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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시안 Jul 06. 2019

마카담 스토리

당신을 카메라에 담는다

<스포주의>


 연극을 하는 형과 연극과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연극과 영화의 차이점을 서로 말하면서 영화에서만 있는 카메라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었다. 연극을 하는 형은 카메라의 시점이 감독의 시점이라서 자유롭고 넓게 원하는 것을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렇게 프레임에 갇혀 인물들이 뛰어놀지 못하고 관객 또한 그 외를 보지 못한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프레임에 갇혔지만 그 한계를 뛰어넘은 배우들의 모습과 관객이 자신을 투영해 프레임 외부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카메라는 연극에서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다. 바로 인물의 시점이다.


영화는 인물의 시점을 직접 볼 수 있다. 흔하게 프레임 외부를 보는 인물의 얼굴을 잡고 이어서 보고 있는 것을 보여주면 인물이 후 숏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영화는 인물의 시점을 직접 관객도 볼 수 있도록 만들어서 인물에 대해 몰입하도록 돕는다. 다른 이의 시점을 볼 수 있다는 것, 다른 이를 나의 시점에 담는다는 행위는 영화가 만드는 하나의 마법이다. 그리고 <마카담 스토리>는 그 마법을 통해 인물들 이를 연결시킨다.


모든 시작은 불시착

 <마카담 스토리>는 멀티 플롯으로 진행되 각각 두 명씩 만나 가까워지는 과정을 담은 영화다. 불시착한 우주비행사와 아랍계 중년 여성, 유명 예술영화배우와 평범한 소년, 다리 다친 남자와 간호사 여성. 이들 서로 접점이 없는 사람들이지만 의도치 않게 우연히 만나게 된다. 한국 영화 포스터에 나오는 말처럼 그들의 만남은 '불시착'이다. 불시착하기 이전까지 그들은 모두 영화 전반에 스며들어있는 늘한 분위기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영화 초반의 그들은 각자만의 프레임을 소유하는 것처럼 한 프레임에 홀로 존재한다. 마가 죽었다는 거짓말을 하는 소년, 우주에 혼자 러닝머신 타는 우주비행사, 새벽에 혼자 몰래 엘리베이터 타는 남자. 모두 4:3 화면에 갇혀 어딘가 외로워 보인다.


 하지만 영화는 갑자기 우주비행사를 불시착시키면서 바뀌게 된다. 각 인물들이 하나의 프레임 안에 고립되어 있었지만 우연히 서로가 가까워지게 되면서 영화는 다르게 흘러간다. 자신의 시점에 상대의 프레임이 보이기 시작하고, 점차 그렇게 서로에게 다가간다.



자신의 시점에 상대방을 담아내기 시작하는 것
그렇게 모든 관계는 시선에서 시작된다


 <마카담 스토리>에서 시선은 공격적인 것이 아니다. 일종의 상대방에 대한 관심이며, 정서적으로 조금씩 다가가는 행위다. 타인에게 무관심했던 다리 다친 남자가 간호사 여성과 서로 리버스 숏(서로가 마주 보고 대사를 나누고 서로의 얼굴을 숏에 담는 방식)으로 서로의 시선을 나눴을 때, 그렇게 그 둘의 관계는 시점으로 묶이기 시작한다.



 <마카담 스토리>의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아무래도 다리 다친 남자가 점점 사진을 찍어가며 좋아하는 그녀에게 다가가는 장면일 것이다. 그는 카메라로 자신의 시점에 그녀를 계속 담아내면서 점차 가까워진다. 리버스 숏으로 각자의 프레임에만 홀로 존재하던 두 남녀가 드디어 하나의 프레임에 들어오게 된다.


그녀를 그의 시점에 담아내기 위해 다가가는 것, 사랑



 그 둘이 완전히 가까워졌을 땐, 그녀는 숨겨있던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남자는 자신의 거짓된 일들을 고백한다. 단절된 삶에서 상대를 담아내려는 일, 바라보는 것이 이렇게 아름다운 것임을 느끼게 해주는 장면이다.


 그의 카메라에는 필름이 존재하지 않아 이 순간을 추억할 수 없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영화 속에 자주 언급되는 오래된 추억의 상징들(흑백 영화, 쿠스쿠스, 필름 카메라)은 그 자체가 그리운 것이 아닌 그 뒤에 있는 아름다운 색채감이 그리운 것이다. 쿠스쿠스를 만들던 아주머니와 흑백 영화 속에 담긴 그녀가 아름다운 것이다. 


추억을 그리워하며 이 순간을 사랑하는 것


 그의 필름 카메라는 이미 색채를 가득 머금은 이상 필름이 필요가 없다. 딱히 추억하지 않아도 된다. 이미 이 순간에 존재하는 아름다움이고 단지 이 순간을 위해 최선을 다하면 된다. 하나의 프레임에 두 명이 담긴 마법의 순간, 우리는 그 마법을 그리워하며 영화를 본다.


나의 삶에 타인을 담는 것이 어려운 현실
하나의 프레임 안에 두 명의 사람을 담아내는 것
영화가 만드는 마법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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