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콩 때문에 떨어질 뻔한 면접

글로벌 청년사업가 양성과정

by 말자

예전에 연수 면접을 준비하면서 후기를 찾아봐도 도무지 찾을 수가 없어서, 면접 후기를 블로그에 남겨둔 적이 있었다. 그 글을 참고해 쓴 거라 나름 생생한 후기가 될 것 같다.




면접은 영어면접, 인성면접, 복합면접, 체력검정 이렇게 네 가지로 진행된다. 인원이 많아서 그런지, 아니면 코로나 때문이었는지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나눠서 봤다. 대기실에서는 감염 방지를 위해 띄엄띄엄 앉게 했고, 마스크도 한 장씩 나눠줬다.


영어작문

처음으로 영어작문이 진행됐다. 50분 동안이었다. 글이나 도표를 읽고 요약하는 형태일 줄 알고 왔는데, 영어 에세이를 써야 했다. 고등학교 때 영어에세이 수업을 한 학기 내내 들어서 여러 번 써봤던 터라 크게 당황하진 않았다. 주제는 “한국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 앞으로 비즈니스 분야에서 생길 가장 큰 문제와 그 해결방안을 제시하라”였다. 50분 동안 정신없이 써 내려가고 나니 글을 두서없이 적은 것 같아서 브레인스토밍을 하지도 않고 썼던 게 후회가 되었다. 그래도 에세이를 얼마나 잘 쓰는가 보다 영어 실력이 어떻든 끝까지 써보는 태도가 더 중요한 것 같았다.


점심시간

1시간 정도 시간을 주고 식권을 받아서 대우재단빌딩 지하 1층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영어인터뷰

영작이 끝나고 영어 인터뷰를 하러 위층으로 올라갔다. 1:1로 약 15~20분 동안 진행됐다. 면접관님이 영어면접의 목적이 “영어로 수업을 따라갈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일 뿐, 실력 평가가 아니다”라고 하셔서 덕분에 긴장이 좀 풀렸다.


첫 질문은 “How are you today?”였다. 그런데 그 한마디에 모든 얘기를 다 쏟아냈다. 베트남에서 맺혔던 한을 풀고 싶었는지 너무 절박했나 보다. 면접관님이 내 얘기를 끝까지 들어주시고 말도 많이 걸어주셨다. 면접은 자연스러운 대화처럼 흘러가서 어려운 질문은 없었고, 기억나는 질문은 “베트남에서 어려웠던 점이 뭐였나?” 하나뿐이다. 마지막에는 앉은자리에서 영어로 피드백도 해주셨는데, 다행히 긍정적인 평가였다.


인성면접

인성면접은 사실상 임원면접 느낌이었다. 기억나는 질문은 이런 것들이다.


“전에 베트남 연수도 받았는데 1년짜리 과정을 또 하는 게 시간 낭비 아니에요?”

“아르바이트해서 등록금도 냈어요?”

“막내딸인데 가족은 베트남 가는 거 괜찮대요?”

“운동은 하세요?”


그리고는 내가 했던 일, 다녔던 회사, 가서 하고 싶은 일, 전공, 결혼관, 어학 수준, 가족 구성원 등등을 물었다. 또 궁금했던 점 몇 가지를 물으니까 면접관님이 정말 친절하게 답해주셨다.


운동하냐는 질문에는 주말에 힐리스 타다가 다리 한쪽 피부가 다 갈려버린 걸 보여드리며 말했더니 면접장 전체가 웃음바다가 됐다. 체력을 물어보실 땐 “젊어서 짱짱합니다”라고 말하며 웃으며 얼른 이 질문이 넘어가길 바랐는데, 내가 빈약하고 힘이 없어 보여서 그런지 체력 관련해서 세네 번 정도 계속 질문을 던지셨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이가 깡패였던 터라 체력이 괜찮은 편이었고 그 질문들이 정말 이해되지 않았었다. 그런데 실제로 긴 연수 과정 중에 잘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서 만성피로가 생기고 면역이 떨어져서 자주 아팠다. 지금 다시 이 연수를 참여해야 된다면 중간에 입원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모든 질문이 끝나고 면접 막바지에 “하고 싶은 말 있나요?” 해서, 무언가라도 하나 말해야 될 것만 같았다. 나는 베트남에 대해서 다른 지원자보다 더 관심이 많고 베트남 취업에 대한 간절함을 어필하기 위해 대우 프로그램을 통해 입사하고 싶은 회사 이야기를 했다. 사실 콕 집어 말할 만큼 원하는 회사가 있는 것이 아니었고 아는 회사도 잘 없었지만 베트남에서 친하게 지내던 언니가 간 회사 이름을 질러버렸다. 면접이 끝난 후에 언니랑 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리는 낄낄거리며 섬뜩한 말이라고 하였지만 나중에는 그게 정말 현실이 되었더랬지.


