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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시안 Jul 13. 2019

한여름의 판타지아

고조에 가고 싶어 졌습니다

 <한여름의 판타지아>는 두 개의 쳅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두 개의 쳅터는 같은 공간을 두고 다른 이야기가 벌어니다. 첫 번째 쳅터의 제목은 '첫사랑 요시코', 두 번째는 '벚꽃 우물'입니다. 두 가지 이야기 모두 일본의 시골 도시 '고조'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지만 1부는 흑백의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진행되고, 2부는 컬러의 픽션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고조의 사람들을 취재하는 감독

 1부는 영화감독이 '고조'에 대해 취재하는 이야기입니다. 감독은 고조에 대한 영화를 만들기 위해 고조에 사는 사람들에게 고조에서의 추억들을 질문합니다. 사람들의 추억 중에는 '배우가 되고 싶었지만 포기하고 고조시에 간 시청 직원', '오래전부터 고조에서 살던 할머니', '초등학교 시절의 첫사랑 이야기를 말하는 아저씨' 등이 있었습니다. 마을의 젊은 사람들이 모두 대도시로 떠나 이젠 거의 사람이 없는 고조. 감독은 그런 고조의 풍경 이면에 숨어있던 작지만 수수하게 아름다운 추억들을 수집해갑니다.


감 드실래요?

 2부는 한국에서 고조로 여행을 온 혜정과 고조에서 감을 재배하던 유스케 씨의 이야기입니다. 유스케는 여행 가이드를 자처하며 혜정과 점점 가까워지려고 노력합니다. 둘은 벚꽃 우물 전설, 자신의 추억 이야기, 소소한 잡담들을 나누어가면서 점차 가까워집니다. 미묘한 기운이 둘 주변에 돌지만 사실 혜정은 남자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유스케는 실망하지만 그런 모습을 혜정도 싫지 않았나 봅니다. 마음에 이끌려 한여름 밤의 달콤한 키스를 나누고 둘은 각자가 있어야 할 곳으로 물러납니다.


 1부와 2부는 다른 이야기, 다른 형식을 갖고 있지만 서로 고조라는 공간, 추억으로 공유됩니다. 1부에서 통역을 도와주던 다정의 배우(김새벽)와 시청 직원 겐지의 배우(이와세 료)는 2부에서 혜정 역, 유스케 역과 같은 배우가 연기고, 1부에서 인터뷰 내용으로 나오던 주민들의 다양한 추억들은 2부의 이야기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1부에서 나온 파편화된 정보들이 2부의 낭만적인 이야기로 재구성되어 가는 것을 견할 수 있습니다.


1부와 달리 카메라 위치를 반대방향으로 찍어 새로운 분위기를 만든다.

 1부는 주인공은 영화감독이 영화에 대한 취재를 하는 이야기고, 2부는 1부의 영화감독이 만든 영화처럼 느껴집니다. 영화는 창작의 과정을 그대로 담아내어 2부의 낭만적임과 연결된 1부의 현실 이야기를 떠오르게 만듭니다. 즉, 창작물을 보면 모티브를 동시에 견할 수 있습니다.


참 낭만적이고 아름다웠습니다

 판타지아(fantasia)는 음악에서 '어떤 명곡의 주요 부분만을 발췌하여 편곡한 악곡'이라는 뜻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한여름의 판타지아>는 고조라는 명곡의 부분을 발췌해서 만든 아름다운 악곡이라 할 수 있겠네요. <한여름의 판타지아> 낭만적인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자꾸만 고조를 방문하고 싶어 집니다. 아무도 없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그곳, 노부부가 운영하는 한적한 카페, 이제는 텅 빈 초등학교의 남아있는 물건들. 기회가 된다면 <한여름의 판타지아>의 고조의 작은 추억 조각들을 찾아가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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