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2. 피에르 로티, 그리고 자미 세 군데

셋째 날, 2012. 10. 9

by 말만
예니 자미

가이드가 미리 준비한 맛있는 점심을 먹은 후 버스를 타고 이동하여 이슬람인들이 죽기 전에 꼭 순례해야 하는 4대 성지중 하나로 꼽힌다는 에윕성인(마호멧 다음의 성인)의 에윕 술탄 자미를 방문하려 했으나, 기도 중에는 들어갈 수 없어 기다리는 동안 인근에 있는 피에르 로티라는 유명한 찻집이 있는 전망대에 오르고자 케이블카를 탔다. 케이블카에서 내려다 본 성직자와 귀족들의 공동묘지 위에는 나무와 풀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우리네 풍습으로는 묘지의 봉분에 잔디외의 식물이 자라면 무성의한 후손이라고 탓하지만 이슬람들은 시신위에 자연 그대로 나무와 물이 자라도록 하여 흙으로 빨리 돌아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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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 로티 카페에서 바라 본 골든 혼
짜이. 여행 내, 생각보다 잘 드셨다.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이스탄불의 전경은 어젯밤 야경과는 또 다른 감흥을 불러 왔으며, 홍해와 흑해가 만나는 곳의 물 색깔이 다름을 멀리서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피에르 로티 찻집도 구역별로 주인이 따로 운영되는 것이 재미있었다.





IMG_9556.jpg 에윕 술탄 자미

짜이를 한잔 마시며 주변 경관을 여유롭게 조망한 후 전망대에서 내려와 들른 에윕 술탄 자미는 역시 성인을 배출한 자미답게 장엄한 분위기였고 신도들의 기도하는 태도가 다른 자미보다도 더욱 경건하였지만 여신도들은 기둥으로 가려진 구석진 곳에서 숨은 자세로 기도하고 있었다. 돔과 기둥에 붙혀진 타일 한 장 한 장마다 코란의 심오한 뜻을 내포하고 있다고 배웠으나 벌써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기독교의 프레스코화처럼 인물을 절대 표현하지 않는 이유가 우상 숭배 사상을 막기 위한것이며 그 대신 코란의 경을 멋지게 타일에 표현하곤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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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스템 파샤 자미



IMG_9614.jpg 쉴레이마니예 자미

버스를 타고 다시 시내로 나와 이집션 바자르를 구경한 후 시장내에 있는 유명한 맛집에서 맛있는 간식을 사먹고 나서(이미 전날 구경하여서 조금 건성으로 ㅎㅎㅎ) 바자르 속에 위치한 터키의 가장 위대한 건축가인 미마르 시난이 건축한 루스템 퍄사 자미를 찾아 다른 자미와 다르게 기증받은 타일로 건축될 수 밖에 없었던 슬픈 사연(미마르 시난이 평생 사랑했던 쉴레이만 1세의 공주 남편인 루스템을 위한 자미)도 듣고 나서 오늘의 주간투어를 마무리하게 되었다.


IMG_9621.jpg 쉴레이마니예 자미

야간투어의 일정은 어제 우리 가족이 이미 다녔던 곳으로서 굳이 할 필요가 없다고 말을 하니 가이드는 흔쾌히 환불을 약속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 생각이 들어 감사인사를 하니 그래도 인근에 있는 쉴레이만 1세를 기리는 쉴레이마니예 자미는 꼭 가보라 추천해 준다. 작별인사를 하고 생소한 길을 착한 아들을 앞세워 이리저리 헤매다 찾은 쉴레이마니예 자미는 미마르 시난이 건축한 것으로 블루모스크보다 늦게 건립된 것으로 보이나 4개의 미나레가 우뚝 선 자미로 또 다른 위용을 자랑하며 서 있었다. 성전 내부 또한 새로 지어진 것처럼 깔끔하고 아름답고 규모가 웅장하여 안 보았으면 너무 서운했을 것이라며 고생은 했지만 잘했다고 피곤에 지친 서로를 위로했다.


IMG_9650.jpg 쉴레이마니예 자미

추운 몸을 녹이려고 들른, 가이드가 알려줬던 카페 옥상에서 바라본 자미는 조명이 들어오니 더욱 아를다위 컴컴해지는데도 불구하고 사진을 찍느라 분주를 떨었다. 첫날은 긴 세월이 남편과 나 사이에 놓여 있어 너무 어색했으나(그 또한 마찬가지이고) 이제는 아들 눈치도 보이고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둘이 자연스럽게 서서 연출도 잘한다(무언으로 약속이나 한 듯 ㅎ) 야경이 너무 아름다운 카페 테라스는 모포를 뒤집어 쓴 가족도 못견디게 바람이 너무 세어 버티지 못하고 실내로 들어오니 추운 지역인 듯 자리마다 모포가 있고, 중국의 마작처럼 생긴 것으로 게임을 하고 있는 테이블도 보이고 매우 여유로워 보였다. 너무 추워 짜이로 몸을 녹이고 나와 트램을 갈아 타고 술탄 아흐멧 광장으로 돌아와 가이드가 알려준 케밥집에서 케밥을 사고 에페스 맥주를 사서 숙소로 돌아와 나는 햇반으로, 둘은 케밥과 맥주로 저녁을 해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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