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코칭맘과 게임중독 아들 이야기

라이킷 19 댓글 2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사회중년생 홍대리 Apr 25. 2021

아이의 게임 중독,
부모 탓은 아닐까?

엄마의 오해#3

“정말 열 받아 미치겠어요.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는데 우리 애가 또 게임을 하고 있지 뭐예요. 너무 화가 나서 오늘 매를 들려고 하는데, 그전에 선생님한테 마지막으로 물어보려고요. 제가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게임에 중독된 아이를 둔 한 엄마가 찾아와 하소연을 했다.

“때리면 어머님 속이 시원해질까요? 아이는 어떻게 생각할까요?”

내가 묻자 그녀는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쳤다.

“악순환이라는 걸 제가 왜 모르겠어요. 매를 들고 나면 후회되겠죠. 마음이 아파서 잠도 안 올 테고. 하지만 말로 해서는 도무지 듣지를 않잖아요.”

“매를 든다고 달라질까요? 그때뿐이잖아요. 우선 심호흡을 하면서 진정하세요. 그리고 매를 들 생각 전에 왜 아이가 게임에 빠졌는지 생각해 보세요.”

나는 그녀에게 아이가 게임에 빠지게 된 이유를 천천히 생각해 보도록 유도했다.

게임에 빠진 자녀를 둔 부모 중 가장 어리석은 부모는 누굴까? 바로 게임 그만하고 공부 좀 하라고 무조건 다그치는 부모다. 이런 부모는 냉정히 말하면 자녀의 게임 중독을 고칠 그 어떤 관심과 노력도 없는 부모다. 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 그만하고 공부하라고 “네, 알겠어요.” 하고 컴퓨터 전원을 끄는 아이는 지구 상에 단 한 명도 없다! 아이들이 게임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를, 단지 아이의 의지 문제로 여겨서는 해결 방법을 결코 찾을 수 없다는 뜻이다. 게임에는 중독에 빠질 수밖에 없는 다양한 요인이 내재돼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 가장 큰 요인은 역시 게임 자체가 지닌 중독성이다. 게임은 대부분 레벨을 올리고 단기간에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 문제는 이 레벨이 끝이 없으며 아이의 승부욕과 성취욕을 강하게 자극한다는 것. 처음 단순한 호기심에 게임에 접속한 아이는 점차 레벨이 올라가는 재미에 빠져들게 된다. 또래 집단이 곁에 있다면 승부욕에 불을 지피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친구의 레벨이 나보다 높으면 친구 수준으로 올라가기 위해 밤잠을 잊고 게임에 몰두하고, 자신보다 레벨이 낮던 친구가 치고 올라오는 게 보이면 따라 잡힐까, 하는 불안함에 또 시간을 잊고 게임에 몰두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한가함이나 심심함에서 시작되었던 게임은 자연스럽게 무한 중독으로 나아간다. 아이들의 나약한 의지를 탓할 일이 아닌 것이다. 어른들이 만들어낸 게임에는 아이들을 중독의 늪으로 빠뜨리는 요소들이 무수히 숨겨져 있다.

또한 아이들이 게임에 빠지는 주된 요인은 바로 부모의 무관심이다. 통계 조사에 따르면 맞벌이 부모 밑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게임 중독이 외벌이 가정보다 심각하며, 특히 집에서 부모와 소통하지 않는 아이들의 중독성이 높다고 한다. 자신에게 신경을 쓰지 못하는 맞벌이 부모, 신경을 안 쓰는 무관심한 부모의 방관이 아이를 게임 속으로 불러들인다는 것이다. 실제로 나를 찾아 상담을 한 그녀도 밖에 나가 일을 하는 커리어우먼이었다.

“엄마, 아빠가 없는 집에서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란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그 쓸쓸하고 외로운 시간에 아이가 기댈 곳이 컴퓨터와 스마트폰밖에 없었다는 걸 생각하면 과연 우리들이 매를 들 수 있을까요?”

내 말에 한참을 아무 말도 하지 못하던 그녀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여태까지 왜 아이가 게임만 할까 화만 냈는데, 엄마 없는 시간이 얼마나 외로웠을까 생각하니…….”

게임에 중독된 자녀를 두고 있다면 공부가 문제가 아니다. 게임 중독으로 인생을 망칠 수 있다는 심각성으로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게임 중독을 끊는다고 아이디 없애고, 컴퓨터를 치우고, 키보드 감추고, 스마트폰을 빼앗고 싸우고 지지고 볶고, 별의별 방법을 다 써봤자 소용없다. 그런 방법은 절대 해결책이 아니다. 왜냐고?

컴퓨터와 스마트폰은 절대 우리 아이들 곁에서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가 게임에서 벗어나는 길은, 바로 부모의 관심과 대화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keyword