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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을온예술 Mar 25. 2018

놀이공간이 달라진다

                                                                                                                                      

먼지 이야기로 시작할까 한다. 지금도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영화가 있는데,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웃집 토토로>이다. 도심에서 한적한 시골로 이사 온 메이와 사츠키 두 자매가 처음으로 시골집에 도착해 집안 곳곳을 살필 때 새로운 곳으로 떠나던 먼지들이 기억에  남아 있다. ‘동그리검댕먼지’라고 했던 것 같다. 매우 귀여운 먼지들이었다. 한 동안 먼지로 인해 비염이 심해져도 먼지에 대한 이미지가 나쁘진 않았다. 하지만 먼지는 지금 귀여운 이미지보다 기피 대상이 되어버렸다.      


흔히 듣던 황사로 시작된 먼지 이름이 이제는 미세먼지에서 초미세먼지로까지 바뀌는 일이 잦아졌다. 2016~17년 미세먼지 특별대책 예산이 9,000억이라고 하니, 80년대의 ‘범죄와의 전쟁’을 패러디해보면 이제는 ‘먼지와의 전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저녁 뉴스나 아침 뉴스에서 날씨보다 미세먼지가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하는 일이 일상적인 습관이 된 것 같다. 작년에 읽었던 기사 중에 이런 글이 있었다. 


“기상전문업체인 케이웨더가 운영하는 ‘에어가드케이 공기지능센터’가 최근 환경부의 나쁨 기준을 세계보건기구의 일평균 권고기준으로 바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최근 3년간 서울시 초미세먼지 농도에 적용해본 결과, 나쁨 이상인 날 수는 연 평균 141일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환경부 기준에 따른 나쁨 일수 평균 13.7일보다 10배 이상 많은 것이다. 미세먼지(PM10)에 같은 방식을 적용해봤더니, 나쁨 일수가 연 평균 30일에서 127.3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즉, 세계보건기구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는 미세먼지 있는 날이 365일 중에 127~141일 이나 된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수업일수가 180일 정도이니 이제는 적어도 학교생활 중 반은 미세먼지가 있는 날이지 싶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그곳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공부하고 떠들고 장난치며 보낸다. 학교는 공부도 하지만 친구들과 맘껏 뛰어놀고 상상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대부분의 시간을 의자에 앉아 좁은 책상에서 보내야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좋지 않다. 아이들이 교실보다는 운동장 같은 넓은 공간에서 시간을 많이 보냈으면 한다. 이제는 길게 말하지 않아도 아이들이 실컷 뛰어놀고 자유롭게 보내는 시간이 왜 필요하고, 중요한지 많은 사람들이 알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얼마 전까지 교육상 또는 안전상의 이유로 운동장보다 교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던 아이들이 지금에 와서는 미세먼지-초미세먼지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다시 교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게 되었다. 넓은 실내 강당이 있다면 체육 시간이라도 뛰어놀 수 있다. 운동장처럼 많은 아이들이 동시에 자유롭게 뛰고 놀 수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말이다. 그런데 실내강당은 그나마도 정해진 시간 즉 수업 과정 안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놀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아이들의 놀이 공간 부족은 심각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기 쉽다. 황사나 미세먼지 때문에 아이들을 밖으로 나가게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수업이 있는 실내 강당을 늘 개방할 수도 없다는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제안하고 싶다. 교실 공간을 넓히거나 학년별로 다른 수업 공간을 마련할 수 없다면(저학년과 고학년, 청소년의 교실은 각각 그 시기의 특성에 따라 다르게 설계를 해야 한다고 본다) 실내 강당이라도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나갔으면 한다수업을 위한 공간이기보다는 아이들이 언제든 사용할 수 있고 자유롭게 뛰어 놀며 맘껏 상상할 수 있는 공간이기를 바래본다자신들의 공간을 갖게 되면 아이들은 스스로 놀 수 있는 놀이를 빠르고 새롭게 만들어나갈 수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환경을 지켜나가기 위한 대책도 필요하지만, 지금 이 순간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을 바로 만들어 줄 수 있는 대책 마련도 매우 중요하다. 아이들은 멈추어있지 않다. 오늘도 성장하고 내일도 성장한다. 어른들이 고민만 하고 있을 때 아이들은 지금도 좁은 교실 안에서 좋지 않은 공기를 마시며 하루를 보내고 있다.


 가뜩이나 상업적인 실내 놀이터들이 많아지는 요즘, 경제적으로 힘든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실내 강당이나 체육관 등의 학교에 있는 넓은 실내 공간을 아이들이 언제든지 쉽게 놀 수 있는 공간으로 빠르게 변화시켜주어야 할 의무가 우리 어른들에게 있다.             



                                                                                                                                              글. 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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