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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자 Sep 24. 2022

성숙함

나를 알기부터 상대를 받아들이기까지

세상 사람들은 대부분 미성숙하다. 미성숙한 사람들의 수치가 70~80%나 된다는 연구 결과를 보고 정말 놀라기도 했다. 이제는 내가 성숙한 사람이 된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사람을 볼 때 쎄하다는 느낌만 받을 뿐 그 이유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은 아직도 내가 미성숙하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미성숙한 걸 알기 때문에 다른 정상적이고 성숙한 사람처럼 사고하지 못한다는 걸 안다. 그래서 내 기준에서 이해되지 않는 상대방을 온전히 이해해보거나 판단하는 것도 어렵고, 나와는 다른 결로 미성숙한 사람을 성숙함의 정상적인 기준으로 판단하는 과정도 쉽지만은 않다.


충동조절을 잘하지 못하고, 타인의 시선이 중요하고, 변덕이 심한 것은 자기 인식능력이 낮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기 생각을 인지하지 못하면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고, 자기 감정을 인식하지 못하면 감정을 조절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래서 자신이 어떤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성숙한 인간이 되기 위해 20대를 살아가며 내가 노력하고 있는 것을 하나 꼽자면 자기이해지능과 자기성찰지능을 키우는 것이다. 감정 기복이 심했고 예민하기 때문에 내 감정을 제대로 들여다보기 위해서 내 감정을 온전히 담아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 어느덧 몇 년이 흘렀다. 처음에는 내가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해 비유를 통해 감각적이고 추상적으로 나마 글을 써내려 갔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내 감정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며 직관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나를 알게 될수록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 되었다. 싫어하는 것에 대한 명확한 이유는 분명했지만 좋아하는 것에 대한 이유를 말하는 것이 어렵기도 했다. 그것이 끌리는 이유가 내 무의식과 기질에 있을 거라는 의심을 하기 시작하여 요즘은 나를 더 깊이 있게 분석해나가고 있다. 


요즘 정말 어려운 것은 의식적으로 내 감정과 내 행동을 통제하는 과정이다. 감정은 자연스러운 것이기 때문에 막을 수 없지만 이제는 그런 감정을 느낄 것을 방지하기 위해 상황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머리로는 이게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지만 내 마음이 그걸 따라주지 않아 행동을 머뭇거리게 될 때 자아가 분열되는 것 같이 미칠 것 같을 때도 있다. 내 잘못된 행동을 인식하고 반성까지 할 수 있는 단계까지 왔지만 아직까지 그것을 통해서 성장하고 성숙해질 수 있는 그다음 스텝으로 옮기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성숙해지고 싶은 이유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사람들 속에 잘 녹아들어 지내고 싶어서인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타인을 잘 이해하고 공감하고 싶어서이다. 모든 공감능력은 자기인식능력에서부터 시작한다. 내가 상대방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어떤 마음과 태도를 갖고 있는지 인지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상대방의 상황과 감정이 보이기 때문이다. 보통의 경우에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은 '그냥 원래 저런 사람인가 보다'라고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관계가 편안하게 지속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나와 가깝고 내 소중한 사람이 되길 바라는 상대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을 때 짜증이 나고 화가 나기 때문에 그 사람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하고 싶어 진다.


애정이 가는 상대의 미성숙함을 이해하고 온전히 받아들이기까지,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보아도 감정적이지 않고 단념하는 법을 알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더 걸릴지, 그 사이에 내 감정이 얼마나 더 소비될지 잘 모르겠지만, 차차 나아지는 내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꽤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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