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거 다 해 놓고 왔는데 대체 왜? 일부러 그러나?
첫 날은 그저 낯설고 신기한 풍경에 신나 돌아다닌 날이었다면 둘째 날은 좀 더 알면서 보기 위해 투어를 했다. 사진에서 찾아보니 하나로여행사(현 레츠고터키)의 투어를 이용했던 것 같다. 멀리까지 가서 눈으로만 보고 정작 그에 얽힌 이야기들을 모르고 돌아오는 것은 너무 아까워 뭐라도 알고자 나름은 찾아보고 공부하고 여행을 가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지 다양한 시대와 지역에서 온 어마어마한 양의 유물들, 작품들을 마주해야 하는 박물관 미술관은 참패가 뻔하다. 혼자서 곱씹으며 알아보고 다시 보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길게 있는다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여행이 그렇게 되기는 어려우니, 내 취향에 맞는 무언가를 좀 놓칠 가능성이 있더라도 잘 정리된 이야기로 풀어내는 지식을 함께 듣는 것이 낫더라.
그래서 여행을 가서 미술관, 박물관을 갈 때는 일정이 허락하는대로 가이드 투어를 이용하고 있다. 로마에서 바티칸 투어,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도 갔었고, 바르셀로나에서도 가우디 투어, 그리스에 갔을때도 프라하에 갔을 때도. 수 많은 오브젝트 각각이 전해주는 다른 이야기가 특정인의 시야에 따라 구성된 흐름을 가진 이야기가 되어버리고 그것이 어쩌면 좀 편향될 수도 있겠지만, 뭐 사실 어떻게 접하든 그런 영향은 피할 수 없지 않을까. 상당히 만족하며 이용하고 있다.
돌마바흐체 궁전에 입장하기 직전에, 회사에서 온 전화를 받았다. 휴가 며칠도 못 가서, 딱 이틀 만에. 이것을 시작으로 여행 내내 연락은 이어졌고, 카파도키아에 가서는 극도의 스트레스로 몸져눕다시피 했다(물론 일정이 매우 힘들만 하긴 했지만...ㅎ). 당시에 하던 일이 무엇이었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시기 상 아마 TF 나가 있으며 하던 프로젝트였을건데, 무언가가 크게 잘못됐던 기억은 나지 않는다. 시일을 다투는 일들은 분명 다 하고 갔을건데... 도대체 왜였을까. 일부러 더 연락을 한 건 아닐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회사 일, 사회생활이라는게 어떤 경우에는 괘씸죄가 실제 잘못보다 더 큰 벌을 불러오기도 하니까. 참, 미숙했다. 정말 미숙했다. 지금도 싹싹하게 분위기 잘 맞추는 능력과는 거리가 있다보니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 것 같고, 여전히 그런 면에서의 부족함을 그저 묵묵히 맡은 일 하는 것으로 메꿔보려 하는 내 노력은 과연 의미가 있는걸까? 글쎄, 정답은 모르겠지만, 그나마 할 수 있는것이 신뢰성있는 역할 수행으로 어느 정도 만회하는 것 정도이지 싶다.
돌마바흐체 궁전은 어마어마한 부를 자랑하기 위한 궁전이라는 느낌이었다. 사진을 못 찍게 되어 있어 한 장도 없으니 그 유명한 샹들리에도 인터넷을 찾아보며 기억을 떠올려야 하니 좀 어렵다만, 어쨌든 많이많이 화려했다는 인상이었다. 나와서는 피에르 로티 찻집에 가서 골든혼을 바라보며 차도 한 잔 마시고, 전날 갔던 이집션 바자르도 가고 자미도 여러 군데 갔는데 - 에윕 술탄 자미, 예니 자미, 루스템 파샤 자미, 쉴레이마니예 자미, 이 날 이미 여러 곳의 자미를 가 보다보니 결국 다 비슷비슷하게 느껴져서 지겨워하시고 ㅎㅎㅎ 전 날과 마찬가지로 춥고 돌아다니기 힘들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사진들을 보니 - 회사 때문에 받았던 스트레스는 너무도 생생해서 좀 머리가 아파지지만 - 참 좋다. 그런데 지금 찾아보니 돌마바흐체 궁전 입장료가 1,500리라 라는데, 당시 참고한 여행서적에 따르면 20리라. 75배...? 아니 지난 12년 넘는 시간동안 많은 일이 있긴 했지만 이... 게 진짜 맞나...? 엄청나게 엄청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