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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자 Mar 22. 2022

창작의 고통

새싹 글쟁이가 마주한 벽

창작의 한계라고 말하기에는 과하고 모자람이라고 하기에는 자존심 상하는 부족한 글솜씨로 글을 써 내려가다 보면 한 번씩 턱 막힐 때가 있다. 특히 소설을 쓸 때 적절한 표현이 생각나지 않는다든지 머릿속에서 이미지로는 그려지지만 글로 묘사하기가 너무 어려울 때 나는 책상 앞에서 수없이 고민한다.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다 스크롤을 올려 썼던 글을 처음부터 읽어 본다. 책을 그리 즐겨 읽지도 않고 타고난 글쟁이도 아닌 내가 그저 감정 쓰레기통 마냥 썼던 글들을 보며, 내 청춘의 단 한순간의 기억들도 잊고 싶지 않으니 제대로 생생하게 남겨보자는 다짐에 최근에 글쓰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역시나 지나가버린 시간들은 기억에서 차츰 잊어져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평소와는 달랐던 특별한 경험만이 기억으로 남았고 디테일이나 감정은 잘 기억나지 않아 단편적인 이야기로 전락하고 만다. 대략적으로 기쁘다 슬프다 비참하다 등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는 기억을 끄집어낼 수는 있어도 그 감정으로 한 문단을 만들어 낼 수가 없다.


한창 우울했던 시절 썼던 글을 보면 20대에 사춘기가 왔나 싶을 정도로 한 순간에도 다양한 결로 감정을 풀어냈었다. 글을 쓰지 않으면 잠이 오질 않을 만큼 자려고 누웠다가도 무언가 생각이 스치면 벌떡 일어나 껌껌한 방에서 휴대폰으로 글을 남겼었다(아마 이때 나에게도 뮤즈가 찾아왔던 게 아닐까). 지나고 본 글들은 좀 유치하고 부끄럽기도 하지만 이따금씩 보고 싶어서 찾아봐도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 수가 없다. 아마 새벽감성이라 취급하고 그런 글을 썼던 바로 다음날 아침에 지우지 않았을까 싶다.


일주일 전부터 소설을 써보기 시작했다. 중학생 때 배웠던 소설의 시점이 어렴풋하게 기억나서 우선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정했다. 장르는 단순하게 일상생활을 하던 중 누군가와 연애하는 꿈을 꿨던 로맨스물이다(알페스 혹은 나페스라고 할 수 있겠지만, 주인공이 공인도 아니고 상상을 통해 각색을 많이 거쳤기 때문에 괜찮겠죠?). 다행히 나름 풍부한 인간 군상에 대한 경험 때문인지 에피소드를 구상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이 전혀 없었다. 신기하게도 자기 전에 스토리에 대한 영감이 막 떠오르기 때문에 손가락이 춤추듯 글을 써 내려갈 수 있었다. 생각보다 속도감이 있는 글쓰기에 재미있다(논문 대신 출간해버리면 안 될까요?).


그렇게 속도를 내다가도 막히는 부분은 있었다. 심리묘사는 자신 있었지만 풍경, 장면, 소리, 인물의 행동에 대한 묘사가 너무나도 부족하다는 것이 느껴졌다(그냥 다 부족하다는 거임). 상황에 대한 묘사는 한 문장이 고작이었다. 게다가 벌써 차기작 소재까지 생각하고 있는데 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는 어떤 식으로 써야 할지 감도 잡지 못하겠다. 일주일 동안 퇴근 후 키보드만 잡고 있던 나는 요즘 벽을 마주한 , 참고 삼아 다른 작가님들의 창작물을 읽어보며 풍부한 표현력에 감탄하고 있다(사실 재밌어서 보는 이유가  큽니다). 도대체 다들 세상에 일어날 법하지도 않은 공상 소설을 어떻게 이렇게 생생하게 전달할  있는지... 대단한 사람들이다.


이번 계기로 새싹 글쟁이로서 창작에 대한 고충과 더불어 글쓰기의 즐거움도 함께 느껴보게 되었다. 라고 아쉬운 마무리를 하고 언젠가 글쓰기에 대한 소감을 또 가져와 보도록 하겠습니다. 글쓰기에 대한 조언도 달게 받겠습니다(꾸벅).



서점에 널린 수많은 책들은 전부 작가님들의 '피땀눈물'임을 기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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