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지키려는 사람의 영화
<스포주의>
<플로리다 프로젝트>에서 눈을 사로잡는 색감을 머금은 매직캐슬과 오늘도 친구들과 장난칠 준비를 하고 있는 무니는 보는 이로 하여금 미소 짓게 만든다. 하지만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그저 어린 아이들과 아름다운 배경만 있는 영화가 아니다.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홈리스’라는 플로리다 지역의 빈민계층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자신의 거주지가 없는 이들은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한 호텔을 전전하면서 하루하루 견뎌낸다. 그렇게 무니와 친구들이 뛰어놀 동안 어른들은 현실 속에서 허덕이고 있다. 영화가 흘러갈수록 아름다운 매직캐슬 뒤로 그림자가 짙게 퍼져간다.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사회적 문제를 다룸에도 불구하고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대부분은 무니가 친구들과 노는 장면들로 가득하다. 집이 없이 호텔을 전전하는 사람들을 옆에서 함께 지내면서 취재했다는 션 베이커는 그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음에도 보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무니와 친구들이 함께 놀 수 있는 아름다운 놀이동산을 만드는 일에 열중한다. 계속해서 이러한 영화적인 건축을 반복하는 일은 션 베이커에게 어떤 의미일까.
실재적인 문제들은 무니의 주변에서부터 서서히 잠식시킨다. 무니는 친구를 갑자기 떠나보내야 하고, 매춘과 마약이 유통되던 위험한 공간에 노출돼있으며, 정체를 알 수 없는 위험한 사람들이 주위를 서성거린다. 하지만 영화는 무니 주변의 현실적인 위험을 다루고 있지만 그것이 무니에게 직접적인 해가 되는 상황까지 가도록 하지 않는다. 감독은 친구와 이별한 무니에게 젠시라는 친구를 붙여주고, 위험한 사람이 나타났을 때 호텔 매니저 바비를 소환하여 쫒아내도록 한다. 이렇게 감독은 무니에게 위험이 다가오면 영화적으로 무니를 지켜낸다. 그리고 무니가 위험과 상관없이 뛰어놀 수 있도록 아름답게 공간을 만들어낸다. 사회문제를 말하고자 하는 영화지만 사회문제로부터 무니가 다치는 것을 원치 않는다. 피해자의 상처를 사회문제를 표현하는 일에 이용하는 것을 거부하는 감독의 방식이 느껴진다.
감독은 실재적인 문제로부터 눈을 돌려 영화적 공간을 제작한다. 그리고 그 공간은 오롯이 무니를 위한 놀이동산으로써 존재한다. 영화는 그 속에서 무니가 현실의 무게를 견디지 않고, 그저 친구들과 재밌게 놀기만을 바란다. 현실의 무게는 무니의 몫이 아니라는 듯이 말이다. 하지만 이야기가 막바지에 이르면 현실은 무니의 바로 뒤까지 따라붙는다. 영화가 끝내 지키고 싶던 무니가 울음이 터져 나오려 하자 션 베이커는 영화가 만들 수 있는 최고의 마법으로 끝까지 무니를 지켜낸다.
무니가 문제를 고발하기 위한 도구로써 소모되지 않도록 지켜주는 션 베이커의 영화적 태도는 오늘날 중요하게 요구되는 태도이다. 때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이들을 사회적으로 표현하는 일에서 그들을 하나의 '피해자'라는 프레임에 가두어 동정심을 유발하곤 한다. 일종의 포르노처럼 소모되는 그들의 이야기는 동정의 대상으로서 취급된다. 그래서 <플로리다 프로젝트>가 지닌 태도는 오늘날 문제의식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좋은 지표가 된다. 감독은 사회문제를 드러냄과 동시에 영화라는 아름다운 공간 속에서 무니가 평소처럼 뛰어놀 수 있도록 노력한다. 그렇게 끝까지 지키려는 자의 영화는 <플로리다 프로젝트>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