하나씩 있다.




요즘 한국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나이도 한국과 베트남은 비슷하면서 다르다. 이제 한국에선 만 나이만 사용하는 것으로 바꿨다지만, 지금껏 한국은 태어나면서 1살이 됐다. 그리고 다음 해가 되면 같은 해에 태어난 모든 사람들은 한 살씩 늘어나는 구조이다. 베트남도 똑같다. 다만 태어나면 1살이 아니고, 0살이 된다. 그 후에 해가 바뀌면 같은 해에 태어난 모두 1살씩 나이를 먹는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상대에 대한 호칭이 중요하기 때문에 베트남에서도 나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베트남 사람들도 누군가를 처음 만나면 나이를 묻는 경우가 많다. 나이를 묻고 나서는 바로 형, 동생을 따지기 때문이다. 베트남에서 대화할 때, "나", "너"라는 단어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형, 누나, 언니, 오빠, 동생"과 같은 호칭을 사용해서 상대방과 얘기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한국과 같이 나이를 확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처음 만난 베트남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 서로 나이를 묻고 대답하다가 한국과 비슷하긴 한데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요즘에는 호칭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 태어난 연도를 말하곤 한다. 그러면 바로 '아! 너는 무슨 띠구나."라고 대답이 나온다.




베트남에 살면서 한국과 비교를 하게 된다. 많은 부분이 다르지만, 또 비슷한 점들을 찾으면서 신기하고 재밌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이제 베트남에 들어와 살게 된 지 6년이 지나가고 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유치원에 다니던 둘째 녀석은 이제 내년은 자기 해인 고양이의 해가 된다고 좋아한다. 나중에 한국에 돌아가면, 토끼해를 보낸 친구들과 고양이해를 보냈던 얘기를 재밌게 할 수 있게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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