아무튼 이 면접에서 중요한 건 의지와 열정, 그리고 자기가 해왔던 활동들을 진심 있게 말하는 거다. 나는 여기에 절박함이 더해져서, 진심이 잘 전달됐던 것 같다.


복합면접

복합면접에 대해서 정말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으셨다. 면접 때마다 테마가 바뀌어서 그렇다고 하는데 정말 정말 황당해서 재밌었다. 그니까 뭐 준비할 것은 없는데 센스와 경청능력은 챙겨야 한다.


첫 번째 미션으로는 여러 사람들과 원을 만들어 서서 서로 스몰톡을 나누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둘이서 스몰톡을 나누는 것이다.


나는 이게 무슨 면접인가, 그냥 쉬어가는 시간인가? 싶었지만 대화 시간이 끝나고 자리에 앉으니 면접관께서 종이를 한 장씩 나누어 주시면서 아까 대화한 사람의 이름이 무엇이었는지, 그 사람의 이름과 스몰톡 나누었던 내용 중 그 사람에 관한 정보를 얻은 것을 적으라 하였다. 충격이었다. 보통, 사람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하던 터라 이름이 하나도 기억이 안 났다. 그래도 빈칸으로 낼 수는 없으니 틀린 이름일지라도 최대한 비슷하게 적으려고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스몰톡을 나눌 수 있는 사회성과 그 사람의 이름과 정보를 기억해 내는 것이 비즈니스에서 중요한 덕목이라고 하였다.


그다음 미션은 나무젓가락으로 콩을 종이컵 안에 집어넣는 것이다. 시작하기 앞서 제한 시간 안에 콩을 몇 개나 집어넣을 수 있겠는지 종이에 적으라 하셨다. 깊이 생각해보지도 않고 어림잡아 9개라고 썼다. 콩을 많이 집어넣을수록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겠다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매일 콩밥만 하시던 엄마 덕분에 콩 분리 스킬 정도야 훈련이 되어있다 보니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생콩이라 표면이 미끄러워서 젓가락 사이로 자꾸 튕겨져 나가는 게 아니겠는가. 9개 정도는 식은 죽 먹기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5개밖에 옮기지 못했다. 웃기게도 이 순간 내가 이 면접에서 떨어지면 다 콩을 제대로 못 집어서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면접의 합불 여부를 알 수 있는 날까지 콩을 못 먹을 것만 같았다. 콩 미션이 끝나고 나서는 이걸 한 이유를 설명해 주셨다. 바로 메타인지를 알아보는 것이라고 했다. 내가 얼마나 할 수 있는지 아는 능력이 메타인지라며... 다행히 이 복합면접은 점수에 반영이 안 된다고 하셨다. 후....


체력검정

정장에서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체력테스트가 진행됐다.


첫 번째로 스쿼트 50개+1분 자세 유지(남녀공통)

두 번째로 1분 동안 팔굽혀펴기(남자), 플랭크(여자)

세 번째로는 남산 올라가서 미션 달성하고 돌아오기


결과적으로 체력테스트는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평소에 운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가볍게 해낼 수 있는 정도였다. 그런데 정말 의외로 남자 면접자들이 스쿼트와 팔굽혀펴기를 많이 힘들어했고 결국엔 포기하는 사람들도 속출했다. 평균적으로 여성보다 남성이 운동능력 및 신체능력과 관련하여 체력이 더 좋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무너진 계기가 되었다.


그 다음, 남산 미숀은 진행 중에 갑자기 비가 쏟아져서 일정이 취소됐다. 출발한 팀한테 돌아오라고 전화했는데 한 명은 전원이 꺼져 있고, 다른 한 명은 잘못 걸려서 생판 모르는 사람이 받아서 면접장 분위기는 모두가 웃으면서 막바지에 이르렀다. 아침부터 면접에 참여하느라 등산할 체력이 남아있지 않았었는데 정말이지 다행이다 싶었다.




이렇게 저녁 6시에 모든 면접이 끝났다. 여태 봤던 면접 중에서 가장 특이했고, 또다시 베트남에 실패하기 싫어서 취업 면접보다 열정을 더 많이 쏟았다. 결과는 다음 주에 개별로 알려주었고, 국내연수는 코로나로 인한 비자 문제 때문에 일정이 계속 연기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