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하루 24시간, 누구에게나 주어진다.
희귀병 진단을 받은 뒤 빨리 나이 들고 싶었다. 적어도 환갑은, 70 정도, 아니 80세 정도 되었음 했다.
조금 덜 억울할까 싶었다.
그러나 시간은 아주 느리게 느리게 흐르고 있었다.
달빛은 나를 찾아서 '이제 잠을 좀 청하렴' 속삭여도 잠들면 내일이 오지 않을 것 같은 두려움에 쉬이 잠을 청하지 못했다. 밤새 뒤척이고 뒤척이다 잠이 든지도 모르다 어느 순간 놀래서 눈을 뜨면 아침해는 중천에 떠있었다. 나를 보면 비웃는 것 같았다.
(해는 아무런 죄가 없다.)
마치 낯선 곳에 여행을 간 기분이었다.
새로운 여행지에 가면 그렇게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처럼 내 기분도 마치 그랬다.
바삐 움직인다고 해도 시간은 오후 몇 시쯤,
또 움직여도 오후 6시쯤, 그때쯤이면 마음이 조금 편했다. 오늘도 하루를 흘러 보냈다는 안도감에서였다. 나이를 한 살 먹으러 가는구나 싶었다.
내 몸 안에 있는 종양은 나를 잠 못 들게 했다. 굳이 조용히 있으면 되는 것을 '나 여기 있어!'라고 말하듯 신호를 보냈다. 새우처럼 옆으로 쭈그리고 잠을 청했다.
초승달을 눈물로 채웠다.
하루를 넘기는 11시 59분 59초쯤을 넘어 자정이 되면,
양 10000마리쯤 세어보고
유튜브에서 '10분 안에 잠드는 법'을 검색하고
수면유도 음악이 도움이 될까 싶었고
물소리도 들어보고
빗소리도 들어보고
5분 안에 잠드는 지압도 해보고
싱잉 볼 연주를 들으며 명상도 해보고
아예 대놓고 티브이를 보기도 했다.
불면증은 이렇게 오는구나 싶었다.
마음이 불안하니,
마음이 불편하니,
마음에 무엇이 걸리는지,
마음이 쉬지를 못하였다.
이게 다 지랄 같은 희귀병이라고 불리는 그것 때문이었다. 원인을 알아 좋으나 원인을 알아서 마음은 만신창이였다.
해가 뜨고 지는 그 순간에도, 시간은 흘렀다.
그러나 나의 시간은 느리게, 아주 느리게 흘렀다.
그 누가 나의 시간을 잡아당기는 것처럼
가지 말라고 바짓가랑이를 잡는 것처럼
나의 시간은 흐르지 않았다.
나의 시간이 흐르지 않는 것인지
우리의 시간이 흐르지 않는 것인지
모두의 시간이 흐리지 않는 것인지
알길 없는 깊은 밤에
나는 눈물로 밤을 채웠다.
시간은 느리게, 아주 느리게 흘렀다.
초승달이면 그 나머지만큼
상현달이면 그 나머지만큼
보름달이면 달 뒤에 숨어서
하현달이면 그 나머지만큼
그믐달이면 그 나머지만큼
채우다 채우다 눈물이 넘치면
다시금 눈을 감아
속으로 눈물을 마시고
다시금 눈물로 채웠다.
눈물로 채운 그 밤이
오늘도 같은 날임을 안다.
그때의 24시간,
지금의 24시간,
그렇게 하루하루를 채우던
그날 밤의 눈물을 마셔주고 싶다.
시간이 빨리 흐르도록.
매번 같은 시간임에도 내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게 느껴진다.
저도 그런때가 있었어요.
당신도 시간이 느리게, 아주느리게 흐른다고 느낀 때가 있었나요?
@카르페 디엠/마리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